덕담 건넸지만 비례대표 문제로 냉랭, 여성 당대표 3인의 하모니, 미래당 당명 사용 못 하게 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어색함을 지우려고 덕담을 건네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초대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만나 “협력할 것은 협력하며 선의의 경쟁으로 다당제를 지키자”고 좋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당장 비례대표 제명 문제가 걸려 있었다. 

민평당의 조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는 7일 아침 일찍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로 돌아와 첫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여야 지도부를 찾았다. 

신임 대표단이 꾸려지면 의례적으로 예방하는 것이지만 첫 방문지가 안 대표라 이목이 집중됐다. 민평당 자체가 안 대표의 통합 행보에 반발해 창당됐고 최일선에서 반통합을 외쳤던 조 대표는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을 가장 강하게 해왔었다.

안 대표는 먼저 덕담을 건넸고 조 대표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먼저 덕담을 건넸고 조 대표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는 조 대표를 만나자 먼저 “존경하는 조 대표의 취임을 축하한다”며 “여성 당 대표가 세 분으로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고 덕담을 건넸다. 조 대표는 이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으로 믿겠다. 앞으로 서로 갈 길이 다르지만 같이 출발했던 만큼 국회에서 민의를 위해 같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조 대표 사이에 묘한 어색한 기운이 흘렀고 실제 두 대표는 비례대표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와 조 대표 사이에 묘한 어색한 기운이 흘렀고 실제 두 대표는 비례대표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대한민국 정당들 중 국익과 민생을 내세우지 않는 정당은 없다. 안 대표는 “민생과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두 당의 공통점이 많다”며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말했지만 거대 키워드 외에는 정책적 이견을 좁혀갈 만큼 두 당의 관계가 정상적이지는 않다. 앙금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있다. 두 대표를 바라보는 기자들이 그런 어색함을 느꼈을 법하다.

공개 화담이 끝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되자 조 대표는 안 대표에 비례대표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에 대한 제명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기존의 입장대로 제명 불가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조 대표는 비공개 대화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미래당에 합류할 뜻이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배려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드렸다”고 말했지만 안 대표는 “조 대표에게 이미 여러 번에 걸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발언했다. 

안 대표는 3명이 미래당 당적이지만 각각 민평당 당직을 맡는 일에 대해서 “당원권이 이미 정지된 상태”라며 “앞으로 차기 지도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에게 정중하게 비례대표 제명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하는 조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안 대표에게 정중하게 비례대표 제명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하는 조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 대표는 “좀 껄끄러울 수 있는데 연연하지 않고 이렇게 축하해주시고 환영의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탄핵 동참을 같이 한 만큼 개혁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장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 민주평화당이 많은 국면에서 뜻을 같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는 조 대표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승민 대표는 조 대표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대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개혁진보 정당의 대표가 다들 여성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추 대표는 “차제에 여성 당 대표가 뭉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말했고 조 대표는 “신임 대표가 됐기 때문에 내가 낼테니 여성 당대표들끼리 오찬이라도 하자”고 답했다.

추 대표는 조 대표에게 여성 대표들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 대표는 조 대표에게 여성 대표들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대표는 본질적으로 민평당이 야당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을 때에는 강하게 비판하고 견제하고 때로는 개혁과제를 위해 협치하는 야당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겠다”고 뼈있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한쪽은 보수고 민주화 평화를 지향하지 않는 성향이고 근데 저희들 민주평화당으로 오신 의원님들은 도저히 그 가치에는 뜻을 맞출 수 없어서 창당을 했으니 정의당이 지향하는 개혁이나 민주 평화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신당의 중도보수와 달리 민평당은 개혁진보적 가치관을 견지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에 노 원내대표도 국민의당의 탄핵안 표결 당시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금 민주평화당이 촛불에 더 가까운 반면 나머지 분들은 촛불에서 좀 멀어진 듯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며 촛불 혁명의 뜻을 실현해가야 한다고 답했다.

화기애애하게 진보개혁적인 의제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던 장 원내대표와 노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화기애애하게 진보개혁적인 의제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던 장 원내대표와 노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장 원내대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협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원내대표는 “민생·민주·평화·개혁으로 창당한 만큼 자유한국당과도 민생을 위한 길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데 같이 손을 잡자”고 말했다. 

적폐세력과의 야합을 비판했던 장 원내대표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와 야당으로서 민생 관련 협력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적폐세력과의 야합을 비판했던 장 원내대표지만, 김성태 원내대표와 야당으로서 민생 관련 협력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비교섭단체로서 체감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비교섭단체로서 체감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대표는 이정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비교섭단체로서의 변화를 체감하는 발언을 했다. 

조 대표는 “사실 저희가 여태까지 교섭단체였다가 아니게 되니 당장 오늘 의총을 하는 것도 본청 사무실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다. 교섭단체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연연하지 않을 것이고 공간이 아니라 가치와 목표를 같이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더 부자가 되고 넓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11시 국민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박주선 국회 부의장·주승용 의원 등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평당에 서운한 심경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의 박주선 국회 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주승용 의원 등이 모여 민평당 세력과 박지원 의원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민의당의 박주선 국회 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주승용 의원 등이 모여 민평당 세력과 박지원 의원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날(6일)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박주선·김동철·주승용 그분들은 어떤 경우에도 통합을 반대했다”며 “어느날 갑자기 그쪽으로 가니까 우리가 원내교섭단체에 차질이 온 것만은 사실이지만 항상 정치하다 보면 이렇게 배신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에 연연하지 말고 개문발차 하자”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에 오랫동안 호남을 기반으로 외연확장을 주장해왔다면서 “언제 어디서 통합을 반대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선배 정치인이 후배 정치인에게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배신지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송기석 의원과 김관영 의원도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자리에는 송기석 의원과 김관영 의원도 참석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 중 김관영 의원과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통합 행보를 놓고 많은 고심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 중 김관영 의원과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통합 행보를 놓고 많은 고심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부의장은 민평당의 탈호남 공격에 대해 반론했다. 박 부의장은 민평당 세력을 “호남 자민련”이라 규정하고 “호남끼리만 외치는 사고는 분명 호남인의 자존심과 기대를 짓밟고 호남정치 발전에 찬물을 뿌리는 잘못된 연극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민심을 말할 때는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며 국민정책연구원 조사를 통해 봤을 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통합에 부정적인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다만 최저임금·암호화폐·교육정책·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청와대 주도의 정책 노선에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부족하고 그럴수록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민심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지만 민심을 돌파하고 주도하는 것도 정치인의 덕목”이라며 기존에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강조한 것과 같은 주장을 했다.

특히 주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하고 두 달만에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올려 총선을 치렀듯이 지금 지방선거도 4개월 남은 상태에서 충분히 노력해서 지지율을 높일 수 있고 호남 지역민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네 명의 의원들(박주선·주승용·송기석·김동철)이 막판까지 고민이 많은 게 사실로 보이는데 정말 진솔하게 통합신당을 택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부의장은 “중재를 하는 입장에서는 분당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통합파와 반통합파를 왔다 갔다 하면서 중재를 했는데 중재안이 무산이 됐다”며 “사실 임기가 보장된 안철수 대표가 물러날 명분이 없는데 중재를 위해서 사퇴카드도 꺼냈을 정도로 분당은 국민의당이 한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남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 선거관리위원회는 청년 정당 ‘우리 미래’가 약칭으로 미래당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통합신당은 미래당이란 당명을 사용하지 못 하게 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추진위원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새로운 당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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