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이재인 충남문학관 관장 / 작가

[중앙뉴스=이재인] 이제 음력설이 지나면 바람은 차갑지만 이내 논바닥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게 도롱뇽 소리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한적한 오지라서 경칩이 지나면 바로 도롱뇽이 짝을 부르면서 봄기운을 퍼뜨린다.

영춘화 생강나무가 노오란 꽃술이 트이면 산수유도 질세라 꽃망울을 터트린다. 봄이 오면 얼음 밑을 흐르는 물소리도 정겹다. 그런데 이러한 정서적 분위기는 최근에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네 시골 하천에 시멘트 수로를 만들면서 물소리, 도롱뇽 소리, 개구리 소리 그리고 피라미와 송사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것도 생태계 파괴요 물 부족 사태로 이어져 환경이 메말라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는 10여 년 전부터 시골 냇가에 설치했던 시멘트 수로를 걷어내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연적으로 흐르는 물이 흙속으로 들어가면 땅에 물기가 배어 농산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갖 물고기가 생겨 파괴된 환경이 되살아난다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촌 개울에는 지금도 시멘트 수로를 깔고 있다. 말로는 자연보호, 생태계 보존을 말하면서 실제는 정반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 되살아야만 도시 사람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사안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시골 단위 군·읍·면에서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이를 재고해야만 한다. 농촌이 건강하면 당연히 그 건강이 도시로 흘러간다.

몇 년 전이었다. 교수로 재임 중에 대학 연못에서 올챙이 수백 마리를 페인트 깡통에다 담아서 시골 하천에 방생을 했다. 요 녀석들은 내가 알기로는 개구리 새끼. 즉, 올챙이인줄 알고 담아왔다.

그런데 요것들은 두꺼비 올챙이였던 것이었다. 자라면서 모두 냇가를 벗어나 야산 숲속으로 숨어버리고 말았다. 필자가 이 녀석들을 데리고 왔던 이유는 이른 봄 개구리 합창소리가 시끄럽지만 그것들도 함께 사는 이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웬만한 시골에도 개구리가 자취를 감춘지가 오래되었다. 인간의 남획에도 문제가 있지만 시멘트 수로로 개울을 개조한 것도 한몫 하였다. 이 녀석들이 발을 붙이고 살 고향을 상실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여우도 사라졌고 늑대도 사라졌다. 이제 북극곰도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우리 곁을 지키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이웃이 해를 거듭할수록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즉흥적 처방을 하는 것보다는 항구적 대책을 서두르는 게 묘책의 하나이리라.

지금 탈도시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귀촌자, 귀향자가 늘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과 함께 할 하찮은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같은 것들이 함께할 자연보호 대책도 있어야 하겠다.

금수강산.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산과 하늘과 땅과 숲으로 이루어진 보물이었다. 이리되면 이따금 필자를 찾아오는 방문객도 늘어가겠구나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