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회부 기자가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 조배숙 대표가 직접 민평당 논평이 오해였다고 해명, YTN의 보도국은 ‘겁쟁이’였다는 고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남수를 환불하라 수수료는 내가 쏜다”는 구호로 파업 집회가 시작됐다.

YTN 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이 최남수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지 정확히 3주가 지났다.  

21일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안 로비에서 노조의 파업 집회가 열렸다. 

로비를 가득 메운 조합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로비를 가득 채운 조합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앞으로 노조는 YTN 대주주인 공기업(한국전력 KDN·KT&G·한국마사회 등) 건물 앞에 직접 찾아가 집회를 열 계획이다.

보도전문 채널로서 저널리즘적 역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 하고 있는 YTN을 정상화시키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더 올라가고 결론적으로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직접 찾아간다는 전략이다.

조합원들은 MBC와 KBS만큼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노파심이 생길만도 했지만 결연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조 대표가 지지 발언하고 있다. 현재까지 YTN 파업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원내 정당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두 곳이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 대표가 지지 발언하고 있다. 현재까지 YTN 파업 집회에 모습을 드러낸 원내 정당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두 곳이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파업 집회에 참석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여러분들에게 보도는 생명 같은 것”이라며 “그런 보도를 내려놓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파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때문일 것”이라며 “프라미스 이스 프라미스라는 말이 있듯이 구두합의도 약속”인데 “여러분의 문제제기가 옳기 때문에 (민평당도)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19일에 나간 최경환 대변인의 논평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소지가 있었다면서 이날 “민평당의 본심”은 그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사 양측은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며 “중재 노력”을 강조했지만 노조는 배수진을 친 상태이고 최 사장이 물러나는 것만이 유일한 요구조건이기 때문에 중재와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벤트로 율동패 공연까지 할 정도로 파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우철희 기자(YTN 사회부)는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파업)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기자는 “최남수 체제 하에서 또 부끄러운 방송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고 미투 운동을 하듯이 저희도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절박함과 회사의 존폐 문제를 고민하는 차원”이라고 자신만의 파업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율동패 멤버로서 공연하고 있는 우철희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율동패 멤버로서 공연하고 있는 우철희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한 파업”을 강조한 우 기자는 “YTN이 겁쟁이가 됐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그런 스토리를 자세히 풀어냈다.  

우 기자는 “YTN 보도가 기계적 균형에 집착하는 등 교묘하다기 보다는 여기 저기로부터 욕먹지 않으려고 하는 겁쟁이인 게 문제였다”며 “세월호 참사 보도를 할 때 유족에게도 욕을 안 먹어야 하고 박근혜 정권에게도 욕을 안 먹어야 하는 눈치보기가 우선이었던 적이 많았다”고 자기비판 했다. 

우 기자는 “데스크 탓만을 할 순 없고 그런 데스킹에 굴복한 저희(평기자들)도 잘못이 있다”며 편집라인 뿐만이 아니라 현장기자가 취재를 통해서 선택한 문구나 이런 것을 자기검열하게 됐다는 점을 고백했다. 

그 점에 대해서 “끝까지 저항하고 겁내지 말고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하다보니 국민 신뢰를 잃어버려서 이지경까지 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특히 “이것은 공정함이 아니고 여기로 가야할지 저기로 가야할지 판단을 하지 못 하는 정말 맹물과 같은 보도가 많았다”며 “그랬기 때문에 김어준 총수가 그런 취지로 말했듯이 YTN 보도가 이도저도 아니고 비겁하게 됐다”고 뼈아픈 이야기를 했다. 

우 기자는 취재기자들 개개인이 자괴감을 느낀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있지만 “(저널리스트로서) 스스로 옳다고 보는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데스크의 눈치를 보고 (데스크도 누군가의 눈치를 봤을테지만) 그러다보니 세월호 유족들이나 국민들이 보기에 더 들어가서 보도해야 할 것들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종석 회장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투쟁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종석 회장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투쟁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진혁 PD는 조직의 존재 가치를 구현할 인물이 리더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진혁 PD는 조직의 존재 가치를 구현할 인물이 리더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경석 대표는 장애를 얻게 된 사실 자체보다 무감각이 제일 두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경석 대표는 장애를 얻게 된 사실 자체보다 무감각이 제일 두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지지 발언을 한 박종석 한국방송기술연합회 회장도 “투쟁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권력 견제와 약자보호를 실천하는 언론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우 기자는 그런 옳음과 깊이를 추구할 저널리즘을 위해 보도국의 독립성과 정상화를 확립해야 하고 이를 위한 필수조건이 최 사장의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석한 인물들도 하나같이 그런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큐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연출한 김진혁 EBS PD는 노조가 마치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싸우는 독립운동가들과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광복 이후 건설될 국가의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이 국가지도자가 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최승호 MBC 사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인물들이 새로운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리더에 부합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방송장악 저지 투쟁 9년 이후의 YTN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부합하고) 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김신환 MBC기술인협회 회장의 격려 발언처럼 “(YTN이) KBS, MBC, JTBC를 넘어서는 최고의 보도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부 구성원들이 가질 수도 있다. 

어찌보면 공영방송 언론인들 보다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YTN 언론인들에게 그런 자신감과 사명감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습관처럼 YTN을 배경삼아 틀어놓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뉴스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YTN의 공정 보도 여부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그런 점에서 “고통도 힘듦도 못 느끼는 무감각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로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가장 비참하고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박진수 위원장은 임원실 출입문 앞에서 포스트 잇 내용을 읽으며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진수 위원장은 임원실 출입문 앞에서 포스트 잇 내용을 읽으며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7층 임원실로 올라온 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7층 임원실로 올라온 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최남수는 이미 사장이 아니고 사기꾼과 다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과 노조 지도부는 이날 조합원들이 설날 연휴 전 포스트잇에 적은 메시지들을 전달하기 위해 7층 임원실로 향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평상시라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임원들이 임원실 출입문을 닫아놓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임원실 출입문에 포스트 잇 판넬을 부착한 뒤 “최남수를 비호하는 김호성 총괄상무와 류제웅 기조실장도 물러나야 할 적폐 인사”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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