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교수 / 작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작가

[중앙뉴스=이재인]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사립 박물관이 2백여관 정도 존재하고 있다. 이 박물관들은 재벌들이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곤 거의가 영세한 실정이다. 시설 규모 환경 등이 문자 그대로 소박 그 자체이다.

이를 두고 일반인들은 "이게 무슨 박물관이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조그만 사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의 면전에서 말이다. 필자는 관장으로서 전장에 나간 군인처럼 순간 전의와 열정을 잃게 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인권위원장을 지낸 최영도 변호사란 분이 지금 생존해 계시다. 이분은 피 같은 공직자 돈을 아끼고 절약하여 60평생 수집한 우리나라의 귀한 유물과 옛 토기  수천 점을 국가에 헌납하신 분이다.

이는 애국자이기에 앞서 문화운동에 앞장선 선각자이다. 당신이 먹고 입고 생활하시는데 아주 근검절약하여 모은 개인 유산을 국가를 위해 기증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아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의 사립 박물관들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행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물의 수집 보존 그리고 홍보 전시, 이를 위하여 오늘도 이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나라의 장래가 매우 희망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립 박물관의 창립자는 치하 받아 마땅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에서는 사립의위상과 지원에 각별한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국립, 도립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전시관의 경우 입장료가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이런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줄 것을 제언한다.  국립 박물관의 입장료 무료는 잘못된 정책이다.

수익자부담원칙 차원에서 우선 재고하여야한다. 전 정권하에서 입장객 세계1위라는 국격을 높인다는 실적 위주에서 파생된 과오이다. 이 정부에서는 국공립 지자체 모두 무료인 것을 유료로 대체해야만 된다.

국가에서 무료정책을 실시하면 시설 규모가 약한 사립박물관에 어느 관람객이 오겠는가 한번 생각하여야한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 박물관은 없다. 오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정책이다.

필자는 수십 년간 선진 유럽이나 미국 박물관을 돌아봤지만 그런 무료 박물관이 없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속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뮤지엄의 실태에 따르면 이는 유료화로 전환할 시기가 아닌가싶다.

그리고 차제에 박물관이란 특수기관이 그 고유한 특성을 살려 콘텐츠가 우선시되는 풍토가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문 박물관의 미래도 열리게 된다. 새 시대 새로운 정부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문화 예술계의 관행과 정책에도 과감히 손질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국가 정책이나 시책에 기대와 희망 대신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민을 탓하기보다 이런 시책을 앞뒤 안보고 달려온 관행에 대한 불신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문화계의 잘못된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지금 사립박물관장들은 국가가 앞장서서 할 일을 대신하는,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숫자로 국격을 내세워 세계 최대의 관람객수를 자랑하는 그런 구태를 답습하지말기를 학수고대한다.

박물관이 발전하기위해서는 작고 알찬 전문박물관이 여기저기 생겨, 국민들이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것이 곧 국격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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