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창고 근무와 업무배제 주장은 사실인가, 지난 9년 간 MBC 구성원들이 실제 탄압받았을 때 배씨는 뉴스데스크 앵커로 승승장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내에선 둘 중 하나가 예상됐었다. 몸값 올려서 종편에 스카웃되거나 정치권에 갈 것 같았는데 이렇게 퇴사하자마자 바로 한국당에 입당할 줄은 몰랐다.”

기자와 통화한 MBC 현직 기자 A씨는 배현진씨(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배씨는 9일 오전 자유한국당에서 공식 입당식을 가졌다. 

배씨는 “(2012년 노조 탈퇴 이후) 인격적으로 모독감을 느낄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받아오고 있고 약 석달 전에 정식 인사통보를 받지 않고 8년 가까이 진행했던 뉴스데스크에서 쫓겨나듯 하차해야 했다”며 “시청자들에게 마땅히 올렸어야 할 마지막 인사조차 올리지 못 했고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 회사 내 조명기구 창고에서 대기했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이날 한국당에 입당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배씨는 이날 한국당에 입당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건식 MBC PD는 10일 페이스북에서 “배씨는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단 하루만에 앵커를 역임한 방송사 얼굴에 먹칠을 하고 정치권의 품에 안길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반론했다. 

MBC <PD수첩>을 진행하는 한학수 PD도 9일 페이스북을 통해 “PD와 기자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드라마세트와 스케이트장 관리하는 곳으로 내몰렸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라며 “11명이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 한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세월호 보도가 그토록 망가져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을 때, 당신이 바로 앵커 아니었던가? 당신이 바로 공범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PD가 실제 공개한 조명창고의 모습과 MBC가 9일 언론에 배포한 사진을 통해 실제 배씨가 대기했던 업무 공간을 비교해봤을 때 배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배씨가 탄압받았다는 근거로 주장했던 조명기구 창고에서 배씨가 근무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남상호 MBC 민실위(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승호 사장 체제 이후 MBC는 정상화위원회를 통해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고 여기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사후 평가와 인사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배씨도 이 과정에서 대기 중인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조명창고의 모습. (사진=박건식 PD 페이스북)
박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조명창고의 모습. (사진=박건식 PD 페이스북)
박 PD가 페이스북에 올린 조명창고의 모습. (사진=박건식 PD 페이스북)
실제 MBC 조명창고는 도저히 평범한 사무 공간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사진=박건식 PD 페이스북)
9일 MBC가 언론에 배포한 배씨의 업무 공간. (사진=MBC 제공)
9일 MBC가 언론에 배포한 배씨의 업무 공간. (사진=MBC 제공)

배현진의 노조 탈퇴 명분과 이후의 행동

배씨는 2012년 5월11일 MBC 노조(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에서 이탈했고 노조를 탈퇴했다. 배씨는 10일 후 MBC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남겨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와 그 의도 매우 불쾌하고 여전히 내게 가장 준엄한 대상은 시청자 뿐”이라고 밝혔다.

배씨는 “진정성 있는 대의명분과 정당한 수단이라는 두 가지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한 두려움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자리를 비우지 않을 것”이라고 파업 참여의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씨는 2017년 2월1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문화방송은 MBC를 표적으로 하는 야 3당의 정치탄압과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사측의 성명서를 그대로 전달하는 앵커 멘트를 읽어 내려갔다. 사측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파업 명분에 동의할 수 없었고 무조건 참여하라는 식의 강압적 분위기에 비판적이라 파업에서 이탈했다던 배씨는 어느덧 보수정권 하의 MBC 사측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배씨는 이후로도 몇 차례 사측의 입장문을 그대로 읽어내려 가는 보도를 소개했고 MBC는 뉴스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7년 2월1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MBC 사측의 성명서를 그대로 읽어 내려간 배씨. (캡처사진=MBC)

MBC는 촛불집회에서 가장 욕먹는 언론사였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로 욕을 먹으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던 A씨는 “그나마 취재기자는 괜찮았다. 카메라 기자들은 MBC 로고가 장비에 부착됐었기 때문에 물리적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2010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김재철·김종국·안광한·김장겸 사장을 거치는 동안 MBC 보도는 태극기 집회를 옹호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떼쓰는 조급증 환자로 묘사하는 논평을 내는 등 노골적으로 집권 정부의 편에 서 있었다.

배씨는 입당식에서 “MBC 안에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받는 자유는 사라졌다”며 “대한민국을 일궈온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유의 가치가 파탄 위기에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MBC를 포함해 공영방송이 진정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소신을 따른 대가로 사회에서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BC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집권했던 9년 간 배씨의 말대로 소신을 지켜 탄압받았던 MBC 언론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고 최승호 사장이 MBC의 수장이 된 뒤에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씨는 한국당 정권에서 MBC가 탄압받았을 때 앵커로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그 정당에 입당했다.  

박 PD는 “배씨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MBC 경인지사에서 7년을 지내는 동안 보도국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 곁에서 생생하게 봤다”고 밝혔다. 특히 “모 여성 기자는 임신기간 내내 한 여름 에어컨 없이 진짜 창고에서 근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배지를 달아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배지를 달아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날 배씨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언론 탄압 피해자로 소개되면서 입당식을 가진 길환영 전 KBS 사장과 한국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새노조는 “대체 길환영씨의 해임이 현 정부의 언론탄압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라며 “혹시 아직도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금의 자유한국당(구 여권 추천 KBS 이사들이 다수인 이사회에서 2014년 6월 해임)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실제 길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무효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박 PD도 한국당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박 PD는 “자유한국당은 최문순 전 사장이 퇴임 이후 민주당 비례대표를 받자 비난을 퍼부었다.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가 신문사를 사직하고 몇 개월 후에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었는데도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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