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는 적극 대응, 안희정은 법률 다툼, 민병두는 전격 사퇴, 박수현은 민주당의 자진사퇴 제안에도 불구하고 선거 운동 강행, 김어준의 2차 공작 발언 파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중량급 있는 여권 정치인들의 연이은 성범죄 의혹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더불어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인 김지은씨의 언론 인터뷰만 보고 제명 결정을 내렸는데, 민병두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달랐다.

민병두 전 의원은 사실관계를 먼저 규명하고 난 뒤 거취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우원식 원내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2일 끝내 정세균 국회의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당장 지방선거에서 현역 의원의 줄사퇴가 예상되는 가운데 민 의원의 사퇴로 원내 2당(116석)인 한국당과 4석 차이로 좁혀졌다.   

민병두 전 의원은 10일 뉴스타파에서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자 마자 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캡처사진=뉴스타파)
민병두 전 의원은 10일 뉴스타파에서 성추행 의혹이 보도되자 마자 바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캡처사진=뉴스타파)

민 전 의원은 10일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사업가 B씨를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졌다. 민 전 의원이, 히말라야 등반을 우연히 함께 하게 되어 친분이 생긴 B씨에 대해 2008년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민 전 의원은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구차하게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이 좋지 않고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기 위해 의원직을 바로 내려놨다. 

안 전 지사는 9일 서울 서부지검에 자진 출두해서 조사를 받고 난 뒤 기자들에게 김씨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강제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변호인단도 꾸렸을만큼 형법 303조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서 다퉈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가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했고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9일 오후 안희정 전 지사가 서울서부지검에 자진출석했고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까지 차기 충남지사 지지율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내연녀와 불륜을 맺고 사적으로 공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대변인의 경우는 강제적인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본질인 미투 운동과는 궤를 달리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곤란한 악재임에 틀림 없다. 

현재 박 전 대변인은 김영미 공주시의원과의 관계가 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관계임을 인정했지만 오영환씨와 전 부인이 제기하는 불륜설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전 부인 측의 행위는 정치공작이자 부정청탁을 거절당해 벌이는 보복성 허위사실 유포라는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변인은 충남지사 예비후보로서, 안 전 지사 사건으로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재개할 것이며 민주당의 자진사퇴 권유의 분위기에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파문 이후 지난 6일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해왔던 '안희정의 친구'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1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운동 재개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의혹 파문 이후 지난 6일부터 선거운동을 중단해왔던 '안희정의 친구'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가 12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운동 재개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은 피해자의 편에서 2차 가해를 막겠다는 당위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성범죄 의혹이 있는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히 걸러내겠다고 부랴부랴 공천 매뉴얼을 만들고 발표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건건이 터지는 사례들에 대해서 진상규명 정도에 따라 대처를 신중하게 해야하는 막중한 부담감이 있다. 

피해자주의를 천명하면서도 마냥 확정되지 않은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기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주당원들과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 행위가 만연해지고 있는 상황은 민주당으로서 골치 아픈 일이다. 진영논리에 따라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일부 시민들이 보도하는 언론사와 피해자를 폄하함으로써 가해자로 지목된 정치인들을 옹호하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난처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장 확신이 서는 미투 피해자에 대해서 2차 가해를 가하는 범죄 행위에 대응하는 것과 더불어 지목된 당사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는 두 가지의 경우에 달리 대처해야 한다.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프레시안의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프레시안의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가 딱 후자의 사례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유지하기로 했고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을 기사화한 프레시안의 서어리 기자와 피해사실을 호소하는 A씨가 친구관계라고 주장했다. 서 기자와 A씨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프레시안과 함께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전면으로 맞선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시간·장소·행위별로 분류해 프레시안의 보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은 시간·장소·행위별로 분류해 프레시안의 보도가 달라졌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7일 사건이 처음 보도됐고 이후 일주일이 채 안 지났지만 이미 사태는 2라운드가 끝났고 사실관계에 대한 공방의 스토리는 매우 길다. 양측의 핵심만 간추려보면. 먼저 정 전 의원은 A씨와 서 기자 등 몇몇 친구들과 2011년 11월 즈음 경희대 특강에서 처음 본 뒤 이후 대학 특강에서 만나 이어진 뒷풀이 때를 제외하고는 일체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정도의 연락은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즉, A씨와 서 기자가 제기하는 의혹의 성추행 기간인 12월23일과 24일 둘 다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조목조목 프레시안 보도를 반박한 뒤 프레시안에 대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은 조목조목 프레시안 보도를 반박한 뒤 프레시안에 대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A씨는 9일 직접 입장문을 내고 2011년 12월23일 또는 24일 즈음 여의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난 사실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는 것이고 직후 초등학교 동창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으로 가서 친구에게 하소연했으며, 친구가 문자와 통화기록도 봤다. 따라서 그 친구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프레시안 소속의 곽재훈 기자는 9일 기사 형식으로 정 전 의원을 비판했다. 곽 기자는 정 전 의원이 배포한 1차 입장문에서 구체적 일정별 알리바이를 제시한 것에 대해 허점을 짚으면서도 정 전 의원이 사실관계 싸움으로 반론을 펴는 대응방식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부인하더라도 정 전 의원처럼 해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인데 왜냐면 피해자에 2차 가해가 될 수 있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곽 기자는 최지나 연세대 성평등상담소 전문상담원을 인용해 “(피해자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주는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은) 검사에게 하면 된다”며 “(정치인이라면) 내가 어떤 태도를 보였길래 이런 고발이 나왔을까 하는 마음자세를 보이는 게 먼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서 얻는 게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프레시안에 물어볼 일"이라고 답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서 얻는 게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프레시안에 물어볼 일"이라고 답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유력 정치인에 대해 날짜와 행위를 적시해서 성추행 의혹을 보도해놓고서는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수사기관의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체적 해명을 하지 말라는 것은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수용하라는 겁박일 수 있다.

미투 관련 보도에 대한 준칙이 있고 그런만큼 성범죄의 피해자를 고려해서 기사를 써야 하지만 정 전 의원이 전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오히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은 다른 미투 보도와 다를 수밖에 없다. 두 번의 주고받기를 진행한 양측은 사실상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만난 적이 없다는 측과 만나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 진위가 밝혀지면 한쪽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사람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언론사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고, 성추행을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식 오리발을 내민 유력 정치인의 미래는 끝이 예고돼 있다.

김어준 총수는 또 다시 미투 공작 발언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캡처사진=딴지그룹)
김어준 총수는 또 다시 미투 공작 발언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캡처사진=딴지그룹)

한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9일 방송된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서 2차 공작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 총수는 “안희정에 봉도사까지. 이명박 각하가 막 사라지고 있다”며 “(미투와) 세월호가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엮고 문 대통령과 엮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등 진보적 의제와 그 사람이 저지른 성범죄는 전혀 별개인데 엮어서 통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김 총수는 “(최근 사람들이) JTBC에 대한 불만이 있다”며 “JTBC는 이 젠더 이슈를 사회적인 아젠다로 설정한 것이고 이건 일단 박수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왜 한쪽 진영만 나오고 특정 영화 출신 배우만 나오는데”라는 의문점이 있지만 “그건 지금 얘기하면 안 되고 얘기할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게 분명하게 한쪽에 몰려있는 건 맞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폭로가 사회 인식을 바꾸고 그 다음에 시스템 개선으로 나가는 효과를 먼저 봐야한다”며 “그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 지점에 공격(공작)의 찬스가 생기고 점점 입을 다물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한 마디로 “공작은 막고 사회운동의 기회는 살려야 한다”며 자신의 결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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