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 회장, 처음 입장 밝혀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9일 광주광역시 영광통사거리 고공농성장 앞에서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노조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9일 광주광역시 영광통사거리 고공농성장 앞에서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노조제공)

[중앙뉴스=신주영 기자] KDB산업은행(산은)이 금호타이어의 새주인으로 중국 더블스타를 선택했다. 금호타이의 위기가 단순 유동성 부족이 아닌 중국법인의 부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더블스타가 경영을 맡아야 중국 사업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국·내외 다른 후보군들이 일제히 노사 갈등 이슈를 우려하는 등 더블스타 외 의미있는 협상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새주인 더블스타 선택 이유

금호타이어 주채권인 KDB산업은행(산은)은 지난2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처리 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블스타와의 자본유치 협상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산은이 지난해 말 진행한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는 4600억원, 청산가치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산은은 △채권단 공동관리는 대규모 신규자금·출자전환이 필요하고 △자율협약·워크아웃은 불투명한 중국사업으로 어려우며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은 과도한 신규자금 수요와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중국사업으로 인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외부자본유치, 비용절감, 수익성 확보와 시장점율 제고, 중국사업 정상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원매자에 경영권을 넘기는 게 가장 합리적인 처리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1994년 중국 진출 후 줄곧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2011년 중국 CCTV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품질 불량' 논란에 시달린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은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에 팔아야 중국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산은은 또 더블스타에 대해 △조속한 중국법인 정상화를 통한 경영안정 제고가 가능하고 △투자유치를 통한 유동성 확보로 신규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및 품질개선이 가능하며 △채권단의 손실도 최소화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산은이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점도 더블스타를 선택한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산은측은"국·내외 다수의 타이어사들과 접촉했지만 금호타이어의 베트남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 다소 관심이 있었을 뿐 상당수 업체들은 매수 의지가 없었다"면서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중국 공장을 보유 중이었고 특히 노사 갈등 이슈로 고개를 저었다"고 전했다.

차이융썬(柴永森) 중국 더블스타 회장이 지난 16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본사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더블스타 제공)
차이융썬(柴永森) 중국 더블스타 회장이 지난 16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본사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더블스타 제공)

더블스타 회장 "먹튀없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더블스타는 그동안 국내에서 자금력 및 기술력 열세, 입증되지 않은 글로벌 경영 능력, '먹튀'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차이융썬(柴永森) 중국 더블스타 회장(총경리)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금호타이어의 발전을 위한 것이며 '먹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차이 회장은 지난 16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본사에서 한국의 언론사와 인터뷰하면서 금호타이어 노조와 지역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먹튀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작년부터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한 이래로 더블스타 고위임원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고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이 회장은 "(먹튀 사례로 언급되는)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는 무려 14년 전 일"이라며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상하이차와 경우가 다르다는 근거로는 금호타이어 인수가 기술력을 취득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차이 회장은 "더블스타는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분야에서 금호타이어보다 우수하고 금호타이어는 승용차용 타이어(PCR)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인수 후 서로 다른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하며, 금호타이어 PCR 분야를 다른 곳에 넘길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후 고용을 보장(3년)하고 본사를 한국에 두는 등 독립경영을 하는 한편 국내 공장에 생산설비 개선 등의 투자도 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재무 악화 요인인 중국 법인의 경우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중국 타이어 시장에 적응하도록 체질을 개선해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금호타이어 측의 핵심 요구사항인 '3승계'(고용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 중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또한 장기적인 국내 사업 유지 계획이나 먹튀 방지책에 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이 회장은 2013년 4월부터 더블스타를 이끌고 있다. 그 전에는 중국 가전기업인 하이얼(Haier) 그룹에서 29년간 근무하면서 글로벌 운영부문장 등을 지냈다가 칭다오시 정부 결정에 따라 더블스타로 자리를 옮겼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사진=연합뉴스제공)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사진=연합뉴스제공)

금호타이어 노조 "국내매각해 달라"

금호타이어 노조는 “중국 더블스타는 3년 후 주식매각과 인원감축이 가능하고 5년 후에는 최대주주일 필요가 없다”며 “해외매각을 철회하는 것이 5만 지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역사회에 호소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3년 후 금호타이어는 쌍용차와 지엠 사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란 내용의 대시민 유인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현재 노조는 회사를 중국 더블스타에 넘기겠다는 산업은행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며 간부 고공농성에 이어 14일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앞서 산업은행은 이달 안에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하면 채권 상환 유예를 철회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며 해외매각이 철회될 때까지 총력 투쟁에 나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가 해외매각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먹튀’ 우려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유인물을 통해 “외환은행‧오리온전기‧하이디스‧쌍용차에 이어 GM에 이르기까지 해외자본의 먹튀 만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금호타이어 역시 3년 후 이 같은 사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에 따르면 그간 해외자본들은 헐값에 우리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 이전, 의도적 경영 악화, 법정관리 신청, 자본 철수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따라 손쉽게 ‘먹튀’했다. 노조는 중국 더블스타 역시 동일한 시나리오를 따를 것이라 보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기존 사례와의 유사성을 예로 들었다. 앞서 쌍용차와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자본들은 기술 이전이 인수 목적인 점, 한국 정부의 권한 행사가 어려운 중국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5년 뒤에 자본을 철수시킨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노조는 금호타이어의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더블스타도 이와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874개의 특허가 있는 세계 14위의 타이어기업이지만 34위인 더블스타의 매출은 금호타이어의 10% 수준이라는 점, 더블스타는 중국 국유기업이라는 점, 3년 후 주식매각이 가능하다는 약정을 맺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3년 뒤 먹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더블스타는 3년 후 주식매각과 임원감축이 가능하고 5년 후부턴 최대주주일 필요도 없다”며 “3년 후부터 국내공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광주와 곡성지역 총생산의 7%를 담당하는 금호타이어는 최소 5만명 이상의 지역민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해외매각할 경우 3년 후 지역민들의 삶이 파탄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금호타이어의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내공장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지난 7년간 흑자였고 해외 적자 구조도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회생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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