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김병준 교수에 서울시장 후보 출마 제안, 우상호·박영선의 박원순 견제, 양기대·전해철의 이재명 견제, 결선투표 실시 안 할 가능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80일도 안 남은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인 서울과 경기의 대진표가 대략 짜여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 인물난에 시달렸다가 최근 들어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와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경기지사 후보는 현직 남경필 지사로 확정했다. 

현직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서울과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각각 경선 후보들이 견제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3월초 32년 간 국민대 교정에 섰던 김 교수가 정년을 1년 남겨두고 명예퇴직했다. 바로 김 교수의 지방선거 출마론이 제기됐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위기 속 총리 후보자로 김 교수를 지목한 바 있었던지라 지리멸렬했던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당은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당 차원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1월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위해 참석한 김병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월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혁신위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위해 참석한 김병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교수는 아직 결단이 서지 않아 확답을 미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당은 이번주 내에 김 교수의 수락 여부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까지 확정짓고 본격 지방선거 체제로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일보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의 모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공격할 수 있는 최적임자이자 중도 성향을 지니고 있어 한국당의 이념적 확장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권 당시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보다 상급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abc를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는데다 한국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어 탈이념적인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물론 김 교수가 국정농단 정국에서 거국내각 총리로 불려진 적이 있지만 대중적 지명도는 낮은 편이다. 현재 한국당이 박원순 시장을 능가할 서울시장 대항마를 내기 위해서는 2011년 ‘안철수 현상’에 버금가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 하다. 

가장 최근 실시된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결과에 따르면((중앙선데이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주식회사’에 의뢰해 3월7일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85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세훈 16.8%·황교안 8.6%·나경원 8.2%·김병준 1.7%로 김 교수가 꼴지로 나왔다. 물론 지지후보 없음과 잘 모름이 63.3%라 유동적일 수 있지만 박 시장을 능가하기에는 누가 봐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미 홍정욱·이석연·오세훈·황교안 등 서울시장 후보군 영입에 실패를 거듭한 한국당 입장에서 김 교수마저 실패한다면 당내 갈등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미 당내 중진 의원들은 홍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론을 제기하고 있고 홍 대표는 “연탄가스”라고 지칭해 거세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3월8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열린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합동청사 기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경필 경기지사가 3월8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열린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합동청사 기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지사 후보는 일찌감치 남 지사를 전략공천하기로 확정했다. 한국당의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준비했던 김용남 전 의원과 박종희 전 의원은 당의 결정에 따라 수원시장 후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수원지검 부장검사 출신이고 박 전 의원은 현직 수원갑 당협위원장이라 둘 중 한 사람이 전략공천의 형태로 수원시장 후보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당의 경우 서울은 박원순 시장에게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공동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두 의원은 박 시장에게 대선 불출마 선언과 결선투표를 요구했지만 박 시장은 결선투표에 부정적이다. 박 시장은 당의 경선 룰이 결정되면 따르겠고 남은 두 달 간 서울시정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박영선(왼쪽)·우상호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자치분권개헌 국민대토론회'에서 손피켓을 들고서 자치분권 개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박영선(왼쪽)·우상호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자치분권개헌 국민대토론회'에서 손피켓을 들고서 자치분권 개헌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도도 전해철 의원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 공동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최근 실시된 경기지사 여야 다자구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17일~18일 경기도 거주 만19세 이상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48.8%·남경필 18.7%·전해철 13.4%·양기대 2.6%로 이 시장이 크게 앞서고 있다.

전 의원과 양 전 시장은 미투 검증이라는 도덕성 테스트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결선투표 도입에 찬성하고 어떤 결정이든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를 것”이라며 “결선투표 도입 여부는 혼란과 갈등방지를 위해 당 차원에서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경선 모두에 일괄 적용되는 방식으로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인 이혜경씨 및 시 직원들과 갈무리 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부인 이혜경씨 및 시 직원들과 갈무리 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민주당은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룰과 관련 결선투표제 도입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연일 악재를 겪은 민주당 입장에서 네거티브 과열을 차단하자는 내부 견해가 지배적이라 ‘단수 전략공천’ 또는 ‘컷오프 이후 원샷 경선’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것이다.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있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시끄럽지 않게 경선을 진행하자는 게 당내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 번만 경선을 치르거나 1대 1 경선을 후보들이 원할 경우 컷오프를 진행해 2명의 후보 외에 나머지는 탈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광주광역시인데 윤장현 현직 시장을 포함 7명(이용섭·양향자·민형배·이병훈·최영호·강기정)의 예비후보가 몰렸고 1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해 컷오프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앞서 언급됐듯이 서울과 경기 지역 후발 주자들이 민주적 정당성과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결선투표를 강력 주장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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