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로고(사진=산업은행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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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신주영 기자] STX조선해양이 극적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피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노사의 자구계획을 수용했다고 11일 밝혔다. 다만 큰 고비는 넘겼지만 조선업황이 좋지 않고 중국 조선업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지기 때문에 STX조선의 정상화 되기까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11일 오후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희망퇴직·외주화 등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무급휴직·급여삭감으로 '인건비 75% 감축 효과'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STX조선은 이 같은 비용감축에 더해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유휴 자산을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는 등 사업을 재편해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인력감축 중심의 일방적 노조 압박이 아닌, 노조의 선택과 노사의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며 "숙련된 기술과 강한 애사심을 가진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경영 정상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사진=kbs캡쳐)
STX조선해양(사진=kbs캡쳐)

정부와 산은 일각에서는 큰 폭의 인력 감축이 없는 노사 합의안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중소 조선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감축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은 가까스로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위기를 넘겼지만 향후 STX조선이 경영난을 원활하게 해결하고 정상화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일단 조선업 업황이 어렵다. 발주량은 부족하고 회복세는 완만하다. 지난 5일 정부가 ‘조선업 발전전략’을 통해 밝힌 업황 회복 시점도 2022년이다.

게다가 STX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몸집 줄이기와 인수·합병(M&A) 등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중국은 정부나 금융권이 해외 업체에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의 80~90%를 빌려준다. 이후 일감을 자국 조선소가 맡도록 해 수요를 창출한다. STX조선과 같은 중소형 조선사가 예년 호황기 수준으로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희망적인 요인도 있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잔량은 16척으로 내년 3분기까지 일감이 남아 있다. 앞서 1차 법정관리를 통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고, 2월 말 기준 1475억원의 가용 자금도 보유 중이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정부가 5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 발주를 진행할 예정인 점도 일감 확보를 기대해볼 수 있는 요인이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STX조선 대표이사 "2년 내 회사 정상화 최선"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는 11일 "2년 이내에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임직원들에게 밝혔다.

장 대표는 노사가 자구계획안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한 다음 날인 이날 낮 12시께 대표이사 명의로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임직원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정부가 요구한 마감시한인 9일을 넘겼지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고 어제 오후에 노사확약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며 "산업은행도 최선을 다해 정부를 설득해 마무리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모든 영업역량을 MR(Medium Range·중형)급 선박과 고부가가치 LNG벙커링선·소형 가스선 수주에 투입하고 공정을 안정화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사우 여러분 고통이 줄어들 수 있게 2년 이내에 회사가 정상화 되도록 대표이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노조에도 전향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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