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에서 마무리 된 선거권 하향 문제를 뒤바꾼 한국당, 오락가락 당론, 김홍신 작가가 주장하는 소신 투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2017년 1월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재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안전및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의 입장을 대표해서 선거권 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도 현재도 행안위 소속)은 11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국회 회의 한 두 번 들어온 분들도 아니고 소위에서 각 당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만 있다면 그것은 각 당의 입장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후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당론이고 아니고는 그분들의 입장이고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대표하는 소위위원이라는 상징성을 통해서 본인들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거를 폄훼하기 위해서 무슨 사정이 있어서 못 왔다라든지(새누리당 전국상임위원회 참석 및 윤재옥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의 병원 입원 등) 그거는 내부사정인 거다. 국회 활동은 각 개인의 활동에 의해서 소위든 상임위든 본회의든 각각의 비중은 다르지 않다. 소위에서 자유한국당의 의사는 그걸로 마무리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무리 한 의원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뒤집는 건(한국당 지도부가 조건없는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 추진을 유보) 상식적인 차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 법안소위→상임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대통령 공포의 절차 중에서 법안소위가 제일 중요한 것이냐는 물음에) 법안소위에서는 다수결도 아니고 전원합의다. 법안소위에서 통과가 안 되니까 문제인 거지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뒤에는 사실상 아무 무리없이 본회의까지 통과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116명 의원들에게 전수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몇몇 의원들은 조건없는 선거권 연령 하향에 찬성하고 있고 법안소위에서 합의해 줄 정도로 당 전체의 입장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11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입장 선회”가 중요하다며 “한국당 의원 13인(강석호·황영철·장제원·이종구·홍일표·박인숙·홍철호·정양석·박명재·김세연·신보라·김용태·김종석)의 정치적 책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정연대는 13인이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방송에서 지지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이들이 한국당의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소신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물론 어렵다. 일개 의원이 당 지도부와 당론의 뜻에 반하기는.
2009년11월18일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서 김홍신 작가는 국회의원 경험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초선의원의 당론 거부는 어려운 일 아닌가라는 물음에) 다음 국회의원을 그만할 각오없이는 못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자리가 워낙 좋다보니까 처음엔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뭐 하겠다 이렇게 들어가지만 너무 좋은 자리니까 다음에 또 해야 하는데, 말 안 들으면 못 한다. 공천을 안 주기 때문이다. 공천권자와 당론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당론을 거부하면) 미움받고 왕따를 당한다. (밥을 먹더라도) 보통 때는 부르고 중요한 일 있을 때는 안 부른다. 식사 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대하고 비판할까봐 그런다.”
김 작가는 더불어 북한 노동당의 독재적 만장일치 의사결정에 대해서 모두가 비판하듯이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당론에 이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국회의원은 스스로 “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헌법기관으로서 소신이 지켜지지 않고 당의 전체 입장이 반강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천권이라는 현실도 있겠지만 의원 개개인이 옳고 그름과 가치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측면이 더 크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진영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은 “(한국당은) 앞에선 선거연령 하향이라는 당 안팎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뒤에서는 선거연령을 하향하지 않겠다는 꼼수를 부린다”며 “13인은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자기 소신과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반대만 고집하는 당 지도부를 움직이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 [기획취재] 선거권 하향, 한국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면
- 하태경 “청소년은 이미 정치적 자유를 누릴 능력 갖췄다”
- [취재현장] 모욕당한 청소년 “꼬마애들 데려다가 소모품으로 쓰지마”
- 김용태 혁신위원장, “선거권 하향을 당에 제안한다”
- 선거권 하향 위해 ‘뭐든 다 했는데’ 정치권은?
- [이슈기획] 선거권은 “삭발까지 할만큼 절박한 문제”
- ‘고등학생’은 절대 투표하면 안 된다는 한국당
- [취재현장] “손석희 사장님 만나주세요!”
- “선거권을 눈물로 외쳐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 선거권 위해 총력을 쥐어짠다 ·· 1박2일 ‘15번’의 기자회견
- ‘꼰대’ 한국당의 변화 위해 사활 ·· 끝나지 않은 ‘선거권 투쟁’
- "선거권 19세에 위헌 판결을 내려달라"
- ‘연동형’도 중요하지만 ‘선거권 연령 하향’도 중요하다
- 한국당의 ‘선 학제개편 후 하향’ ·· 청소년 인권 무관한 ‘범주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