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의 정의당도 자진사퇴 당론 결정, 홍준표 대표와 문 대통령의 단독 회담, 바른미래당의 발끈, 노회찬 원내대표의 국회의장 직권 전수조사 요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야4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국민 여론도 돌아섰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김기식 구하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13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것인데 더 이상 가게 되면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마저 돌아섰다. 소위 ‘데스노트’로 불리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에 바로미터로 작용한 정의당이 12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다.

정의당은 사태 초반에 김 원장이 시민사회 활동과 국회의원 시절 보여준 개혁성에 초점을 맞췄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와 만난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굉장히 안타깝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계 적폐청산을 잘 할 수 있는 적임자인데 그것마저 완벽했다면(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가게 될 상황에서 거절했다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직접 나섰다. 김 원장 사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이번 일을 통해 인사 정책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글로 고백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13일 오후에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 (캡처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지)
문 대통령이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 (캡처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페이지)

문 대통령은 13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거나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도 말해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과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그것은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다. 

청와대는 12일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 등 네 가지에 대해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더불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했다”며 “피감기관이라면 수 천 개도 더 되겠지만 그 가운데 무작위로 16곳을 뽑아 자료를 받았고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다.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65차례였고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며 맞불을 놨다. 

개별 출장에 대해서도 “보훈처에서 4번, 한국가스공사에서 2번,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번, 한국공항공사에서 2번이 있었고 김 원장이 업무를 이행하지 못 할 정도로 도덕성이 훼손되었거나 일반적인 국회의원의 평균적 도덕감각을 밑돌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자진사퇴 당론을 정해 압박 대열에 동참했다. 여기서 청와대가 보편적인 국회의원의 관행 차원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역공하자 한국당은 발끈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기식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 인사 검증은 조국 민정수석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식이 잘못됐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지 대한민국 헌법기관이 그렇게 우습나. 애꿎은 선관위를 끌어들여 자신의 책임을 면하고 해임 시간끌기 하려는 꼼수마저 쓰고 있는데 대해 야당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괘씸하다”고 밝혔다.

홍 대표와 문 대통령이 긴급 회동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대표와 문 대통령이 긴급 회동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12일부터 이미 한국당과 청와대는 긴급 회동을 조율 중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는 이날 14시반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그 사실이 곧바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초로 홍 대표와의 1대 1 회담을 추진했을 정도로 정국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못지 않게 강경 모드였기에 홍 대표와의 긴급 회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오신환·김삼화·신용현·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김 원장의 의원 시절 국외 출장의 적법성을 선관위에 맡겨 따져보자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더 이상 감싸지 말고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오신환 의원이 상기된 얼굴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오신환 의원이 상기된 얼굴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언주 의원은 “잘못된 (국회의) 관행이라면 뿌리를 뽑기 위해서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그걸 핑계로 해서(모두가 다 그랬으니까) 마치 이런 사람이 사정기관의 수장이 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라며 “이런 문제를 국회에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제1야당 홍 대표와 어떤 거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퉁치고 넘어간다면 바른미래당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13일 김 원장의 고발 건과 관련 서울남부지검이 압수수색을 했는데) 동시에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은 검찰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어서 굉장히 위험한 태도”라며 문 대통령의 대응을 꼬집었다.

오신환 의원은 “민간기관이긴 하지만 법률로써 대통령이 금감원장을 임명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차재에 금융권의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는 금감원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법안을 발의하겠다”며 “19대 국회에서 김 원장과 정무위원회 활동을 같이 했을 때 도덕적으로 엄격했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데 뒤로는 부정과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동료 의원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가 지금 국회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해서 관행인지의 여부를 밝히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혹시나 김 원장과 똑같은 일이 다른 의원들에게서도 있다면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걸 통해서 물타기하려는 것은 전혀 앞 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구체적으로 김 원장의 과거 흠결이 왜 부적절한지 설명하면서 “지금 금융권의 인사채용 비리와 관련해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사퇴했다. 금융계 수장들도 관행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그런 금융권의 개혁을 이뤄내야 할 금감원장이 과거 국회의 관행으로 피감기관의 돈을 받아 갔다왔다면 그들을 어떻게 단죄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의 인식과 대통령의 인식이 정말 잘못됐고 적폐청산을 하겠다는데 앞 뒤가 안 맞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비타협적으로 가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이번 일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비타협적으로 가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도 “피감기관이나 민간 금융기관에 사실상의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본다. 직권남용죄에 있어서 그런 압력 즉 박근혜 대통령이 (권능을 이용해서 한 것처럼) 은연중에 압력을 행사한 것과 같다. 피감기관이 어떻게 정무위 간사의 말을 거절하겠나. 그런 요청을 하거나 얘기가 오갔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고 굉장히 개념이 없는 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이 문제는 관행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바로 직전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 간 사례를 전수조사 해야 할 것”이라며 “이 소식을 청와대로부터 듣는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국회의 문제를 국회가 먼저 나서서 처리해야 한다”고 입장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청와대에서 잘못된 인사를 해서 빚어진 일인데 이게 마치 대통령과 국회가 싸우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퇴를 안 시키는 방향으로 가거나 홍 대표와 문 대통령이 정무적 합의를 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오 의원은 “일단 검찰이 사법적 판단을 할 것이고 한국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는데 우리도 이번주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사퇴를 안 한다면 민주평화당과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질의에 단호한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들의 질의에 단호한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민주당의 방어 기조에 대해서 “그동안 민주당이 적폐청산과 정의를 그렇게 외쳐왔는데 어떻게 한 명의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분이 없는지 기가 막힌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되기까지 거수기에 불과했던 여당의 역할을 개탄스러워 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실제 13일에도 김현 대변인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김기식 원장 의혹 부풀리기가 점입가경이다. 하다 하다 이제는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의미 없는 문제제기를 재탕 삼탕으로 사골국물 우려먹고 있다”고 논평을 낸 것처럼 방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정무라인에 이런 당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 기회에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한다는 욕심이 생기고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고 늘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이 있었다.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이것이 진짜 일반적인 관행이었는지 묻고 글을 썼다는 것이 정말 대통령의 인식이 잘못돼도 너무나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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