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박창진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나흘 간 정당 연설회 진행, 재벌에 우호적인 사법부가 작금의 사태를 불러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조양호 일가가)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사법당국의 봐주기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이 대표와 정의당의 관점이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적 지탄과 더불어 국가기관의 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시기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2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현아·조현민 두 재벌 2세에 대한 경영 일선 사퇴를 약속했지만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4년 전 땅콩회항 때와 판박이인 사과문 내용이라는 점도 있지만 조 회장 본인의 책임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의당과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현재는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은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당 연설회를 열었다.

박창진 전 사무장과 정의당은 25일부터 26일·27일·30일 나흘 간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당 연설회를 진행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창진 전 사무장과 정의당은 25일부터 26일·27일·30일 나흘 간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당 연설회를 진행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연설회가 끝나고 대한항공의 갑질경영 피켓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연설회가 끝나고 대한항공의 갑질경영 피켓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한항공 본사 건물이 너머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한항공 본사 건물이 너머로 보인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대표는 “조양호 일가의 갑질이라고 말하는데. 단순 갑질이 아니라 폭력이자 범죄다. 조 일가를 재벌이라고 볼 수도 없다. 범죄소굴이다. 지금 촛불혁명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국정농단 책임자들이 다 감옥에 갔다. 왜 재벌들은 안 변하나. 왜 재벌들이 봉건왕국처럼 자기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 하는 행태가 그대로일까. 그동안 사법당국이 너무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 그렇다. 땅콩회항의 가해자인 조현아는 버젓이 다시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피해자(박 전 사무장)는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불공정한 사법행위 때문에 재벌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정미 대표는 강한 어조로 재벌에 봐주기 처분을 내린 사법부를 지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정미 대표는 강한 어조로 재벌에 봐주기 처분을 내린 사법부를 지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재벌 대기업에 편향적인 사법당국의 관습이 재벌의 일탈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4년 전 조현아가 제대로 처벌됐다면 오늘의 조현민 갑질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고 노회찬 원내대표도 평소 삼성가의 이병철 창업주부터 이건희 회장이 만약 지은 죄만큼 감옥에 갔다 왔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숱하게 밝혀왔다.

박 전 사무장은 “땅콩회항 이후 4년이 지났고 조현아에 면죄부가 내려졌고 지금 2018년 동생 조현민을 통해 그들의 만행이 현재 진행형임이 입증됐다.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현실, 기름 범벅이 되는 전기창고에서 오직 대한항공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국민은 태극마크 하나 보고 무한한 사랑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서비스 산업의 가장 기본인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경영자들”이었고 그들 때문에 “우리는 수치스러운 시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 노동조합의 직선제 도입 △권한만 향유하고 책임지지 않는 현 경영진 즉각 퇴진 △정치권이 필수 사업장법을 재점검해 민간기업인 항공사가 노동권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 개선 등 세 가지를 촉구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대한항공 오너가를 질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창진 전 사무장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대한항공 오너가를 질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수정 아시아나 전 노조위원장(정의당 서울시의원 비례후보)은 박삼구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미투 폭로가 있었음에도 종이 한 장의 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무마됐다며 운을 뗐다.

이어 재벌들의 범죄적 만행과 합당한 처벌없는 현실을 대비시켜 발언했다. 

권 전 위원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으로 인해 아홉 명의 피해자가 있고 쇠파이프로 때렸는데 집행유예 받았다. 최철원 전 M&M 사장(최태원 SK 회장 사촌동생)은 계약해지 된 노동자에게 2000만원을 주는 대신 야구방망이로 때렸다.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게 했고 가득찬 물잔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게 했다. 앞 차량의 간격을 바싹 붙여서 아무 차도 못 끼어들도록 하라고 했다. 갖은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그 사람에게 주어진 법률적 결과는 1500만원의 벌금 뿐이었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카)은 골프바지에 맬 허리띠를 운전기사가 못 찾았다고 폭행했다. 그러나 벌금 300만원으로 끝났다. 이재환 CJ 파워캐스트 대표(이재현 CJ 회장 동생)는 비서에게 요강까지 씻도록 했고 성희롱과 성추행도 저질렀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서 재벌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지금까지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은 관행 때문”이라며 “이런 무자격자들이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행위를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이 자리에서 꼭 다짐하고 싶다. 조씨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우리 모두 다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전 위원장은 조씨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수정 전 위원장은 조씨 일가가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연설회가 진행되는 동안 사원증을 목에 건 대한항공 직원들 7~8명이 뒤쪽에서 감시했고 박 전 사무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자 이들은 주차장으로 몸을 피했다. 

박 전 사무장은 “(대한항공 감시 직원들을 향해) 누구나 발언할 수 있다. 직접 이 자리로 와서 당당하게 발언하라”며 “이렇게 대놓고 감시받는 것이 내가 대한항공에서 고통받아온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주차된 차 뒤로 몸을 피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대한항공 직원들이 주차된 차 뒤로 몸을 피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