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건 이후 여야 원내대표 첫 회동, 민주당의 패키지 제안, 한국당은 특검만 제대로 받아들여진다면 많은 것 수용 가능, 대신 특검 불수용되면 5월 국회 전체 보이콧 경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폭행당한 뒤 다시 여야 협상이 진행됐지만 끝내 타결되지 못 했다. 허나 여야 입장이 변화했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그동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서 조건없는 특검 수용을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했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특검법을 수용하는데에 다른 것(추경·남북 정상회담 등)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조건을 내걸지 말라는 것과 특검 자체에 대한 조건(명칭·시기·내용·추천권)을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우원식·김성태·김동철·노회찬)이 7일 1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노회찬 평화와정의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모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포괄적 협상 논의를 이어가자고 해놓고서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단식에 들어간 것(3일)에 대해서 강력한 유감을 표하면서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었다.

4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은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데드라인으로 ‘5월8일 14시 본회의 개회’를 통보했다.    

5일 폭행 사건이 있었고 이로인해 예정된 회동은 불발됐고 6일도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 

이런 과정 끝에 7일 협상장에 나온 우 원내대표는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협상은 없다고 했었으니 맨입은 아니었다. 

이날 회동에서도 결국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타협에 이르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회동에서도 결국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타협에 이르지 못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 원내대표는 “패키지 협상”을 다시 한 번 전제한 뒤 4가지 차원의 조건(특검 관련·판문점 선언·7대 필수법안·7대 민생법안)을 내걸었다.

먼저 특검을 수용하지만 △5월24일 본회의에서 추경과 함께 처리 △특검 임명은 3개 교섭단체의 합의로 추천하고 여당의 거부권 인정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으로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 의장이 제안한대로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을 의결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보고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7대 필수법안인 △물관리일원화법 △대도시권광역교통법 △부패방지권익위법 △행정심판법 △국민투표법 △지방사무일괄이양법 △대통령등경호법을 처리하자는 것이고. 

네 번째는 7대 민생법안으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중소기업중소상인생계형적합업종법 △가맹사업공정화에관한법 △화물노동자처우개선법 △미세먼지특별법 △미투법도 통과시키자고 요구했다.

비상의총에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비상의총에 참석한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 원내대표의 패키지 협상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건없는 특검 수용을 주장했었고, 민주당은 특검 불수용 기조를 유지하다가 야당의 남북 정상회담 협력과 추경 처리를 이끌어내려고 했던 상태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상의총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에 온갖 사족을 달고 조건을 다는 것은 결국 특검을 받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우 원내대표를 비판하면서도 제대로 된 특검만 받아들여진다면 많은 걸 양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즉 △남북 정상회담 결의 및 비준 △조속한 추경 통과 △민생법과 경제활성화법 처리 등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 본청 밖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즉각 심의해서 완료되는대로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약속드린다. 내일(8일) 드루킹 특검 처리하고 민주당이 필요하다면 추경 처리 시한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라. 한국당은 밤을 새서라도 심사해서 가장 빠른 시일에 처리되도록 협조하겠다”며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 한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법도 빠른 시일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신 유일한 요구사항은 “특검은 특검답게 아무런 조건도 사족도 붙어선 안 될 것”이라며 “특검다운 특검”의 수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형식적으로 특검을 수용하고 내용은 사실상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특검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 우원식 원내대표의 입장이었다”고 규정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기 위해 도저히 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많은 조건을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8일 14시까지 한국당이 원하는 특검법을 민주당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로써는 천막농성투쟁도 노숙단식투쟁도 모든 것을 접고 이대로 5월 국회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말로 조건 없는 특검 수용에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통큰 제안을 하고 특검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파행시키면 처음부터 파탄내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두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는 모습인데. 민주당과 한국당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는 모습인데. 민주당과 한국당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치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리해보면 이렇게 여야 입장이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특검에 회의적이고 포괄적 협상(민주당) vs 조건없는 특검 수용(한국당) 
△조건부 특검 수용과 포괄적 협상(민주당) vs 제대로 된 특검이 수용되면 다른 것 협조 가능(한국당)

한편,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처리해야할 시급한 현안들이 너무도 많아서 조금만 민주당이 특검에서 성의를 보이면 어떻게든 국회 정상화할 생각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다”며 “민주당이 가면 갈수록 더욱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어서 특검이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정상화 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 때문에 그러는데 다시 강조하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환호와 갈채에 취해있으면 안 된다. 어느순간 비수로 변하고 손가락질로 변해서 돌아온다. 정치인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는 이날 회동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