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걸어볼 만한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과 문재인 정부 집중 공략, 시민 대변인단과 당 인력이 총동원된 선대위 조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연일 중앙 정치권의 빅이슈(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드루킹 댓글조작)에 대응해 문재인 정부를 맹공하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3일 손학규 전 국민의당 고문을 중앙 선대위원장(선거대책위원회)과 서울 선대위원장에 추대했고 6일에는 서울시장 선대위 발대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8일은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 7년을 평가하고 ‘방임·무능·거짓·특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7개의 질문을 던졌다. 

바른미래당의 생존이 걸린 문제

안 후보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를 겪고 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당대표로서 지지율을 20%로 끌어 올리겠다고 했지만 그게 요원하다 보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였다. 통합 과정에서 내세웠던 명분은 △거대 양당이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폐해 최소화 △큰 선거를 앞두고 3당은 외연확장을 못 하면 소멸됐음 △그 외연확장은 단순히 의석수만이 아니라 지지율과 미래비전이 중요 등 세 가지다. 

안 후보는 대여투쟁의 기조를 살려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의석수도 기존 국민의당의 37석에서 두 당의 합산 46석(바른정당 9석)이 되지 못 했을 뿐더러 오히려 쪼그라들었고(바른미래당 30석),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크게 올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렇게 기반이 위태로워 졌는데 남은 것은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는 일밖에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대위원장(선거대책위원회)은 3일 추대식에서 “지방선거 이후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 중도개혁의 제3세력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수락의 변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합의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개헌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 개혁의 중심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공언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지방선거 이후의 정계개편에서 바른미래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말 그대로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야 중도 정당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손 위원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 86%를 넘어섰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60%에 다다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 17곳 중 아직까지 8개 지역에만 후보를 내고 있고 그나마 서울시장 선거 하나에 기대를 해보고 있는 중”이라며 현실을 직시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CBS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4일~5일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박원순 59.5%·김문수 14.9%·안철수 13%로 조사됐다.

손 위원장이 주목하는 여론조사는 MBC가 의뢰한 것으로(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4월30일~5월1일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8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원순 48.3%·안철수 16.5%·김문수 9.3%로 조사됐는데 박 시장의 50% 아성이 무너졌고 안 후보는 김 후보를 7% 앞서고 있다.

그래도 3배 차이가 난다. 

박원순 저격

안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래캠프(본인의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7년도 모자라 서울을 앞으로 4년 더 총 11년이나 방치할 수는 없다”며 “이번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열 번에 걸쳐 서울시정의 비전과 전략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메가시티 서울의 행정가로 박 시장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전에 “박 시장이 서울시민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개 질문에 대해서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도 만약 답이 없다면 모두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겠다”고 단언했다.

이날 안 후보는 주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공론화 된 이슈를 활용했다. 수위가 매우 높고 그것은 지지율 격차를 반증하기도 한다. 박 시장 측은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박 시장을 한 마디로 표현해서 “좋은 마을 디자이너였지만 메가시티 혁신가는 아니었고 수 만명의 유럽 중소도시를 흉내내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이었다”고 규정했다.

방임의 ‘미세먼지’와 ‘노인복지’

구체적으로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서 이미 많은 질타를 받았듯이 안 후보도 방임했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처음 몇 년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 같다”며 “알고 나서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해서 3일간 150억원을 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이를 방증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1년 노인 인구 1000명당 2.31개였던 노인복지시설 수는 2016년 기준 1.98개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부각했고 “23만명의 독거노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6일 선대위 발대식에 전부 모인 바른미래당의 지도부. (사진=박효영 기자)

무능의 ‘청년정책’과 ‘도시재생’

무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의 합계 출산율 0.84명과 실업률 5.1%를 연계해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출산 파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도시재생은 강남북 격차해소를 구호만 외치고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서 “개발이 필요한 강북은 사실상 재생만 강요하고 강남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반대로 강남 4구의 재건축을 집중적으로 승인하고 강북은 도시재생 사업을 확대한다”며 그 도시재생 사업도 “마을에 페인트칠하고 보도블럭 교체하는 환경미화로는 젊은이가 모여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거짓의 ‘위험 외주화’와 ‘임대주택과 채무 감축’

안 후보는 구의역 사고와 같은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라며 사람을 중시하는데 왜 위험한 일을 사회적 약자에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를 그대로 뒀냐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 메트로의 책임이 큰데 그곳의 수장과 요직에 박 시장의 측근을 포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7개의 질문을 박 시장에게 던지고 이후 공약을 차례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공공 임대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나 건설했는지 말이 달라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 국감 땐 16만호를 지었다고 했고 출마선언문은 12만호를 지었다고 자랑했지만 올해 공약 이행 현황은 9만호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이어 “확인하기로는 2012~2017년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서울에 공급한 공공 임대주택은 6만4059호다. 박 시장 집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박 시장의 최대 업적이라는 채무 8조원 감축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마곡·문정·위례 신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에 투자했던 비용이 개발 후 회수된 것이고 이는 시정을 잘 한 결과가 아니라 자산의 매각을 통한 숫자놀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 시장 재임기간 동안 1조3000억원 이상 늘었다. 박 시장 취임 후 국가 예산이 44% 증가하는 동안 서울시 예산은 55% 증가할 정도로 돈을 펑펑쓰고 서울시민의 세 부담 증가율이 높았지만 부채는 더 증가했다”고 세게 비판했다.

특혜의 ‘시민단체 코드예산’

안 후보는 “서울시청 6층은 낙하산 착륙지점이자 박 시장 측근의 놀이터라고 불린다”며 “그곳에서 시민단체를 위한 코드 예산이 기획 집행된다”고 주장했다. 비유하자면 “재벌이 자녀에게 자회사를 만들어주고 일감을 몰아주듯 박 시장은 친분있는 인사에게 일감을 몰아준다”는 설명이다. 
 
안철수의 시간? 

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게 바른미래당의 현실이다. 안 후보의 선대위 캠프에는 손 위원장부터 현역의원과 당의 모든 인력이 전부 투입됐다.

6일 15시 서울 홍대 그린클라우드 카페에서 열린 선대위 발대식은 거의 전당대회를 방불케했다. 

발대식 장소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찼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도부의 연설은 웅변과도 같이 전부 목에 힘이 들어갔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이 숨겨놓았던 보배 중의 보배인데 먼저 서울시의 개혁과 서울시민의 행복을 위해 큰 선물로 바치는 날이 오늘”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1번 후보는 다 보여준 사람이다. 2번 후보는 경기도에서 다 보여준 사람이다. 진짜 변화를 원하면 3번 찍어야지 않겠나”라며 “다른 시도지사 후보들이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지만 중앙당에서 안철수 후보 원하는 대로 사람 다 갖다 쓰고 있는 돈이라도 아껴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이 생명”이라며 “우리 국민은 남북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고 판문점 선언은 선언이고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정부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음을 밝혔다.

박주선 대표는 보배를 서울시를 위해 먼저 바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대표는 다른 지역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강한 어조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위원장은 “워라밸이라는 말을 아는가.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세상. 다시 말해서 저녁이 있는 삶이다. 우리 워라밸을 안철수가 서울에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시중에는 김정은, 리설주, 김여정이 온통 밥상의 화제가 돼서 사람들 눈이 멀어 있다. 선거가 갈 데가 없다. 박원순 후보는 이러한 세상 분위기에 딱 뒤로 숨어서 선거 운동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대로만 가면 이긴다는 말”이라며 박 시장의 선거 대응이 오만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상깊었던 것은 △지도부와 현역의원의 총출동 △이준석과 김근식 △분야별 시민 대변인 △바른미래당의 모든 에너지를 투입한 선대위 면면 등 네 가지였다. 

이준석 위원장은 노원병에서 첫 국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근식 교수는 선대위 캠프에서 일하기로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서울 노원병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세력 분열로도 비화됐다.

하지만 김 교수의 공천 포기로 잘 마무리됐고 이날 두 사람이 안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위원장은 예정대로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김 교수는 선대위의 미디어본부장 겸 대변인을 맡게 됐다.  

10명의 시민 대변인은 정영근(우리가족)·장자경(가족살림)·이동성(장애인)·정정은(당당한여성)·구형모(힘내라청년)·홍사장(골목살리기)·장은선(미래정치)·김건우(으라차차청년정치)·양복철(시니어)·김재린(도전하는청년정치)씨가 맡아 각각 한 마디씩 안 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정영근(우리가족)·장자경(가족살림) 대변인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동성(장애인) 대변인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사장(골목살리기) 대변인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재린(도전하는청년정치) 대변인은 소셜펀딩으로 선거자금을 거뜬히 모았다며 바른미래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선대위의 조직은 아래와 같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이혜훈 부위원장·김성식 부위원장
△오신환 공동선대본부장·이태규 공동선대본부장·장성민 공동선대본부장
△오세정 미래서울특별위원장·진수희 행정혁신특별위원장
△김도식 후보 비서실장·이상민 공보실장
△최단비 대변인·권성주 대변인·황유정 부대변인·홍경희 부대변인
△최임광 시정자문위원장·임재훈 특보단장·백현종 종합상황실장·정찬택 운영지원실장
△정득모 기획본부장·이익준 기획부본부장·채이배 정책본부장·김혜준 정책부본부장·이태흥 정책부본부장·이현석 전략홍보본부장·장환진 전략상임부본부장·주신 전략부본부장·지상욱 시민소통본부장·이동섭 조직총괄본부장·김용성 조직총괄부본부장·김용배 조직총괄부본부장·김삼화 직능본부장·황한웅 직능부본부장·임내현 대외협력본부장·오준환 대외협력부본부장·김철근 공보본부장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안 후보는 “곧 야권 전체의 대표선수인 안철수의 시간이 온다”며 “6월에 1등은 기호 3번”이라고 3행시를 지어보였다. 

인간 안철수는 원래 유명했지만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이후부터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안 후보는 이날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뒤 전국으로 청춘 콘서트를 다니고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까지 전국민이 인정하는 그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환기했다. 

“금수저까지는 아니었지만 은수저 이상은 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좋은 학교 나오고 괜찮은 직장 갖고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정말 단 한 순간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위해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혁신을 이뤄냈고 성실히 살아왔다. 그리고 그 도전의 성과를 나누며 살았다고 자부한다. V3 백신을 이웃과 나눴고 회사를 동료와 나눴다.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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