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충남 예산지역에 ‘예덕상무사’라는 보부상 단체가 있었다. 이들의 상업 활동은 4가지 계명이 있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었지만 장사꾼으로서의 금도를 엄격히 준행하였다.

이런 결과로 장사가 잘되어 부와 신뢰를 쌓고 인근 서산, 해미, 당진, 홍성을 드나들었다. 이렇게 활발한 상업으로 예덕상무사는 교통과 물류의 축이 되었다. 지금도 그들의 정신을 잇는 ‘보부상놀이’가 민속축제로 해마다 4월말에 개막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돈을 벌면 국토방위와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부금을 내는데 앞장서 왔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항일운동의 향도가 되었다.

왜, 그들은 못 배웠고 천민출신의 등짐장수였지만 많이 배우고 선비연하는 사람들보다도 잘 살아갈 수 있었는지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때 세상은 지금과 상황이 달랐지만 지도자의 이념과 실천이 도덕성으로 무장되었다. 그러니 대원들이 따르고 존중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사회의 핵심축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미투에 연루된 공직자, 그리고 유관업체로부터 향응과 예우라는 명분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이들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니 고위공직자는 물론 국회의원, 장·차관들에 대해 존경은커녕 그들을 깔보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만연되어 이들이 천대받는 세상이 될까 걱정이다.

필자가 어릴 때의 일이었다. 대통령, 부통령, 법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너의 꿈이 무엇이냐?”
“국회의원?”
“너는?”
“저는 법관요…….”
“너는”
“저는 장면 할래요”

이 말에 우리들은 하하 웃고 말았다. 이렇게 고관을 선망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마구 동네 강아지처럼 불러댔다. 이게 무슨 이유일까? 심층 연구해보지 않아도 탈권위주의라는 미명아래 조롱하고 멸시하는 태도가 만연되어 있다.

지금 순간도 이런 행태가 민간에 널리 유행처럼 퍼져있다. 이는 분명 고쳐야할 고질이다. 내가 남으로부터 존경받고 싶으면 나도 남을 존중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학교나 가정에서부터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예산의 예덕상무사 보부상들은 학교 문전에도 간 일이 없다. 그러나 예의와 염치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사계명이 엄존하여 이를 지키는 노력을 준행했다. 헛된말 않기, 패륜행동 하지 않기, 음란을 하지말기, 도적질 안하기.

세월이 흘렀다. 아주 많이. 그래도 이런 전통이 예산지역에 남아있다는 것은 주민들의 긍지이고 자부심이다. 

지금 시중에 장사가 안 된다고 상인들이 울상이다. 보부상들의 삶을 한번 반추해봄직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의 지도자는 스스로 도덕적이면서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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