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 철학과 사려가 담긴 차별화 된 기념식 진행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8년이 흘렀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명실상부 국가적 기념일이자 역사로 인정받게 됐다. 

18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북구 망월동의 5.18 민주묘지에서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라는 주제로 ‘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됐다.

2013년 취임 첫 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월동 국립묘지에 방문했었고 올해에는 자유한국당이 “고귀한 희생과 깊은 아픔은 우리 가슴 속에 자유와 민주의 꽃으로 피어나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원내 모든 정당 대표들(추미애·김성태·박주선·조배숙·이정미)이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내 모든 정당 지도부(추미애 김성태 박주선 조배숙 이정미)가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전국민적인 손가락질이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가 됐고 그의 회고록 출간에는 법원의 출판금지 가처분신청 조치가 취해졌다. 북한군 개입설을 퍼트리는 자들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게 됐고, 일베(일간베스트)의 망언과 일해 공원(경남 합천군에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조성)의 움직임이 있지만 이것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나치와 같이 지탄받는 몰상식한 일이 됐다. 

5.18 당시 미국 국무부의 비밀 문서에 “최종 진압 작전의 책임자로 전두환”를 지목하고 있었다는 것도 SBS의 보도로 드러났다.

유시민 작가는 17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전두환씨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사람이라면 자기가 직접 그렇게 하라고 안 시켰다 하더라도 결국 자기가 집권하기 위해 벌인 일이다. 그때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나고 나서 계엄 해제하고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선거를 했으면 정권교체가 안 됐다고 하더라도 87년처럼 민주화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보안사령관 하고 있던 사람이 나서서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 그 모든 살상을 저질렀다. 이거는 전두환씨가 이 모든 사태의 주역이었고 주동자였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장·보안사령관·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을 겸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좌지우지하고 최규하씨(당시 대통령 대리)를 끌어내리고 자기가 대통령되고 그 다음에 또 선거인단 제도 만들어서 대통령을 두 번 했다. 그러면 이런 것에 대해서 최소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든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옛 묘역 길목의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한 전 전 대통령이 세운 비를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가 1989년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묻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해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윤상원 열사의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라는 유언으로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이 총리는 윤상원 열사의 뜻이 맞았고 결국 광주는 승리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광주는 기다리며 싸웠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고 광주는 늘 맹세했다”며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 속 역할을 강조했다. 

광주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신군부의 정권찬탈 저지·대통령 직선제·민심에 따른 정권교체·남북 협력과 평화’였지만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고 암울한 현실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역사의 승리는 비로소 실현됐다는 설명이다. 5.18이 2년 전 촛불 혁명으로 부활했다는 것은 작년 문 대통령의 기념사와도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이 총리는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며 △진실규명 △역사의 복원과 보전을 약속했다. 

집단발포에 대한 최초 명령권자, 헬기사격과 폭탄을 장착한 전투기 출격 대기, 계엄군의 집단 성폭력, 전두환 정권의 문서 조작과 진실 은폐 등 아직도 진상규명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 있고. 오는 9월 특별법에 따른 5.18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는데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사격 증언(89년 광주 청문회)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했고 이로인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날 행사는 1시간 남짓 진행됐는데 38년 전의 역사 속 한복판으로 돌아간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전옥주씨는 당시 트럭에 타 광주 전역을 돌며 마이크를 들고 방송을 했다. (캡처사진=jtbc)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부르고 있는 뮤지컬 가수 민우혁씨. (캡처사진=jtbc)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들. (캡처사진=jtbc)
실제 이귀복씨는 아직도 찾지 못 한 아들 이창현씨에 대해 말했다. (캡처사진=jtbc)
마사 여사는 한국어로 말문을 뗐다. (캡처사진=jtbc)

실제 5.18 당시 계엄군의 폭력과 참상을 알렸던 전옥주씨의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달라”는 외침이 재현되면서 행사가 시작됐고.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 출연한 배우 김꽃비·김채희 씨가 사회를 맡았다. 영화 ‘택시 운전사’로 널리 알려진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 외의 외국인 증언자들(아놀드 피터슨 목사·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유가족들도 자리를 채웠다.

△뮤지컬 배우 민우혁씨의 ‘부치지 않은 편지’ 노래 △헌화 및 분향 △양희승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의 경과보고 △국민의례 △이낙연 총리의 기념사 △기념 뮤지컬 공연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여사의 기념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특히 지금까지도 7세 아들(이창현)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이귀복씨의 사연으로 극화된 공연은 이목을 끌었다. 이씨는 공연 중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애끓는 마음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고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항해 이기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역사에 남겨줬다”며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추념사를 남겼다.

이어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다”며 “국방부·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가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