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청년 헌장, 청년에 대한 보편적인 기본권 보장하는 패러다임 바뀌는 법률
청년 정책에 대한 국가의 계획 수립 의무화·컨트롤타워·청년 참여·지원으로 구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겹도록 듣는 청년 실업,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내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을 포기한 청년의 현실) 등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마주하는 벽은 높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가 간만에 값진 일을 했다.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가 사상 최초 여야 합의로 ‘청년 기본법’을 만들었다. 미래특위가 구성된지 6개월 만이다. 

임한결 우리미래(청년 정당) 청년정책국장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 기본법은 청년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근로 중심의 청년 정책에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청년의 삶 자체로의 변화 차원으로 봤기 때문에 통과되는 게 중요했다”며 “무엇보다 상향식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서울시의 청년 기본조례가 먼저 만들어졌는데 이게 전국화되고 입법화 된 셈이다. 서울시의 경험을 면밀히 검토해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청년 정책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보편적 기본법으로서의 신호탄이라서 사상 최초인 것이다. 일종의 ‘청년 헌장’인 셈인데 다른 세대와 주체를 위한 기본법 제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래특위 소속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 간사)·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 간사)은 18일 5시간이 넘도록 토론을 진행한 뒤 법안의 기본틀을 완성했고 법안소위에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합의안이 도출됐다. 21일 미래특위위원장인 이명수 한국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법안이 제출됐다.

청년기본법 발의와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노력해왔던 신보라 의원. 신 의원은 이번 합의에 대해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사진=신보라 의원실) 

왜 꼭 청년일까. 아동, 장애인, 노인, 여성 등 많은 주체가 있는데. 모든 주체에 대한 관련 정책이 충분히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청년은 이제 막 사회에 진출했는데 경제적 기반이 없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 했고 지독한 청년 실업의 구조적 문제로 유독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 주거, 교통, 에너지, 문화, 교육 등 뭐 하나 인간답게 살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마련하기에 녹록치 않은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도 ‘일자리’인데 결국 일하는 청년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기본법은 2030 청년의 생존권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무엇보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안에 근거를 마련해 뒀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신보라 의원 등 여야 할 것 없이 관련 법안이 7개나 발의됐지만 논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소관 부처를 기획재정부로 할지, 고용노동부로 할지 고민이 있었고 청년의 나이 규정을 18세부터 34세로 할지 19세부터 34세로 할지도 생각이 달랐다. 결론적으로 소관 부처는 국무총리실로 규정하고(각 부처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 나이는 후자로 정해졌다.

기본법의 골자는 △기본 이념 △국가의 계획 수립 의무화 △컨트롤타워 △참여 △지원 등이다.

이명수 의원은 청년미래특위위원장을 맡아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명수 의원은 청년미래특위위원장을 맡아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먼저 기본법 2조는 “청년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 건전한 민주 시민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했고 4조와 5조에서는 “청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책무와 청년의 권리와 책임을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7조에서 “대통령령으로 청년의 날을 만들고 해당 월을 청년의 달로 지정”하도록 했다.

두 번째로 8조와 9조는 “국무총리는 청년 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서 시행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매년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 했고 10조~12조에서는 “국무총리는 관련 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해 청년 실태조사와 정책 연구 등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세 번째 컨트롤타워의 측면에서는 13조와 14조에 청년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의 ‘청년정책조정위원회’(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부위원장 2명을 포함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를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실무위원회’와 ‘사무국’을 설치하도록 했다. 지방정부에도 시도지사 소속 ‘지방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했다.

청년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데 청년의 참여가 제일 중요하다. 이를 위해 15조는 각 추진 기구의 장에게 정책결정 과정에 청년의 참여와 의견 수렴을 보장하도록 규정했고 활동을 위한 각종 위원회의 위촉직은 대통령령으로 청년 비중을 높이도록 했다. 16조에서는 각 부처의 장관과 시도지사에게 소속 공무원 중 ‘청년정책책임관’을 임명하도록 했다.

(자료=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
모든 분야에서 청년의 자립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청년 기본법. (자료=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

마지막으로 각종 지원 근거는 기본법의 하이라이트로 17조부터 24조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용 촉진·일자리 질 향상·창업 지원·능력 개발·주거 지원·복지 증진·금융 생활·문화 활동·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의 자립을 도울 수 있고 25조와 26조에서는 여러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27조는 국무총리에게 행정안전부장관으로 하여금 청년 친화 도시를 지정하고 특별 지원하도록 규정했고 28조부터 31조는 청년 단체와 시설에 대한 조세감면의 근거를 명시하고 청년 발전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청년 정책에 대한 국회 보고를 의무화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나 우려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18일 열린 미래특위 전체회의에서 “총리 산하 많은 위원회들이 있다. 이 위원회들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각별한 의지와 또 우리 국회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여러 지원 조항들이) 기본법의 특성상 선언적 조항이 많다. 앞으로 실질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된다”고 조언했다.

신보라 의원은 “미래특위는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상임위가 아니다 보니까 저희가 이것을 공동 발의하게 되더라도 또 어느 상임위에 배치를 해서 법안심사소위를 또 거쳐야 하는 장애물이 있다”며 “기획재정위, 여성가족위 혹은 정무위에서 기본법을 다시 병합 심사하게 되는 과정들이 있는데 거기 계신 의원들이 우리 미래특위 위원들이 합의한 이 결과물을 존중해서 꼭 통과시켜 주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변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추후 과정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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