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통 검사 2명 대통령에게 추천, 대통령이 이번주 내 1명 최종 임명 예상, 야당이 속도전으로 합의한 배경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특별검사법의 본회의 통과로 한동안 잠잠했던 드루킹 게이트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야4당 3개 교섭단체(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가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이 추천한 4명의 특별검사 중 2명을 결정했다.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김성태·김동철·장병완)는 4일 오전 서울시 강서구의 모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진 뒤 특검 선별에 대해서 논의했고 13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정혁·허익범 변호사 2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3인은 이날 회동 장소에 대해서 극비리에 부쳤다. 기자들은 회동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 알 수 없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야당 입장에서 정치적 효과가 있으려면 최대한 빨리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 좋기 때문에 변협이 3일 후보 4명을 추천한지 하루만에 야당의 합의가 이뤄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증거인멸, 부실수사, 축소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특검이 이뤄지도록 오늘 대승적 합의를 했다”고 말했고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특검은 파견검사와 공직자들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지휘력과 통솔력 두 가지 측면을 중요한 덕목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공안통 검사 출신인 두 변호사는 누가 봐도 야당의 정치적 바람이 담겨있는 선택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판단과는 달리, 야당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혐의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넘어 민주당과 청와대의 연루까지 의심하고 있고 특검이 최대한 그런 방향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특검법(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12조에 따라 “수사대상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고 6월 말과 7월 초에 여러 수사 소식이 브리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야당은 지방선거 결과의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두 변호사를 지체없이 선택한 것으로 읽혀진다.

임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는 검사장 출신으로 2012년 대검 공안부장일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을 맡아 무려 462명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제주 강정마을 반대시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시위 등 진보진영 인사들이 수사 대상이었을 때 엄격하게 처리한 전력이 야당의 선택을 받은 요인이 됐다.

허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는 검사장 출신은 아니지만 2007년 뉴라이트 관련 300여개 단체가 합심해서 조직한 ‘나라선진화 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자문 변호사단으로 활동한 바 있어 야당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망언으로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는 아무래도 극우 단체라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될 수 있지만 야당은 “변협에서 추천한 거니까”라며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따로 기자들을 불러 티타임을 가졌고 여기서 합의 뒷 이야기와 이번 특검에 대한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따로 기자들을 불러 티타임을 가졌고 여기서 합의 뒷 이야기와 이번 특검에 대한 기본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열린 티타임에서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임정혁 변호사를 원했고 한국당은 허익범 변호사가 어떻게든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피력했다. 다른 분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허 변호사를 선호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2명으로 압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까지 한국당이 허 변호사를 선호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아무래도 성향이 자신들과 조금 더 비슷해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까지 (한국당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둘 다 공안통인 것에 대해서는 “누가 적임자인가만 가지고 판단했다. 권력의 외압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진실규명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분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무슨 특수통인가 공안통인가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특검은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하는 어렵고도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다”며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두 법률가란 입장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번 특검의 성격에 대해 “진실의 특검, 정의의 특검, 국민의 특검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이 특검이 법과 정의를 가볍게 여기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고 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드루킹 댓글조작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정봉주 전 의원 미투 사건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 조폭연루 의혹 △문대림 제주지사 후보 골프장 명예회원권 의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의 욕설 논란 △특별감찰관 21개월 동안 공석 등 조목조목 각 이슈 때마다 민주당의 대응 사례를 열거하며 “불법과 부정 앞에 반성하기는 커녕 큰소리만 치는 민주당의 그 뻔뻔한 작태가 결국 대한민국의 법치와 준법 정신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보기에 민주당은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 측근과 민주당 인사가 개입됐다는 이유로 뭐가 문제냐며 큰소리치고 책임을 회피”하는 내로남불의 성격이 강하다.

한편,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과 4일 논평을 내고 “대한변협이 추천한 4명의 후보 모두 검찰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분들로서 특검 자격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운 분들”이라며 “야당의 드루킹 특검 합의 추천을 존중한다. 이제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 국회와 정당이 관여할 공적 절차는 다 마쳤다. 여야는 이제 더 이상 이 사건에 관한 정치적 공세를 자제할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내에 1명을 최종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특검은 20일의 준비기간 동안 ‘파견 검사 13명·파견 공무원 35명·특검보 3명·특별수사관 35명’을 임명 추천하게 되고 이 절차가 마무리 되면 60일 간 수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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