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칼럼니스트(자료사진)
전대열 칼럼니스트(자료사진)

[중앙뉴스=전대열]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을 싱가포르 담판은 우여곡절 끝에 612일 열기로 확정되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여기에만 쏠려 있다.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기까지는 남북미 3자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래 호사다마라는 말도 있고, 맛있게 먹던 국에 콧물을 떨어뜨린다는 말도 있다. 잘 나가는가 싶더니 김정은이 김계관과 최선희를 시켜 미국의 부통령과 안보보좌관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것이 결국 제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가 단연코 김정은과의 회담을 취소해 버린 것이다.

이에 당황한 김정은이 재빨리 문재인에게 SOS를 쳤고 운전자를 자처하던 문재인이 드디어 그 자격을 십분 발휘한 것이 결렬되었던 회담을 살려낸 것이다. 문재인의 진가는 여기서 빛났다.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지지부진했던 실무단위의 회담을 전 방위적으로 진전시켰다.

미국의 성김과 최선희는 판문점, 미국과 북한의 의전 경호팀은 싱가포르 그리고 김영철과 폼페이오는 뉴욕에서 각각 북미정상이 만났을 때에 대비한 로드맵을 완성시켰다. 마지막으로 김영철은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에게 김정은 친서를 전달하고 문자 그대로 칙사 대접을 받았다.

이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핵을 폐기하는 방법을 두고 마지막 담판만 남았다. 그런데 그 날이 하필이면 612일이다. 한국의 지방선거가 그 이튿날인 13일에 치러진다. 이러니 선거가 뜨뜻 미적지근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입후보한 사람들이나 적극 지지자들은 선거에만 올인한다.

어느 선거구나 관계자들의 관심은 자기가 미는 후보자가 당선하는 것이지만 유권자들은 선거를 계기로 출마자들의 자질과 정책을 살펴볼 가장 좋은 기회다.

대체로 우리 유권자들의 성향을 보면 선거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누가 되더라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하는 일종의 자포자기한 심정을 서슴없이 내비친다. 경상도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한다던가. 그러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투표 당일 출구조사가 잘 안 맞는다는 비판이 많게 된 것은 유권자의 깊은 심중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자기방어 심리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는 기초 광역의 의원과 단체장을 모두 뽑는다. 게다가 12군데의 국회의원 재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며 교육감선거까지 함께 치르는 대규모 선거다. 꼴뚜기도 한 철이라는데 이 판에 온갖 정당들이 모두 나섰다.

선거는 정당이 제대로 나서줘야 힘이 실린다. 이번에도 주요정당은 물론 군소정당까지 앞장서 후보자를 냈다. 적지 않은 기탁금까지 내면서 입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선거운동을 치르기 위해 집도 팔고 논도 팔았을 것이다.

다행히 당선을 하거나 15% 이상의 득표를 하면 모든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보는 패가망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교육감은 정당추천 제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운동비용을 모두 혼자서 부담하기 때문에 선거 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뒷소문도 있다. 그래도 선거는 일종의 축제처럼 진행된다.

남들이 볼 때에는 도저히 당선 근처에도 갈 것 같지 않은 후보도 선거연설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경륜과 포부가 대단하다. 도전정신이 충만하다는 것은 시민의 민주의식이 고정적인 일반상념을 뛰어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선거구는 아마도 서울시장 선거가 아닐까. 서울시장 출신으로 대통령을 지낸 분은 윤보선과 이명박이다. 지금도 서울시장에만 당선하면 다음 코스는 대통령이라고 점찍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각 정당마다 서울시장 후보를 낼 때에는 반드시 거물급 인사를 추천한다.

이번에도 집권 민주당은 치열한 경선을 거쳐 박원순을 3선고지에 올리는 운동을 전개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경기지사를 두 차례 역임한 김문수를 내세워 고지탈환을 위해서 맹렬히 추격한다. 바른미래당은 7년 전 서울시장 보선 때 박원순에게 양보하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안철수를 내보냈다.

이들 세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울시장에 당선하기만 하면 차기 대선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그들의 정치적 캐리어가 그 것을 보증한다. 이들 말고도 서울시장 후보는 여섯 명이나 더 있다. 정의당에서 서울시당위원장이며 전 대변인 김종민이 나와 학생운동권 출신다운 공약을 내걸었다. 김진숙은 민중당 간판을 걸고 최저임금 노동자임을 표방한다.

대한애국당 인지연은 미국변호사인데 북진자유통일이라는 오래된 모토를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녹색당 신지예는 성평등과 동물병원설치를 공약한다. ‘85년생 우인철은 우리미래당 공천자로서 청년허브 일자리를 확보하겠단다. 친박연대의 최태현은 카이스트에서 전기 전자공학연구로 석사졸업자인데 첨단 교육과학 기술도시를 만들 포부다.

이들 중 김진숙(39) 인지연(45) 신미예(27)는 젊은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으로 도전장을 냈다. 모두 훌륭한 식견과 경륜을 가지고 있는 후보들이지만 선거 초반 판세는 126약이다.

선거는 오늘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뚜껑을 까면 달라지는 수가 얼마든지 있다. 1표차로 당락이 결정나는 수도 흔하다. 모든 후보들이 최선을 다하여 정진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거를 치르는 방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부정이 스며들 틈이 없는 공정선거는 유권자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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