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적... 자식과 갈등보다는 혼자가 편해
노년층 지역감정 버릴 수 없어...젊은층 진보 보수로 선 그어
북한, 그 속 어떻게 믿어... 돈만 날리게 될지
앞가림 못하는 젊은 세대, 기성세대가 일조

지난 6.13 지방선거의 사전투표 첫날, 탑골공원의 노인들 관심은 선거 관련에 쏠렸다 (사진=신현지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의 사전투표 첫날, 탑골공원의 노인들 관심은 선거 관련에 쏠렸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난 8일은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다. 중앙선거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376만여 명의 투표로 사전투표율이 8.77%로 집계되었다.

과거 첫날 같은 시각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17년 5월 대선 사전투표율(9.45%)보다는 낮지만 2014년 6·4 지방선거 사전투표율(3.93%)과  2016년 4월 20대 총선 사전투표율(4.46%)보다는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5.87%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이어 전북 13.50%, 경북 11.75%, 강원이 10.74%로 각각 나타났다. 반면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지역은 대구지역으로 6.89%이었다. 이어 경기 7.03%, 부산 7.50%  서울 7.82%로 각각 나타났다.

투표자 수는 경기도가 유권자 1천53만2천27명 중 74만951명이 투표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서울 (65만5천205명) 7.82%, 인천은 4.42%(17만8천367명)로 집계되었다. 


또 이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평균 사전투표율도 9.27%로 낮지 않게 나타났다. 

이처럼 이번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각 정당과 후보 진영에서 지지층 투표 독려를 위한 캠페인에 총력전을 벌인 결과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어르신상담센터, 노인들 고민해결의 전문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서울어르신상담센터, 노인들 고민해결의 전문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매일아침 5천원 들고 탑골공원으로 나와

한편 이날 본지는 노년층의 민심을 엿보기 위해 그 모임 터인 종로3가의 탑골공원으로 나섰다. 역시나 노인들의 홍대거리로 통하는 탑골공원의 북문과 낙원상가 사이 100m 구간의 ‘낙희 거리’엔 곳곳에서 모여든 노인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하루면 수백 명의 노인들이 나와 춤을 즐기고 간다는 국일관 주위와 ‘송해거리‘ 일대는 한껏 멋을 부린 남녀노인들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바쁜 걸음들이었다. 

낙원상가 건물 안의 실버 영화관과 LP 음악다방, 이발소, 당구장 등도 이곳이 ’노인의 특화거리‘라는 것을 설명하듯 삼삼오오 둘러앉은 노인들로 성업 중이었고 노인들 역시 그들만의 공간에서만큼은 세월을 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노인들만 이곳 거리를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노인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3~4천원 저렴한 식당들이 많은 이곳을 이용하려는 젊은이들도 상당했다.

특히 탑골공원 맞은편의 즐비한 학원에서 나오는 학원생들은 노인들 속에 섞여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이 전혀 이질감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정치·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세대 갈등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 간격의 차가 얼마만큼의 큰 것인지는 살펴볼 일이었다. 

정치·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젊은 세대와의 갈등..혼자가 편해

 “가들은 가들대로 살면 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살면 되는 거지 서로 얼굴 붉히고 아웅다웅 할 건 없어.” 
 대로변을 벗어나 좁은 뒷골목의 허름한 국수집에 앉은 노인이 내뱉는 말이었다. 매일같이 탑골공원을 찾는다는 박상철(68세) 노인이었다.

아침에 아들과 한바탕 한 것이 여전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며 같은 일행에게 하는 소리였다. 이에 같은 일행 중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그러니 자식 며느리 눈치 보지 말고 나처럼 혼자 사는 게 뱃속 편한 거여.”라고 마치 장기판의 훈수 두듯 말을 했다.

그런 박 노인의 일행은 종로에서 처음 만나 친분을 가진 사이로 매일아침 5천원을 챙겨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면 교통비는 안 들어가니까. 5천원이면 막걸리 한잔 마시고 국수 한 그릇 먹고 그러면 됐지 뭐가 필요하겠어.” 

박 노인 일행에게 이번 6.13선거 투표 참가 의향을 묻자 그들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한 건데 뭘 묻냐는 듯 떨떠름하게 쳐다보다 하나 둘 일어나 국수집을 나가버렸다.

정치에 관해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를 얼굴 가득 그려내면서. 젊은 층이었다면 정치 아닌 그 무엇이라도 쉽게 속내를 털어냈을 것인데 앞선 세대들은 역시 자유롭지 못했던 말의 중압감을 털어내지 못한 눈치였다. 

 잠시 후 멀찍이 노인들의 뒤를 따라 탑골공원으로 향하자 공원 입구에 도서를 진열한 도서차량이 먼저 눈에 띄었다.

노인들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도서차량이었다. 카드를 만들면 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으니 카드를 만들라고 권하는 노인은 도서차량과 관련한 사서도우미. 한 달에 27만원을 보수로 받는다면서 사서도우미 경쟁이 심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우선 자격조건은 저소득층에 운전면허 소지자라야 사서도우미를 할 수 있다고. 

“사서도우미가 모두 15명인데 3~4명씩 오전과 오후로 교대로 혀,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나는 운전경력 30년도 넘어, 거기다 여태 난 무사고여.” 

한편 이날은 무료 문구차량 맞은편으로는 빨강상담소라 문구가 새겨진 버스도 보였다. 2009년 서울시가 설립한 노인전문상담센터 차량으로 매주 월.수.금,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일대를 나와 노인들의 고민해결의 전문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에 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노인들은 일반상담에서 법률 세무 관련까지 상담을 진행하는데 대부분 할아버지들이 이용하신다.”고 말했다. 특히 자식들과의 갈등이나 성에 관련해서는 할머니 내담자는 드물다고. 

탑골공원 일대에 무료 도서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탑골공원 일대에 무료 도서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6.13선거... 인물이 아닌 당을 보고 찍으니 문제

그곳을 지나 탑골공원 안으로 들어오자 약 97%가 남성노인들이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혹은 홀로 저만치 떨어져 주위를 관망하는 자세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런 그들 중 저만치 한 무리의 노인들이 벌써부터 왁자하게 열변을 토하고 있는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느린 걸음으로 다가가니 역시나 때가 때인 만큼 선거판 이야기였다.

“사람을 보고 찍어야 혀, 그런디 당을 보고 찍으니 나라가 문제지!”

김계우(73세) 씨. 김 노인의 말인 즉 쓸 만한 인물을 골라 찍어야 하는데 어느 당이든 쓸 만한 인물이 나오지 않아 투표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렇잖아, 당에서 공천을 준 인물들은 다 저거들 뱃속 채운 도둑놈들이지. 어디 반반한 인물이 있냐고! 선거 때만 되면 나라를 위해서 일하네 국민을 위해서 뭐가 어쩌네 하는데, 저거들이 여태 해놓은 것이 뭐냐고! 다 저거 당을 위해서만 일을 하는 것들이잖아.

그런 놈들 찍어 놓으면 하는 짓이 뭐여! 저거 잇속 챙기기 바쁘고, 툭하면 나랏돈 챙겨 해외여행이나 댕기고 그런 놈들이 선거철 되면 당에 빌붙어 공천 받아서 또 나오고. 그러니 당도 문제고 여당이니 야당이니, 또 전라도니 경상도니 지역감정 부축이는 것들도 그렇고. 그걸 빤히 알면서도 그런 놈들에게 표를 주는 우리 늙은이들도  참말로 깝깝시럽다고.”

노년층은 여전히 지역감정 버릴 수 없어... 젊은 층은 진보 보수로 선을 그어 

이에 맞은편 부천의 최수동(75세) 노인은 지역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맞장구를 치다 요즘 젊은 층은 지역감정을 가지지 않는다고 김 노인의 말을 받아치는 기세를 보였다.

“암, 우리는 아직 당이 첫째지, 지금껏 전라도니 경상도니 위에서 편을 갈라놨으니 지역감정은 어쩔 수 없어.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역적인 설음을 모르니 당연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찍는 것이지. 대신 그 애들은 진보니 보수니로 선을 나누더라고. 그래서 우리 집은 다들 각자여, 마누라 따로 아들 따로...”

탑골공원의 김 노인은 "남과 북의 정상회담에 이면에 감추어진 북한의 속내를 짚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탑골공원의 최 노인은 "남과 북의 정상회담에 이면에 감추어진 북한의 속내를 짚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북한,  그것들 속을 어떻게 믿어... 돈만 날리게 될지 
이어 문대통령의 북한과의 정상회담 관련에도 의견은 반반으로 갈리는 분위기였다. 앞서 지역적 발언의 최 노인은 “북한 가들이 어떤 애들인데, 그냥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되지.”라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북한의 속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것을 잘할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고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그 반면에 전길수(69세)노인은  “문대통령이 북한과의 화해의 무드를 여는 것에 무조건 박수를 보내야 힘을 내서 일을 더 잘할 것인데 확성기 들고 대통령 빨갱이라고 외치는 것들은 왜 안 잡아가는지 공권력이 너무 무능해진 것도 문제다.”라고 최 노인의 말을 비틀었다. 

구의원 시의원을 봉사직으로 해야...

그렇게 정치 형세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노인들은 그 곳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살짝 말을 거드는 형세라도 보일라치면 우루루 나서 한마디씩이었다. 

“구의원 시의원을 봉사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녀? 예전에는 다 봉사직이었다고. 그래서 정말 나라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만이 그 일들을 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지들이 해놓은 게 뭐가 있다고 매달 5백씩을 받아가면서...다 우리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받아가면서 하는 일도 없고 목에 힘은 왜 그렇게 줘.  그러니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은 바꿔야 바꿔야 한다고. 그런데 아직도 헌법은 70년 전 그대로 것들이 많잖여. 민생법안권이 2,000권이 넘는다고 하는데 왜 그것을 안 고치는 지 모르겠어. 그래서 법으로 안되니 억울한 사람은 이판사판 공사판이 되는 것이지.”
  
외국인 노동자 고용하는 업주들 태도 개선할 필요 있어

노인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분분했다. 대림동의 박 씨라고만 밝힌 노인은 “우리 젊은 애들도 일거리가 없어 노는데 천지가 외국인 노동자여. 왜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들여 가들에게 일을 주는지 몰라. 또 가들이 얌전하기나 한가. 사건 터지는 것 보면 우리 젊은 애들이 본받을까 겁나더라고.”

이에 또 한편에서는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나라 고용주의 태도가 개선되어야 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죽 지네 나라에서 살기 힘들었으면 머나먼 타국으로 돈을 벌겠다고 왔을까. 그런데 외국인을 고용하는 업주들은 그 사람들을 함부로 다루어 세계에 우리나라 망신을 시키잖아. 일하다 다쳐도 그냥 나 몰라라, 돈 떼어먹는 것도 예사고. 그러니 그 사람들이 지들 나라에 돌아가면 얼마나 우리를 흉보겠냐고.”

앞가림 못하는 젊은 세대...기성세대가 일조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기성세대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다수였다.  즉, 너도나도 대학졸업장에다 우리 자식만큼은 험한 일시키지 않겠다는 사고방식이 요즘 젊은 세대들 앞가림도 못하게 일조했다는 것.

“우리 아들이 OO 대학 나와 공장에 취직을 했는데 집에 오면 늘 기름때 절은 옷을 벗어놔요. 그런데 우리 마누라 그 옷을 안 빨아주더라고요. 왜냐고요. 공장에서 일하는 것 인정할 수 없다 이거지요.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 이거라고요. 어디 우리 마누라만 그런가요. 우리 세대 사람들 대부분 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요. 그것이 아니라도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살아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어쨌든 이제 그런 사고를 바꿔야 젊은 애들도 일자리 구하는데 좀 수월해질거라고요."

이어 그 노인은 노인의 분류에도 65세에서 70세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의 분류 65세 아닌 70세로 해야...

“갈수록 노인층은 늘고 젊은 애들은 지들 앞가림도 힘들고, 또 늙고 죽는 속도가 예전 같지 않으니...대신 70이 되면 버스도 무료승차하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요즘 버스비만 10만원이 넘으니 어디를 가고 싶어도 교통비가 부담스러워  쉽게 나서질 못하겠더라고요."  

이렇게 탑골공원의 민심을 엿보는 중에도 공원을 찾아 새롭게 자리를 잡는 노인들이 많아 보였다. 그들 역시도 그날의 화두는 선거와 관련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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