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지금 중소도시에 가면 자가용 운전자들이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이게 바로 국민의 준법정신 평가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열이면 여덟은 자동차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진행한다. 차간 거리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는 바로 충돌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한 생활태도가 교통사고 1위라는 오명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저변에는 우리 교육의 현장에서 찾을 수가 있다.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국민윤리’라는 커리큘럼이 없다고 한다.

필자가 교수로서 강단에서 학생을 지도할 때 어디에도 남을 배려하는 교육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가 학생이었을 때에는 ‘도덕’, ‘국민윤리’, ‘함께 사는 길’이라는 정규 과목이 존재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와서 슬며시 이런 과목이 대학에서조차 자취를 감추었다.

필자는 학생지원처장의 보직을 맡아 학생들의 학습의 질을 높이면서 학문과 그 경계에 있는 도덕, 윤리, 질서를 유지 발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커리큘럼을 짜고 있는 교무처에 윤리교육, 아니면 철학교육을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급변하는 첨단산업시대에 국민교육이나 철학이 이제는 좀…….”
“급변하니 기초질서는 마땅히 해야지요…….”
“그것은 누구나 알지만 현실은 학생들의 취업이 중요하니까 우리가 그쪽에 신경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니 이해는 되지만…….”

교무당국은 난처해하면서 나에게 양해를 거듭 요구했다. 사실 나도 사정을 모르지 않는 바로 싸울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으로 오늘 여기까지 밀려왔다.

학생들한테 취업을 극대화하고 교양 있는 국민으로 진출시키려면 그들이 건전한 국민의식을 갖추게 하는 것이 교육현장의 타당한 직무이다. 그러나 직무를 이탈하고 학생들의 생활을 방임하는 처신으로 나는 마침내 정년퇴직을 했다.

곧바로 고향으로 귀향했다. 중소도시라 할 군청소재지에서 살고 있다. 무질서한 교통질서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다. 이런 어지러운 질서에 맞서 싸우려면 전투복으로 갈아입어야만 할 처지이다.

이러한 계도의 주무 당국은 아마도 경찰이 아닐까? 지켜야할 본인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찰은 주차단속이나 신호위반 스티커를 떼어 세금을 물리게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중소도시가 광역시나 특별시보다 시민의식이 비교적 낮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국민의 입장에서 음주단속도 중요하지만 방향지시등 켜기 계도도 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외국과 비교하는 일은 애초부터 안 될 일이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백프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운전을 한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태도도 모두가 계도에 의한 것으로 이제는 국민성으로 발전하여 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리의 수준은 지금 ABCDE 가운데 진정 어느 부류에 들어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국민의식, 국민수준이 교통질서만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다만 참고사항이라는 점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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