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도 대선도 3등, 유승민 사퇴,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0석,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명분 다 잃어, 높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정면으로 무시, 한국당과 차별화 된 모습 없고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못난 야당 이미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철수 19.3%(97만374표)로 서울시장 선거 3등, 전국 22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당선자 0명, 전국 광역비례 정당 득표율 7.62%로 원내 4등, 전체 당선자 26명.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둔 참담한 성적표의 단상들이다. 서울시장에 올인하고 그에 맞게 거대 캠프를 꾸렸는데 안철수 후보가 3등했으니 당연히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0명이고 그나마 이름값이 있었던 송파을(박종진)과 노원병(이준석)도 실패했을 만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12곳 중 1명도 당선되지 못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가 13일 18시 이후 당사를 방문해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국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당선자도 26명으로 이게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의 전부였다. 전체 4006명을 뽑는 선거에서 0.64%의 당선자를 배출한 것이다. 

△서울 9명(광역 비례 김소영/강남 이도희 이재민/서대문 주이삭/금천 김영섭/관악 임춘수 이성심 민영진 오준섭)
△경기 6명(광역 비례 김지나/성남 비례 한선미/광명 안성환/성남 이기인/화성 구혁모)
△강원 1명(영월 윤길로)
△충남 1명(홍성 노승천)
△경북 3명(광역 비례 박미경/구미 윤종호/안동 김호석)
△대구 2명(달서구 박재형/동구 차수환)
△전북 2명(군산 설경민/군산 배형원)
△제주 2명(광역 비례 한영진/광역 지역구 강충룡)

특히, 전남·광주·울산·부산·경남·대전·세종·충북·인천 9개 광역단체 수많은 선거에서 단 한 명의 후보자도 선택받지 못 했다.

이 성적표만 보면 국회 의석 6석에 불과한 정의당(전체 당선자 37명·광역비례 정당 득표율 8.97%)에게 완패한 것이 분명하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중당과 대한애국당 외에 원내 정당들 중 26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얻은 바른미래당. (자료=다음)

또 하나 상징적인 사례를 보면. 국회 30석으로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이 청년 토론배틀을 개최했고 여기서 우승해 서울시 비례대표 2번을 확정받은 김재림 후보는 당선되지 못 했다. 110석의 서울시의회는 10석이 비례대표에 할당됐는데 1번인 김소영 후보만 당선될 수 있었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11.48%를 얻었다. 

결국 유승민 공동대표는 14일 10시 당사(구 바른정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당초 통합할 때부터 지방선거 때까지만 대표직을 맡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보수가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다.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날까지 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압박이 있을 것인데 당대 당 통합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겠다. 지금 폐허 위에서 적당히 가건물을 지어서 그게 보수의 중심이라고 이야기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집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유 전 대표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며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 전 대표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며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선거로 표출된 민심을 두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 이런 것도 있었지만 결국은 보수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이 안 됐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런 것 보다는 정체성의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꼭 바로 잡아야 한다”며 “노선 투쟁이라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특히 유 전 대표는 “박주선 공동대표에게 오늘 아침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지도부 체제는 당헌에 따라서 결정하면 된다”며 “이후에는 조용히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히 받들겠다. 좋은 결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해 송구하고 죄송하다. 모두 내 부덕의 소치”라는 짧은 입장문을 냈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서울 득표율 22.72%(149만2767표)를 얻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려 52만표가 날아갔다. 지난 1년 동안 대선 패배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 →바로 복귀해서 당대표 선거 도전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및 갈등 이렇게 안 후보가 보여준 정치적 행보에 서울시민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자명하다.  

14일 자신의 미래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안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 후보는 통합의 명분으로 제3당이 큰 선거를 앞두고 외연확장에 실패하면 소멸된다고 주장했었다. 이 외연확장에는 미래 의석으로 직결되는 지지율과 정치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특히 영호남과 진보·보수의 통합이 부각됐었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적대적 공존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하지만 이런 명분의 측면에서 보수 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셌고 반통합파의 민주평화당 창당으로 의석수는 반토막 났기 때문에 정당성이 약했다. 절차적으로도 충분히 반통합파를 설득하지 못 했고 밀어붙였다는 원성이 많았다.

이후 바른미래당이 창당된 뒤 한국당과 크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고, 한국당처럼 국회 운영을 완전 보이콧 하진 않았지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드루킹 댓글조작 등 주요 이슈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몰아붙이는 이미지만 부각됐다. 그러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못난 야당으로 한국당과 묶여서 보수 정당으로 각인됐다.

유 전 대표가 그렇듯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보수적 관점이 대북 정책에서의 강경론으로 나타났고 전국민이 환호하는 한반도 대전환 국면에서 확실히 부응하지 못 했다.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칭찬할 땐 칭찬해주고 비판할 땐 비판하자는 새로운 야당론을 외쳤지만,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회동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보다 더 하다”는 식으로 정부여당을 맹비난했고 유 전 대표의 보수적 평론과 맞물리는 등 지도부의 대 정부 기조는 강경 모드 일변도인 것으로 읽혀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현한 안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기조는 김철근·권성주 원외 대변인의 강경 논평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예컨대 권 대변인은 “더듬어민주당”이라며 미투 국면에서 여당을 거세게 혹평했는데 정의당의 경우 미투 정국에서 당내 비슷한 사건을 스스로 고백하고 먼저 반성했다. 2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가 촉발됐을 때 한국당은 최교일 의원의 연루 의혹으로 전전긍긍 했다가 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문제가 되자 갑자기 ‘with you’ 피켓을 들고 ‘잘 걸렸다’는 마인드로 진영적 이익의 관점에서 사안을 대했고 여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태도를 보였다. 바른미래당의 여당 맹공은 이와 크게 차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바른미래당과 안철수 캠프의 서울시장 전략도 이와 맥이 같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연동돼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지율이 높았는데 안 후보는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적폐 취급하듯이 박 시장을 공격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바닥을 기는 지지율과 악화된 민심이 아니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었지만 의식하지 않고 기존의 네거티브 올인 선거 전략을 취한 것이다.

특히 안 후보는 2011년 박 시장에게 지지를 표했고 당선의 1등 공신이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서 박 시장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갑자기 4년 만에 맹공하는 모양새가 서울시민에게 좋게 비춰질 리가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제38회 장애인의날 기념 2018 함께서울 누리축제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4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제38회 장애인의날 기념 2018 함께서울 누리축제 개막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기세는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에게도 이어졌다. 지지율에서 턱없이 밀리다보니 한국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모든 것을 접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 파문을 전면에 내세웠고 당은 홈페이지에 파일을 올릴 정도로 네거티브에 올인했는데, 바른미래당과 김 후보는 이와 전혀 다르지 않았고 TV 토론에서 이 후보의 불륜 스캔들을 꺼냈다. 더 나아가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씨의 인권 침해에 주목한다는 명분으로 직접 접촉했고 이를 정치적 소재로 활용했다. 선거 막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지배할 정도로 성공한 듯 보였으나 당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 했다.

이렇게 대여 강경투쟁의 이미지와 네거티브 진흙탕 공세에 올인하는 모습은 낡은 정치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한 때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등했었던 대권 주자 안 후보가 체급을 낮춰서 출마했지만 더 지지를 못 받았다는 점, 고작 26명의 당선자를 낸 바른미래당의 성적표 등 이런 선거 결과는 새정치 또는 개혁 보수와 거리가 멀었던 바른미래당의 지난 행적을 반증한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당분간 박주선 공동대표의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마침 15일 바른미래당의 지도부(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박 공동대표·유 전 공동대표·안 후보)가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당의 수습책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