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기초단체장 5곳은 그나마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정당 득표율은 매우 미미해서 위기감 느껴야, 호남 홀대론과 호남 올인이 아닌 전국 정당화는 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창당 이후 평균 지지율이 1%대로 지방선거 국면에서 패색이 짙었던 민주평화당은 매우 효율적으로 선거 전략을 짰다.

철저히 호남에 집중했다. 조배숙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김경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지도부와 그야말로 셀럽(유명인사)인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도 모두 호남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헌정 사상 70년을 지켜온 거대 양당의 한 축인 자유한국당도 붕괴될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위세가 대단했는데 평화당은 호남 기초단체장에서 5곳(전북 고창군수·전북 익산시장·전남 고흥군수·전남 함평군수·전남 해남군수)을 확보했다. 이것도 명현관 해남군수 당선자(55%) 외에는 모두 민주당 후보들과 5%대 접전 끝에 겨우 따낸 결과다. 

전남 목포시장 선거의 경우 평화당 소속 박홍률 후보가 민주당의 김종식 당선자에게 292표차로 석패했다.

언뜻 별 것 아닌 결과 같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외에 행정가를 당선시킨 원내 정당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성과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확실히 민주당 독주(2455명)였고 한국당(1201명) 외에 상대적 소수 4당의 전체 성적표를 보면 평화당 57명, 정의당 37명, 바른미래당 26명, 민중당 11명이었다.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명현관 해남군수 당선자는 그나마 가뿐히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평화당은 5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자료=다음)
민주평화당은 5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자료=다음)

조배숙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해 “민주평화당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종자는 보존한 셈이다. 부족하지만 당의 존립 기반과 교두보도 만들었다고 자평한다”며 “여당의 싹쓸이 분위기 속에서 기초단체장 5명이 당선됐다. 이 5명은 민주평화당의 영웅”이라고 치하했다.

지역구 기초의원의 경우도 전부 호남으로 46명(전북 14명·전남 23명·광주 9명)이 당선됐다. 

전남에서 세곳 기초단체장을 확보한 민주평화당. (그래픽 자료=네이버)
전북에서 2곳 기초단체장을 확보한 민주평화당. (그래픽 자료=네이버)

다만 평화당의 뼈아픈 지점은 정당 득표율이다. 아직 당의 인지도가 너무 취약하기도 하겠지만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평균이 1.68%(42만5755표)라는 것은 많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의당 8.97%(226만7690표), 바른미래당 7.62%(192만7111표)에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다.

그나마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얻었지만, 전남 11.51%를 제외하고 전북 7.34%와 광주 8.23%는 모두 정의당(전북 12.88%/광주 12.77%)에 뒤지는 수치다. 특히 울산·세종·충남·경남·제주 지역은 광역과 기초 비례 후보조차 내지 못 했다. 그 외에 모든 지역에서 1% 이하의 득표율을 얻어 원내 1석을 가진 두 당(민중당·대한애국당) 및 원외 정당들(녹색당·녹색당)과 대등했다.

이런 현실이 있는데 조 대표는 “당세가 저희 평화당에 몇 배 더 되는 한국당이나 의석수가 2배가 넘는 바른미래당의 성적과 비교하면 평화당의 성적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고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정숙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만들어준 이 다당제의 불씨를 위태롭게 만든 분이 바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라며 “안 전 대표는 국민 스트레스를 더 높이지 말고 깨끗하게 정계에서 은퇴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명분없고 도리없는 막장 정치에 손학규 선대위원장도 책임이 없지 않다. 강진 토굴로 돌아가 반성의 기회를 갖는 것이 그간 쌓아올린 명성을 그나마 보존하는 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장정숙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해 서울시장 선거에 낙마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국 정당으로서 잠재력이 제로인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호남 기초단체장 5곳을 차지했다고 바른미래당 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화당의 전국 정당 득표수(42만5755표)는 바른미래당(192만7111표)의 4분의 1 수준이고 정의당(226만7690표)의 6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집권 진보 세력으로서 민주당이 있고 선명한 진보 정당으로는 정의당이 있는데 여기에서 호남에만 매달리는 전략으로 평화당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언제까지 ‘호남 홀대론’으로 민주당의 자만심이 우려된다고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지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별화 된 비전과 정책을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평화당은 창당 이후 대북 정책 외에는 문재인 정부에 마냥 강경하게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해왔다는 점에서 한국당·바른미래당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경제 정책에서도 세밀하게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대변인 논평의 전반적인 흐름이 대정부 전면 비판의 성격이 많았다.

김경진 선대위원장은 평화당의 현실과 가치를 냉철하게 평가했다. (캡처사진=jtbc)

김경진 선대위원장은 13일 jtbc <특집 뉴스룸>에서 평화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와 현실을 풀어냈다.

“저희들도 당 내부 정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신속하게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서 지도부 개편을 해야할 것 같다. 저희들이 호남이라는 틀 안에 묶여 있었는데. 그 부분이 호남 지역 안에서도 조금 전국 정당화를 해라. 좀 더 볼륨을 키워라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여기에 부합할 수 있는 노력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조금 더 협치를 하라는 그런 민의가 있기 때문에. 사실 지금도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거의 90% 정도는 여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 입장에 조금 더 강하게 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

“저희들이 창당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국민의당이 있기 이전까지는 호남에서 한 40년 이상 민주당이라고 하는 제1당의 전통적인 독주 무대였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모순이 생겼다. 이번에도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역에서 기초단체장이라든지 공천에서 민주당이 지지율이 높지만 여러 설왕설래가 많았다. 대안 정당이 존재함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대안 정당이 없을 때 그런 문제는 더 많았다. 그런 문제를 호남 내부에서 경쟁 구도를 통해서 해결해야겠다는 것이 평화당의 존재 이유로 설명했던 부분이었다. 저희들이 (민주당과) 협치나 더 강하게 연정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더 나아가 당을 합친다고 그러면. 저희들이 지금까지 호남에 설명했던 부분과 달라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말을 잘 바꾼다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가장 맥시멈으로 연정 정도나 협치를 강하게 하는 정도라고 본다.”

민주당과의 흡수 합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한편, 평화당은 연석회의에서 지방선거 관련 ‘공천·인재영입과정·선거 추진과정·유세과정’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지방선거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고, 오는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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