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에 가까운 정당 득표율로 최근 4개 선거에서 꾸준히 성장, 행정가 배출은 숙제, 구체적인 목표들에는 미진한 점 있어, 민주당 견제와 선거제도 개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해로 창당 7년차를 맞고 있고 원내 정당들 중에서 가장 당명이 오래된 정의당이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정미 대표는 14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이 추진하는 평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더불어민주당에 표 쏠림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고군분투해야 했고 그 가운데서도 한 뼘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 및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 근거는 뭘까. 

정의당은 소수 정당으로 지역구에서 거대 양당의 기세를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이나 대선에서의 득표율이 중요한데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3.61%(82만3785표), 2016년 총선에서 7.23%(171만9891표), 2017년 대선에서 6.17%(201만7458표)를 기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평균 8.97%(226만7690표)를 얻어 최근 네 차례의 선거에서 득표수를 높여온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번 결과는 바른미래당 7.62%(192만7111표), 민주평화당 1.68%(42만5755표)를 따돌리고 원내 정당들 중 3위를 기록해 더욱 유의미하다.

이 대표는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득표율은 이번에 9%대를 기록해 목표했던 두 자릿수 지지율에는 아깝게 미치지 못 했지만 양당 독점 체제를 견제하는 제3당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운데), 노회찬 원내대표,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은 총 3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는데 하나 하나 의미있는 결과가 자리잡고 있다.

일단 지난 지방선거 때는 0명이었던 비례 광역의원을 10명 당선시켰다. 

서울시의원 1명(권수정), 경기도의원 2명(이혜원·송치용), 인천시의원 1명(조선희), 광주시의원 1명(장연주), 충남도의원 1명(이선영), 전북도의원 1명(최영심), 전남도의원 1명(최현주), 경남도의원 1명(이영실), 제주도의원 1명(고은실).

지역구(영암군)에서 승리한 전남도의원 이보라미 당선자는 민주당의 손남일 후보를 133표 차로 따돌리고 44.2%를 득표한 것이라 더욱 값지다.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서 정의당이 최초로 당선자(김영관 광산구의원·장연주 광주시의원)를 낸 것도 중요하다. 

영남권 6명의 기초광역 의원 당선자들도 주목된다. 

경남도의원(이영실), 경북 경산시의원(엄정애), 대구 수성구의원(김성년), 경남 창원시의원(최영희·노창섭), 경남 거제시의원(김용운). 

이 대표는 이런 성과를 두고 “지난 선거에서 한 명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 했던 광역의원 선거에서 두 자릿수 당선자를 냈다. 2014년 11명의 당선자를 냈던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이번에 26명의 당선자를 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의당에 보내주신 소중한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당선인(우측)이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방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정의당은 ‘오비이락(5번이 날면 2번이 떨어진다)’이라는 슬로건이 내세웠듯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교체에 실패했다. 애초에 비현실적이긴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비록 제1야당 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지만 이번 선거의 지지를 발판으로 정의당은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고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정의당은 목표한 바를 충분히 이루지는 못 했지만”이라고 발언했다. 

당초 이 대표가 구체적 목표로 제시한 바 있는 것과 이번 선거 결과는 거리가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5월2일 기자회견을 통해 △두 자릿수 정당 득표율 △9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득표로 존재감 드러내기 △수도권과 영남권의 기초단체장 재탈환 △다수의 광역의회와 전국 대다수 기초의회에 입성 등 4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나마 두 자릿수 정당 득표율(8.97%)은 거의 성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체 선거 판도를 주도하고 정의당을 알리기 위한 역할이지만 9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정의당이 얻은 득표율 보다 평균 득표율(3.3%)이 낮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 김종민 1.6%, 광주 나경채 6%, 인천 김응호 2.8%, 경기 이홍우 2.5%, 전북 권태홍 5.4%, 경북 박창호 3.4%, 대전 김윤기 2.6%, 전남 노형태 3.6%, 부산 박주미 2.1%.

과거 배진교 전 인천시 남동구청장·조택상 전 동구청장, 조승수·윤종오 전 울산시 북구청장은 모두 진보정당 소속 최초로 기초단체장을 차지한 사례였다. 이 대표는 이 지역 기초단체장을 재탈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패했다. 배진교 후보(22%)는 정의당 소속으로 재도전했지만 민주당 소속 이강호 당선자(50.1%)에게 큰 차이로 낙선했고, 울산 북구청장은 진보진영 단일화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울산 북구 지역은 원래 진보세가 강한 지역인데 민중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모두 패배했고, 노 원내대표가 자신했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민주당 소속 이상헌)에서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했던 조승수 정의당 울산시당위원장의 도전은 물거품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 및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됐든 정의당 창당 이후로 행정가를 배출해보지 못 한 것은 향후 정의당의 과제로 남아있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자가 제로였지만 과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소속이었을 때 중앙 정부든 지방 정부든 집권해본 경험이 있어서 정의당 소속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원내 정당으로서 집행권을 가지고 공동체를 운영해볼 경험을 언제 가져볼 수 있을지도 정의당의 과제다. 

마지막으로 17곳의 광역의회 중 9곳(서울·인천·광주·경기·충남·전북·전남·경남·제주)의 광역의회에 의원을 진출시켰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 있지만. 

전국 대다수의 기초의회 진출은 226곳 중 20곳(서울 관악구·서울 구로구·서울 노원구·서울 서대문구·서울 용산구·대구 수성구·광주 광산구·경기 고양시·경기 수원시·충북 청주시·전북 군산시·전북 익산시·전북 전주시·전북 정읍시·전남 목포시·전남 영암군·전남 순천시·경북 경산시·경남 거제시·경남 창원시)에서만 진출시켜 목표를 만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의당의 이보라미 전남도의원 당선자와 심상정 의원, 그리고 노형태 전남지사 후보. (사진=이보라미 당선자 페이스북)

한편, 정의당의 향후 방향성과 목표가 제시됐다. 

이 대표는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2020년 총선에서 반드시 제1야당을 교체하고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국당의 당선을 막기 위해 소신을 미뤄야 하는 대결 정치가 끝났다.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그 투표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상식적 정치가 자리잡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첫째도 둘째도 선거 제도 개혁”이라며 “60년 양당 체제를 지탱해온 낡은 승자 독식 선거 제도로는 촛불시대 민심의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정의당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조건없이 협력하겠다”면서도 “다만 공룡 여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매서운 채찍은 꼭 쥐고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컨대 “비리 국회의원을 감싸고 가난한 노동자 호주머니를 터는(최저임금법 통과) 민주당의 기득권 정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견제하고 비판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심 의원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서 2020년도 총선에서 의석수로 제1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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