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중앙뉴스=김경배] 천도교의 기본사상은 인내천(人乃天)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요, 하늘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는 뜻으로 1905년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孫秉熙)가 동학을 천도교로 재편하면서 내세운 사상이다. 

19세기 후반 조선사회는 서양 세력의 침투와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부패와 양반사회의 신분 차별, 억압적 상황으로 조선 민중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이를 기화로 동학이라는 새로운 종교가 민심을 빠르게 장악해 갔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신도수가 무려 300만 명에 이르는 등 민족 대표 종교로 거듭 났었다.

동학사상이 조선민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는 파격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은 높고 낮음이 없고, 누구나 하늘처럼 소중하다’는 인내천, 즉 평등사상 때문이었다. 당시 양반체제에서 억압받던 민중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학군은 1894년 갑오농민전쟁에서 청과 일본의 개입으로 패하게 되고 이 전쟁이후 조선왕조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자기 나라 백성을 외세의 힘을 빌려 무력으로 제압했으니 밑바닥 민심은 조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맹자(孟子)의 이루상(離婁上) 편에는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桀紂之失天下也  失其民也 / 失其民者 失其心也)라는 대목이 있다.

그만큼 중국은 ‘백성의 마음’, 즉 ‘민심(民心)’을 중요시했다. 한나라는 농민이 황건적(黃巾賊)이 되어 일으킨 반란이 원인이 되어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유방 역시 농민출신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당나라의 경우 ‘황소의 난’이라는 대규모 농민 반란으로 멸망했다. 또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소작농 출신으로 황건적에 들어가 천하의 주인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그만큼 중국 역사에서는 민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반란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으며 대제국도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집권 민주당의 압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몰락, 제2야당 바른미래당과 대권후보였던 안철수 서울시장후보의 존재가치 소멸로 나타났다.

국민의 성난 민심, 분노를 애써 외면하고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해 원죄가 있음에도 혁신과 반성도 없는 모습과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일삼고 끊임없이 색깔론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대한 심판이었던 것이다.

이제 야권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다시 다가가야만 한다. 민심무상(民心無常)이란 말이 있다. <서경(書經)> 주서(周書) ‘채중지명편(蔡仲之命篇)’에 나오는 말로 "백성의 마음은 특별히 누구를 그리워하여 따른다고 정해진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도 잘 하면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성찰과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한낱 정치 쇼에 불과한 행위를 하여 또 다시 국민을 기만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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