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부장판사 포함 13명 징계, 자료 영구보존, 대법관들 의혹 부인 성명 발표, 검찰 수사 향방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민이 많았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공식 담화문을 내고 “대법원장으로서 섣불리 (검찰에)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 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마디로 직접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겠지만 “사법 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한다”며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재판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 13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 절차에 회부했고 이들은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재판 업무배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 조사단의 조사가 미진했다는 일부의 지적을 감안해 확보한 모든 조사 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사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치열하게 전국 법원의 내부 토론이 있었고 그런만큼 김 대법원장은 △해명하지 못 한 의혹들에 대한 외부기관의 수사 요청 △무분별한 수사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또 다시 침해되는 부작용 우려 △재판 거래라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수사는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등 해결책을 두고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리듯이 대법원장이 문제가 있다고 고발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검찰의 수사 방향 및 하급심 재판부에 유죄 심증을 내려줄 수 있다. 그렇다고 철저한 대응을 촉구하는 젊은 판사들의 존재가 있고, 이미 외부에 알려져 국민적 반발과 피해 당사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절충점으로 김 대법원장이 적극적인 수사 협조라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1월29일 오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천인공노 시민고발단'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에서 고발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7년 7월에 임명된 조재연·박정화 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퇴임 이후 임명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외에 9명의 대법관들(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은 모두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이 생성된 기간 때부터 재임 중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기소돼 항소와 상고가 이뤄질 경우 3심을 맡을 대법관들이 문제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20여건의 고발이 이뤄진 만큼 18일 공공형사수사부에 사건을 배당할 방침이다. 국정농단으로 청와대 내부 문건을 수사한 적이 있었지만 검찰이 대법원을 수사하는 것도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미 반년 가까이 사법부 내부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동안 증거가 인멸되거나 연루자들이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어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PC 속 파일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연루 판사들의 이메일과 휴대폰을 조사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압수수색 및 통신영장이 매끄럽게 발부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문건 작성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연루자들과 더불어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거래 대상자까지 소환조사를 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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