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반성의 방식을 놓고 고민, 당 해체 목소리, 바른미래당도 지도부 총 사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주권자의 선택을 못 받는 정당은 존립 기반이 위태롭다.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충격 여파에 허덕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모든 단어가 동원됐다. 읍소의 언어는 화려했지만 구체적인 실천과 방식을 놓고 고민이 많다.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15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었다. 

국회에서 무릎꿇고 잘못을 고백한 한국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국민들께서 합리적이고 품격 있는 보수 정당을 원했지만 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들의 마음이 한국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며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했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대표로 반성문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전에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당대표 권한대행)는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한다”며 “당의 진로와 노선, 보수의 철학과 가치 재정립, 미래세대를 위한 혁신 그리고 성난 국민의 분노에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지 냉철하고 치열한 논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비판은 날카로울수록 좋고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읍소 언어에 강경한 이념 성향의 김진태 의원 등은 당의 정체성을 거론했고 이외에도 당의 진로를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들은 책임있는 중진 의원들에 대해 정계은퇴를 촉구했고 5선의 김무성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한국당 데스노트. (캡처사진=jtbc)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정농단 당사자·동조자 친박(친박 8적)·홍준표 체제(강효상)·막말파(김성태와 장제원)·무소신(모든 의원)으로 한국당 5대 ‘데스노트’가 돌고 있기도 하다. 

사실 보수 정당의 실패라기 보다는 문재인 정부를 강경하게 몰아붙인 야당의 실패였다. 왜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도무지 상종할 수 없는 정치 세력을 대하듯이 맹비난만 했다.

나경원 의원은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요새 닥반이라고 하는데. 닥치고 반대. 그러니까 우리 당에 대해 견제 세력이 아니라 닥치고 반대하는 세력 이렇게 보여졌다. 그동안 가치 집단보다는 이익 패거리 집단처럼 비춰졌다”며 “메신저의 오염 그러니까 같은 말을 해도 누가 말을 하느냐에 따라 더 설득력이 있는가. 지금 소통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한국당의 변화 과제를 진단했다.

한국당이 버려야 할 태도로는 크게 △쟁점 이슈 하나로 국회 전체를 보이콧하는 행태 △과한 언사로 정부를 몰아붙이는 스탠스 △시장 자유와 냉전적 안보의 관점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 △국회의원의 특권 의식 등이 있다. 당장 한국당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고 비대위원장과 위원으로 외부 인사를 고려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4006명의 당선자 중 26명에 불과한 광역·기초의원 당선자를 배출했고 올인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차지했다. 아무리 거대 양당 위주의 한국적 정치 풍토가 있고 중도의 길이 어렵지만 원내 3당 치고는 너무나 결과가 초라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주선 전 대표는 후임 지도부를 마련하기 위해 사퇴가 늦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유승민 공동대표와 함께)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사퇴하지만 적어도 후임 지도부라도 만들고 가는 것이 진정한 책임의 자세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배지만 포기는 영원히 일어설 수 없는 패배다. 우리는 반드시 일어서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 전 대표가 꼽은 바른미래당의 취약점은 △말만 하고 행동이 없고 한국당과 다르지 않은 모습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인사들의 화학적 융합 부족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 이념의 벽을 뛰어넘겠다며 내건 창당 정신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 △보수 정당으로 묶인 만큼 진보적 가치를 소홀히 함 등이 있다.

일단 김동철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의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비대위원은 최대한 빨리 인선할 계획이고 전당대회는 두 달 내에 열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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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바로 당 정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은 중도개혁 실용 정당을 표방하기 때문에 좌우 양극단을 배제했지만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해서 보수 야당의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것이 보수 정권 9년에 대한 적폐청산과 남북관계를 개선한 것인데 한국당이 이를 정치 보복과 위장평화쇼로 규정했고 국민이 이 점에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도 여기서 크게 차별화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당장 김 비대위원장은 △당 체제 정비 △조기 전당대회 준비 △다음주 차기 원내대표 선출(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 임명) 등 이 3가지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유승민 전 대표를 제외하고 바른미래당의 핵심 인사들이 오찬 회동을 갖고 향후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승민 전 대표를 제외하고 바른미래당의 핵심 인사들이 오찬 회동을 갖고 향후 당의 진로를 모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이날 박 전 대표, 김 비대위원장,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여기서 안 전 후보는 주로 세 사람의 조언을 들었다면서 향후 거취와 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이들이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유승민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아서 통합의 구심점이었던 안철수와 유승민의 결별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초대 바른정당 대표를 맡았던 정병국 의원은 14일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두 사람의 결별은) 결국 자기 부정이 될 것”이라며 “(창당 정신이 있는데)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지 못 하고 또 다시 그러한 생각(정치적 계산)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합당을 통해 선거에서 이용해보자는 스스로 구태 정치를 했다고 자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한국당과의 흡수 통합설에 대해 “선거에서 졌다고 그냥 합치자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밝혔다.

2020년 총선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그동안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체제 정비를 하고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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