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눈 가리고 아옹’이라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이 빤히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거짓 행태를 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욕먹을 작심을 했다. 지금 곳곳에서 <문예창작>교실이나 언론사 문화센터에서 <시창작반>, <소설창작교실>을 운영한다. 이들은 내 글을 보는 순간 좋지 못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필자는 평생 문학을 공부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글을 쓰는 비결을 배우겠다고 자원하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한테 희망을 걸고 배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그들한테 창작기술이나 비법과 같은 방법을 가르친 일이 전혀 없다. 미안한 일이다.

지금 각 대학에 문예창작과나 국문학과 같은 곳에서 소설쓰기나 운문작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있다면 이는 난센스다. 다시 말하여 잘못 가르친다는 말이다.

글쓰기의 기본 요체는 독서에 있다. 그러니까 독서지도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누구도 글을 잘 쓸 수가 없다. 글을 잘 쓰려는 방법만 가르치겠다고 나선 사람은 일종의 사기꾼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 내적 충만이 되도록 유도를 하면 독서하는 본인이 기법을 그 텍스트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건너 뛰어 작법을 가르치거나 묘법을 가르친다고 나서는 것은 날개도 없는 새가 하늘을 날겠다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필자는 40년간 교단에서 강단에서 학생들한테 독서지도를 통하여 숱한 문하생을 양성하였으며 그 즐거움을 지금도 나누고 있다. 나는 그 많은 시인, 작가에게 선행(先行)하여 읽고 그것을 도구로 삼아 문학에 이르도록 권면하고 격려해왔다.

그런데도 문학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애송이 지도자가 무슨 묘법이 있는 것처럼 처세하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나는 지금 칠십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이다. 지금도 책을 읽고 또 감상하면서 글을 써오고 있다. 독서가 70%, 쓰는 게 10% 정도이다.

오늘날 문화센터, 문화교실이라는 아카데미에서는 덮어놓고 비법이나 창작론을 가르치는 헛수고는 고쳐져야 한다. 많이 읽어야만 창의성도 잉태되고 다양성도 내면에 스미게 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몇 군데 대학이 있다. 그리고 서점도 있다. 서점 주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들의 불경기를 체감한지 오래다. 무슨 시인학교, 무슨 작가아카데미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어찌 서점은 파리를 날리고 있어야만 하는가?

조선시대 실학자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선생은 독서를 통하여 자신을 확립한 학자이다. 그 시대에도 책은 인간이 되게 하는 양식이었고, 신분을 바꾸게 하는 사다리이기도 했다.

요즘은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책 읽는 모습을 공공장소에 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자기성취를 위한 간절한 바램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런 희망이 샘솟게 하는 게 독서이다.

독서하는 국민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나의 스승 오영수선생은 유언을 남기고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분의 소설만이 국정교과서에서 묵인으로 독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제 서울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두 젊은이를 보았다. 그들의 모습이 왠지 미더웁게 보였다. 그들은 군인도 아닌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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