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원내대표의 3기 지도부 기자회견, 20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서둘러야, 선거제도와 노동 문제 해결에 최대 방점, 환노위원장은 꼭 가져오고 싶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당위 위주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를 결성한 뒤 국회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정의당의 위치에 맞게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정의당 3기 원내 지도부(20대 국회)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반기 국회에 임하는 입장과 포부를 설명했다.

정의당의 3기 지도부는 교섭단체로서의 책임을 다해 국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3연임 원내대표가 됐고 이날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김종대 원내부대표·추혜선 원내부대표로 구성된 지도부를 소개했다.

세 인물은 모두 교섭단체 정당의 원내 지도부로서 각오를 밝혔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번 지방선거가 정의당에게는 격려의 의미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분발해서 국회 내에서 제1야당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하반기 원구성이 바로 진행돼야 하고 민생 문제 관련해서 정의당이 제일 선두에 서서 의정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얻은 소중한 220만표의 뜻을 받들어서 원내 활동으로 더욱 시민들께 다가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고 원내대표를 잘 보좌해서 정의당이 어엿한 교섭단체 일원으로 국회에서 중견 정당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추 부대표는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후반기 국회에서 정의당의 원내 진용이 아주 단단하게 갖춰졌다. 내가 갖고 있는 따뜻함과 유연함으로 입법부 공백 상태의 막힌 부분을 뚫는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2기 지도부 면면들과 거의 그대로인데 노 원내대표는 “변화의 필요성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동 교섭단체(민주평화당과 구성한 평화와정의)를 꾸린지 2달 밖에 안됐기 때문에 안정성을 유지하자는 뜻이 많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윤 수석부대표는 최저임금법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추 부대표는 수석대변인직과 함께 부대표를 맡게 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진=박효영 기자)
김 부대표는 언론과의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쟁점 이슈 하나로 여야가 대치 중인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회는 또 멈춰있다.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인데 노 원내대표는 “7월 초까지 원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별 내부 사정으로 어렵다면(상임위원회 배분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국회의장과 부의장만이라도 선출해서 인사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당장 새로운 대법관 3인에 대한 임명 제청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단을 결정하는 국회 관행이 있긴 하지만 현재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에서 부의장을 모두 원하고 있어서(전반기 국회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의원이 부의장 2명은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이 맡음) 합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노 원내대표는 “(합의가 어렵다면) 일반 민주주의 원칙대로 각개 의원들이 출마하고 경선을 통해서 의장단 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사실 지금 국회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명분으로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 한 선출 관행을 채택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국회의장을 선출할 때 누가 후보로 나서는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공고를 낸 바 없는 상태에서 기표소에 들어가면 벽에 여야가 합의한 명단이 컨닝 페이퍼처럼 적혀있다. 이것도 비공식이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선거가 어디 있나. 이걸 공개하면 코미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국회의장단 선출 방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정 문제에서 노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며 후자라면 “반드시 한국당 몫이라는 보장은 없다. 정의당도 야당의 한 축으로서 법사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 한국당이 맡은 전반기 법사위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한국당이 다시 법사위를 맡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협상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자리)를 원한다. 정의당이 이 분야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왔고 우리 당대표(이정미 대표)도 있는 만큼 환경과 노동 문제에서 저희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싶다”며 열망을 드러냈다.

18개 상임위원회(운영위·법제사법위·정무위·기획재정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외교통일위·국방위·행정안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정보위·여성가족위·예산결산특별위·윤리특별위)가 민주당 8개, 한국당 7개, 바른미래당 2개, 평화와정의 1개 이렇게 배정되는 상황인데 노 원내대표는 “만약 평화와정의에서 국회부의장을 맡는다면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어렵겠지만 기존의 수학 공식처럼 매겨진 비율을 뛰어넘는 배정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테면 “상임위 숫자는 정부 입장에서 적을수록 좋고 야당 입장에서 많을수록 좋다. 무리하게 이질적인 분야까지 합쳐진 거대 상임위가 있다면 합리적으로 쪼개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그래서 8:7:2:1도 유동적일 수 있다.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 상임위 수 자체도 협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노 원내대표의 구상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에서 평화와정의가 2석 정도 가져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노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구체적인 후반기 국회 현안에 대해서 노 원내대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언급했고 정의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6월 말로 종료되는 헌정특위(헌법개정및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시즌2를 가동해서 개헌 추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국회에서 선제적으로 특수활동비 폐지 △제2의 궁중족발 사태를 막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최저임금법·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 등 노동 이슈에 대한 재점검 △미투 관련 법률 조속히 통과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현실화 문제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사회복지세 및 증세와 복지 확충 문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경제민주화 입법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관련 미국 의회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원외교 추진

노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과 노동 이슈를 거듭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3기 원내대표가 된 뒤 각 당 원내대표를 순회할 때 제일 강력히 요구한 것이 선거법 개혁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풀자했고 대부분의 원내대표들은 동의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이라고 말했고 여러 분야에서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에 협조하고 있지만 노동 분야만큼은 “문재인 정부가 관계 당사자와의 대화가 필요한 쟁점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현재 추세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고언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로서 노사정위원회(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멈춰있는데 “사회적인 큰 틀의 대화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노사정 각 주체를 아우르는 (정의당 차원의) 틀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만약 환노위원장을 평화와정의가 차지할 경우 통과된 최저임금법에 대해 재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는 연봉 2500만원 이하는 타격이 없다고 했지만 타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조사도 제대로 안 돼 있는 것이다. 일단 재개정을 하고 보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시간을 갖고 치밀하고 정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계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견해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이미 제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노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서울시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25.24%를 얻었지만 시의회 의석은 고작 6석에 그쳤다(민주당 102석·바른미래당 1석·정의당1석). 총 110석 중 90%인 100석을 지역구로 뽑기 때문이다. 

1등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죽은 표가 되는 ‘지역구 단순다수대표제’ 위주의 선거제도 폐해를 지적해왔던 정의당도 있지만 한국당마저 이해당사자가 됐기 때문에 후반기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정말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노 원내대표는 “지금 선거제도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두 거대 정당에 민심을 넘어서는 의석 배분이 발생한다.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국회에 제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심에 가장 부합하는 안이다. 과거와 달리 국회가 다당제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동의하는 정당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015년 국회의원 총원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그 내용은 총선 비례대표제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 권역에 100명의 의원이 할당됐다고 가정하면. A정당이 40%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지역구 당선자가 14명이라면 나머지 26석을 비례대표로 확보할 수 있다. 

총원을 그대로 두고 비율을 조정하면(현행 300명 중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200명·100명으로 조정)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행 253명 지역구 의원수의 50%인 127명으로 비례대표 수를 증원하기 위해 총원을 38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국민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4월11일 보도된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많은 특위 위원들이 의석수가 늘어나는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법률로 정해도 되기 때문에 개헌안에 넣을 필요는 없다. 국민 정서상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예산 갖고도 더 많은 의석을 운영할 수 있다. 오히려 숫자가 늘어나야 특권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다음 지방선거는 4년 후이고 국회의원 선거는 2년 후”라며 1차로 총선을 2차로 광역의원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로 바꾸면 된다고 로드맵을 제시했고 차후 중대선거구제인 기초의원 선거제도도 개선해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초의원 3~4인 선거구를) 짬짬이 해서 쪼개기를 강행했다. 양당이 이익을 나눠 갖는 식의 대단히 부끄러운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제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문제다. 19세를 18세로 하향하는 것은 모든 당이 동의한다. 한국당이 학제 변경이라는 옵션을 떼어내고 다음 총선에서는 현재 대학교 1학년 4분의 3이 투표를 못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때 선관위가 대안으로 제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안. (자료=선관위)

정의당 차원에서 삼성그룹(노동조합 와해 의혹과 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등)과 한진그룹(대한항공 조양호 일가의 총체적 위법)을 대상으로 국정조사 청문회를 추진했는데, 노 원내대표는 “당시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있어서 충분히 검토가 안 됐고 합의문에 반영되지 못 했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관계자들이 출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을 지켜보고 국정조사를 보완할 것인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특검을 할 것인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 원내대표는 습관성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한 대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여야가 이미 합의한 대로 국회 선진화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 선진화법 체제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쟁점 법률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총원의 3분의 2(180석)가 동의해야 한다. 민주당(130석), 평화당(14석), 정의당(6석), 평화당으로 활동하는 비례대표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 무소속 2명(이용호·손금주), 민중당 1명(김종훈),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사실상 독자 행보)까지 합하면 157명이지만 진보적인 개혁 입법 통과를 위한 정족수로는 모자라다. 순수 바른미래당 의원들 26명까지 더해지면 겨우 183명이 되지만 사안마다 한국당 외에 모든 의원들의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노 원내대표는 지금 선진화법을 개정하면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이 불리하니까 21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합의가 됐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157명의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고 여론상으로 압박해서 한국당의 행동을 유도하는 구상이다. 노 원내대표는 후반기 국회에서 꼭 필요한 입법 사항에 대해서는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