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몸살감기로 일정 취소, 청와대 경제 비서라인 교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일요일(24일)에 러시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로 아무 일정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이번주 주말(7월1일)까지 병가를 내고 잡혀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고 밝혔다.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같이 브리핑한 김 대변인은 청와대 주치의의 강력한 휴식 권고가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아무래도 경제 정책에서 성과가 나지 않고 여러 지표가 악화된 것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론 문 대통령의 빡빡한 일정 수행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6월18일 일정표다. 

09:22    여민관 집무실    일일현안보고(비서실,정책실,안보실)    
09:40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09:47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10:10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10:33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12:00    여민관 소회의실    국무총리 주례회동    
14:00    여민관 소회의실    수석보좌관 회의(영상회의)    
16:01    여민관 집무실    안보실 업무현안보고    
17:15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18:00    여민관 집무실    비서실 업무현안보고    

국정 전반에 대한 분야별 비서진의 보고를 듣는 업무가 분단위로 빼곡히 차있고 각종 회의도 주재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업무가 주로 이뤄지지만 외부 행사에 참여할 경우도 많고 러시아 국빈 방문과 같이 해외 일정도 있다.

6월18일~23일까지 꽉 차있는 문 대통령의 일정. (자료=청와대)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높고 지방선거 결과도 압승이었다. 그럼에도 실물 경제와 거시 경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문 대통령 스스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일정이었던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과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급 취소했다. 28일 예정된 광역단체장 당선자 만찬과 메티스 미국 국방장관 접견도 취소됐다. 

경제 관련 부처들이 총출동하는 규제혁신 회의가 무척 중요한데 대통령의 감기몸살과 무관하게 취소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부처별 회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보고를 받았고 경기불황의 현실에 비해 안일한 부처들의 대응에 화가나 질책 차원으로 연기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규제혁신 회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더불어 양날개로 불리는 혁신성장 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것인데. 여행, 숙박, 인터넷 전문은행, 개인정보 등 여타 분야에서 적절히 규제를 완화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여기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부처별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즉 갈등관리 차원의 개혁 방안은 없고 국회 입법이나 이미 나와 있는 안을 재탕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문 대통령이 경제 비서진 일부를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 △조한기 대통령 부속실장 △김종철 의전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에 대한 임명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가로 알려진 장하성 정책실장은 유임됐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 특위위원장으로 재신임을 받았다.

임 실장이 전하는 인사 단행의 배경은 전반기 경제 정책의 방향성 정립 단계에서 중반기 이후 본격 실행 및 성과를 내기 위한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경제 비서라인 교체를 발표하는 임종석 실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에 교체된 비서가) 다 교수들이었다. 교수들은 아무래도 기획에 능하니까. 이론에 밝고. 그래서 정부 출범 초기의 기획을 했으니. 지금은 2단계의 실무적 장악과 집행력의 강화 이런 차원이다. 정태호 일자리수석과 윤종원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관료”라며 “(인사 단행이) 경질이기 보다는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줬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행력과 실무력의 강화”라고 해석했다.

장 실장은 자리를 지켰지만 그동안 또 다른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러 정책적 견해 차이를 드러낸 만큼, 큰 틀에서 소득주도의 방향은 밀고 가지만 현실 적용에 속도 조절을 기울이거나 혁신성장과 경제 활성화 쪽에 문 대통령이 좀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많다.

박 대변인은 “당정청 협의를 하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부분에 있어서 (장 실장과 김 장관이) 다소 이견이 있어 보이는 듯 했다.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정리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큰 틀은 유지하지만(장 실장이 유임됐기 때문에) 디테일에 있어서 접근법 즉 연착륙을 위해 미세 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지표가 나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고민거리다. (자료=통계청)

그럼에도 경제 지표가 좋지 못 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2월~4월까지 3개월 연속 10만명대이고 5월에는 7만2000명 수준이었다. 1월의 33만4000명 증가에 비하면 심상치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도소매업·교육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가 뼈아팠다. 최근 발표된 5월 실업률은 4.0%로 2017년 5월 수치에 비해 0.4%p 상승했고 12만6000명의 실업자가 더 늘었다(112만1000명). 현실을 더욱 정확히 반영한다고 평가받는 고용률은 61.3%(생산가능인구 4414만1000명 중 취업자 2706만4000명)로 1년 전에 비해 0.2%p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평균 실업률은 4%대이고 청년 실업률은 10%대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5로 5월에 비해 2.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조기 대선 정국이었던 2017년 4월 최저치(100.8)와 유사해졌다. 소비자지수는 평균치 100을 넘으면 그나마 소비심리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추세가 낮아지고 있어서 가계의 체감 경기가 좋지 못 한 것으로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5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경제점검회의에 참석해 “최근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 하위 20% 가계소득 감소와 같은 소득분배의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악화된 경제 지표에 대해서 직접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11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기반의 신성장전략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야당은 당장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실패를 주장하며 이번 문 대통령의 인사 조치를 문책성으로 받아들였고 이보다 더 강한 경제 비서진 교체를 촉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이제라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인식한 것이라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소득주도성장은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고 나라 경제가 정책적 불확실성 속에 불완전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통계 지표의 조작적 정의나 아전인수적 해석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현재적 상황의 심각성을 현실 그대로 받아드려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이 문재인 정부의 실험적인 정책 구조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경제 실정에 기인한 것이라면 바꿔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라고 고언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비대위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생·일자리 문제에 있어 역대 최악의 무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어제 경제라인 문책 인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경제수장인 김동연 장관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던 당사자이고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의 책임자인 장하성 정책실장을 유임한 것은 실패로 드러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근로시간단축 시행 유예에 이어 청와대 경제팀 일부 교체는 지난 1년 간의 경제정책 성과에 대한 반성문이지만 한참 부족한 반성문”이라며 “청와대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1년간 소득주도성장·공공부문 일자리·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고집했지만 나타난 결과는 매우 염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때만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경제 상황은 청와대 수석 몇 명 교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6월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소득분배 악화 원인 및 소득주도성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개인기준 근로소득 증가율 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노 원내대표는 2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번 인사 단행에 대해 논평했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 

“문제는 대통령 의도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교체하는 건 대통령 권한이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까지 정책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뜻인지 조금 변경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유지하되 지난 시기에 약간 좀 문책할 만한 일이 있었다는 뜻인지. 즉 정책 방향이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 논란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당국이 분명한 입장을 취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론이 일각에서 비판이 있지만 나는 그거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경제 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큰 정책의 흐름이 낙수효과 정책이 있고 분수효과 정책이 있는데 낙수효과는 강자를 더 강하게 키움으로써 약자까지를 포함한 전체를 살린다는 건데 일종의 세월호 방식이다. 선장부터 살리는. 이 방식은 잘못됐다고 IMF(국제통화기금)도 공식적으로 폐기했고 주요 국가들도 경제 노선으로는 폐기했다. 그러면 아래부터 지금 달리 성장할 어떤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면서 그걸 통해서 선순환으로 경제 성장까지 이르게 만드는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선이고 또 가장 방향을 잘 잡은 노선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그게 흔들리는 인사 경질은 아니기를 바란다.” 

“(보수 언론과 야당의 세금퍼붓기 정책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여내는 여러가지 정책에 세금을 썼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세금을 거기다 써야지 어디다 써야되는 것인가. 세금을 자기들 특수활동비로 착복하듯이 그렇게 써야된다는 뜻이 아니라면 세금은 제대로 잘 쓰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재정 정책을 좀 더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보수 야당의 비판에 대해) 그분들 (지방선거에서) 심판받지 않았는가. 그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 왜 심판을 거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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