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한 선거제도 모색,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의 중요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지예(녹색당)·우인철(우리미래) 후보를 보니까 이제 물러날 때가 됐어. 존재 자체가 엄청난 압박이 되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청년 정치인을 보고 흐뭇해하며 한 마디 건넸다. 

정 의원은 불사조 포럼의 대표 의원으로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지예 후보와 우인철 후보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번 서울시장에서 의미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박효영 기자)

거대 정당에서 주요 정치인으로 살아온 모든 이들이 자신의 위치 자체가 정치 신인에게 기득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할 수 있을까.  

불사조 포럼(국회 불평등사회경제 조사연구 포럼)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독과점적인 정치 시장과 선거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공론장(독과점 정당체계 개혁:장벽없는 정치시장을 위하여)을 마련했다. 

최영찬 운영위원장(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은 축사를 통해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도 만나는데. 왜 우리 정당들은 서로 못 만나나. 홍준표 전 대표같은 사람도 좀 부르고 해서 자주 만나야 한다”며 대결적 정치 문화에 대해 환기했다.

최 위원장은 “독일의 통일은 선거제도가 있어서 가능했다. 연합정치가 일상화 된 굉장히 훌륭한 선거제도를 통해서 통일이 가능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통일을 위해서 선거제도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 어쩌면 대통령 뽑는 것 보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도 “최 위원장의 말처럼 정말 대통령을 당선시켜서 수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선거제도 개혁인 것 같다. 한반도 분단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과 문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 기득권과 불평등의 벽을 허물기 위한 몸부림은 있지만 아직 문이 열리고 있지 않다. 촛불은 결국 나의 삶을 바꾸는 것이고. 그러려면 결국 정치를 통해 바꿀 수 있다. 장벽으로 둘러쳐진 정치 시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응했다. 

1등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모두 죽은 표가 돼버리는 ‘지역구 단순다수대표제’가 승자독식 정치 구도를 강화하고 대다수 시민의 올인 심리를 부추긴다. 소상공인, 청년, 노동자, 장애인, 농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대변할 수 있는 다양한 이념 정당의 출현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권자는 정치 신인과 소수 정당에게 표를 줘봤자 당선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정당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배숙 대표는 거대 정당 소속일 때는 선거제도 개혁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전에 서울시의회 4인 선거구를 2인으로 쪼깨버렸다. 그 주축이 민주당이다. 항상 자유한국당과 으르렁 거리고 싸우면서 그 문제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니까 문걸어 잠그고 통과시켰다. 그 당시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잘못된 거 아니냐고 항의했는데 그 역시 잘못됐다고 인정했음에도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면서 그냥 넘어갔다.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 싶다. 나도 국회의원 4선을 했지만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일 때와 달리) 원내 4당 소속이 되면서 다당제를 얘기하고 있고 그 전에는 별로 몰랐다. 솔직한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죽은 표를 없애고 모든 표심이 그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흔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일 먼저 거론된다. 지역구 선거 위주가 아닌 비례대표 정당 투표의 비중을 높이는 게 골자인데 그 취지를 살리는 전단계로 조 대표가 언급한 중대선거구제가 있다. 3~4등까지 당선되도록 기초의회 선거구를 개편하라는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거대 양당이 야합해서 다 쪼개버렸다. 3~4인 선거구를 쪼개 1등과 2등만 당선되는 선거구 위주로 대폭 늘려야 거대 양당이 싹쓸이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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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고 이것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다. 지역구 의원수를 줄여 그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것은 현역 지역구 정치인의 저항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전체 의원 정수를 늘려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주현 평화당 의원(바른미래당 소속)은 발제를 통해 “최근의 빠 정치와 승자독식의 정치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비례대표가 당대표에 줄서는 조직인 것처럼 비춰지고 그래서 비례대표가 친위부대 아닌가라는 인식이 생겼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병립적으로 비례대표의 국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하고. 비례대표 순서 배분 과정에서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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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지방선거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라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는 자리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대 정당의 한 축인 한국당마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피해를 봤다. 예컨대 한국당은 서울시의회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 25%를 기록하고도 서울시의원 당선자는 6명에 불과했다. 이런 정치적 현실의 변화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시민사회와 소수정당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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