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됐다는 구체적인 진술, 대가성이 없다는 것과 특활비 목적에 부합한다는 방어논리 인정 안 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친박 중의 친박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오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최 의원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2014년 10월23일 집무실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1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구속기소 됐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의원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의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기재부 장관의 직무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가 훼손되고 거액의 국고 자금이 국정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결과가 나와 죄질이 무겁다”며 최 의원에 대해 징역 5년과 더불어 벌금 1억5000만원·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최 의원은 1억원을 받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다. 처음 혐의가 불거졌을 때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 판사는 “1억원 전달 사실을 진술하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 전 실장의 진술 모두 신빙성이 높다. 두 사람이 피고인을 모함하거나 음해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달 상황에 대한 이헌수의 진술은 직접 경험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최 의원 측은 사실상 1억원 수령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도 뇌물의 대가성이 없었다는 식으로 방어 논리를 펼쳤지만 “국정원 예산안 편성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이 전 원장이 금품을 교부할만한 동기가 충분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국정원의 특활비가 타 국가기관장에게 건네진 것은 특활비의 특성상 부적절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에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닌 불법 전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실 국정원의 돈이 최 의원에게 건네진 목적이 매우 불순하게 판단될 수밖에 없는 구체적인 배경이 있다. 국회에 제출된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면 국정원 내부 보고서의 내용이 근거로 적시됐다. 

12일 오후 국회 e의안정보시스템에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체포동의안이 접수돼 있다
2017년 12월12일 국회 e의안정보시스템에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경환 의원 체포동의안이 접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구체적으로 국정원 예산관 정씨가 2014년 내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총괄과장 등을 만나 국정원에 편성된 특활비 액수가 삭감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당시 워낙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자 이들은 국정원장이 직접 만나서 부탁해야 한다는 문건을 작성해서 이 전 기조실장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진술을 통해 최 의원과 언제 어디서 만나 1억원을 전달했는지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4년 9월 기재부는 2013년에 비해 국정원 예산을 472억원 증액했다.

한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 감별사’로 불리는 등 자타공인 친박계 거두였던 최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힌 공천권 남용의 원흉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특히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현장에서 투표를 거부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던 모습이 온 국민의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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