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갈등, 상호 비난과 책임공방, 박형준 교수와 유시민 작가의 해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자유한국당의 싸움은 기존의 것들과 결이 다르다. 한국당은 최악의 지지율에 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한데 계파 갈등은 극심하다. 분당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6월28일 국회 의원총회장에서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를 잘 살려서 당 쇄신에 매진하는 동시에 정책중심정당으로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투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 지도부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상황이 너무 어렵다. 일단 구인난이 심하다.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의원은 “김 대행께서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해야겠다고 말해서 무슨 말인가 하니 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지금 관심을 가질만한 10여명에게 전화해서 보고했고 진행하고 있다”며 “언론에 나온 사람들(남경필·김병준·김황식·황교안·김형오)을 중심으로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 다음주 말까지 비대위원장이 가시권으로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주요 인물들을 접촉하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철에 누구도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맡지 않으려고 하자 뒤늦게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고 탄핵을 인정하지 않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공천을 줬을 정도인데.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을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이 자명하다. 

이러다보니 김 대행은 2020년 총선 공천권까지 비대위원장에게 넘기겠다는 솔깃한 제안까지 공언하게 됐고 박대출 의원은 “이 사람 저 사람 이 머리 저 머리 마구 목을 쳐대는 백정의 칼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보기 민망한 수준의 계파 갈등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김 대행은 이날 의총이 끝나고 “자유한국당이 정책 정당으로 갈 수 있도록 (언론인이) 도와달라. 맨날 싸움질하는 것은 어느 조직이든 아픔은 다 있는 것인데. 그 아픔을 가지고 우리 당의 모든 것인 양 (언론에) 나가는 것은 안 된다”며 호소했다.
  
어느정도였길래 그럴까. 비박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언론에서 자주 부각될 수밖에 없는데 왜곡 보도를 막기 위한 의도로 의총이 공개됐고 의원들의 센 발언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성일종 의원은 “(김 대행이 단식해서) 9일 동안 아무것도 안 드셨기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잘 안 될 것”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당시 김 대행의 단식을 조롱한다며 언론 보도까지 고소고발로 대응했던 한국당의 홍보본부를 생각했을 때 이런 발언은 김 대행에 대한 노골적인 반기가 아니라면 해석이 불가능하다. 

김태흠 의원은 “(친박계의 우두머리인) 서청원 의원이 물러났다. 그럼 계파의 상징(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물러나야지. 복당파들 홍준표 체제 1년 동안 주요 당직 맡지 않았나. 친박들 과거 죄가 있어서 숨도 못 죽이고 있지 않았는가. 이런 패배가 나왔으면 서로 친박 비박 얘기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선거 끝나자 마자 복당파 같이 모여서 친박 치겠다고 하고 친박 망령이 살아난다고 하고. (물론) 박근혜 정부 때 장관지내고 당 3역 이상 한 분들 거취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복당파 자중해야 한다. 명분과 논리도 없이 왔다 갔다 한 분들 아닌가. 오히려 유승민 의원과 같이 함께 했었던 사람들이 나름대로 소신은 있다. 이게 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의원들 사이에서 나지막이 “지랄하네”라는 소리가 들렸다. 

친박으로 분류된 인사들에 대한 당 내외 압박이 거세다 보니 홍문종 의원은 “솔직히 친박이 어디 있나. 다 죽었다. 언제 모인 적 있나. 그 좋아하는 골프 모임도 안 했다. 나는 안 되면 분당이라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도 꺼내지 않았던 결별 수순을 수면 위로 꺼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진태 의원이 28일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진태 의원도 “김성태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며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미 25일 중진 의원 5인(나경원·심재철 ·이주영·유기준·정우택·홍문종)도 성명서를 내고 김 대행의 사퇴를 압박했다.

비박계 김학용 의원은 “계속 나오시는 분들도 말을 좀 순화해서 했으면 좋겠는데 의원총회 올 때마다 들어오기 싫고 심장병에 걸릴 것 같다. (작년 12월 선거에서) 원내대표 찍지도 않고 반대했던 분들이 김성태 물러나라? 이건 좀 안 맞는 것이다. 김무성은 누가 뭐래도 피해자인데. 피해를 입힌 사람이 나가라? 납득이 안 가는 것”이라며 복당파 비박계를 엄호했다. 

당의 화합과 대수술 보다는 계파적 이익에 따라 극단적인 발언만 하는 것에 대해 홍철호 의원은 “배지를 달아라 아예. 친박 배지와 비박 배지. 그래야 우리도 아 저기는 가지 말아야겠구나.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성태 대행, 안상수 준비위원장,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은 20% 선이 깨졌고 10% 대를 맴돌면서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재건비상행동과 더불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비상대책행동본부는 다음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전원 불출마를 촉구했다. 2004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뒤 역풍을 맞았을 때 천막당사를 치고 30여명 가량 불출마 선언을 해서 기사회생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4명(김무성·윤상직·유민봉·이군현)에 불과하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유시민 작가는 6월28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인 상태에 대한 진단과 방안을 제시했다.

유 작가: 보수 정당은 (망조는) 초저녁이다. 아직 가장 어두운 때가 아니다. 이제 막 해넘어 가서 밤이 시작되는 것 같다. 

박 교수: 차라리 밤이 시작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밤이 오기도 전에 전부 자멸하는 상황이다. 

유 작가: 서로 머리끄덩이 잡는 양상이다. 

박 교수: 지지부진한 한국당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수 전체의 혁신을 위해 노선 전환과 인적 청산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과거 탄핵 이후에도 한 번도 못 한 어떻게 물갈이를 할 것인가.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박형준 교수는 (캡처사진=jtbc)
박형준 교수는 아직도 권력욕을 내려놓지 못 하고 차기 당권만 보고 있는 한국당의 중진 의원들이 있는 한 이러한 분란 사태는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캡처사진=jtbc)

유 작가: 위에 새 물이 대기하고 있어야 밑에 물 빼내면 물갈이가 되지 지금 새 물도 안 보인다. 지금 한국당의 사태는 혁신의 주체 세력이 안 보인다. 누구라도 저 사람들이 규모를 키우면 혁신이 되겠다라는 느낌이 드는 세력이 있으면 좋은데 피차간에 어차피 다 혁신 대상인 사람들끼리 서로 남 탓 하면서 머리끄덩이 잡고 있는 양상이어서 앞이 안 보인다. 그래서 이게 하루 아침에 안 되니까 빨리 원내부터 결집하라고 자꾸 권고하고 있는 이유가 그래야 거기서 새로운 뭔가가 생길 수 있다. 

박 교수: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여전히 120석 가까이 되는 한국당이 혁신을 하고 그 혁신을 토대로 해서 통합의 구심이 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 서로 난파하는 보수 진영 전체의 빅 텐트를 새로 치자는 움직임이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각자도생 하면서 지리멸렬할 가능성도 있다. 

박 교수: 혁신하는 과정에서는 단호함이 있어서. 지난번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쇄신하겠다고 들어가서 아무 것도 못 했다. 그런 꼴이 다시 안 나도록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때(탄핵 당시) 보다 더 망했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보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보수 혁명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가치와 비전과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 노선 전환을 누가 대변하느냐와 관련 사람을 불가피하게 바꿔야 한다. 사람을 바꿀 가장 좋은 기회는 다음 총선이다. 한국당 의원 전체가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아도 좋다는 백지 위임을 해야한다고 본다. 

유시민 작가는 비대위원장에게 3가지 전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jtbc)
유시민 작가는 비대위원장에게 3가지 전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jtbc)

유 작가: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오든 전권을 가져야 한다. 혁신 비대위가 가져야 할 전권은 새로운 정책 노선을 설정할 당의 강령을 새로 작성할 권한. 두 번째는 당 윤리위원회의 권한을 다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인적 혁신이 된다. 세 번째는 공천권을 다 가져와야 한다. 공천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영입하는 문제까지. 이 세 가지를 다 가져야만 한국당을 어떻게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보고 비대위원장을 하라고 하면 먼저 친박을 18명~19명만 출당을 시킬 것이다. 20명 넘으면 교섭단체가 되니까. 일단 완전 구시대의 무능하고 경직된 보수 반공주의 이런 것에 사로잡힌 사람들 최순실이 대통령짓 하고 있는데 그 밑에서 충성했던 사람 쳐내야 한다. 역사의 정의란 건 인적 청산이 동반돼야 한다. 그래야지 시민들이 볼 때 좀 시원하게 하네 그런다. 두 번째는 영입할 때 공천을 보장 안 하면 영입 못 한다. 당 지지율도 낮은데. 공천권을 다 가져와서 자유한국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영입해서 갖다 꽂아야 한다. 쳐낸 사람 지역은 그 사람들이 또 출마할거니까 당선이 힘들다. 그런데 말고 좋은 데로 새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고. 마지막으로 남북 대립이 해소되고 북미 대립이 해소된 한반도 평화체제에 맞는 신 보수 노선의 강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할 전권이 없으면 세종대왕을 모셔다 놔도 이 당은 혁신 못 한다. 사람보다 중요한 건 의원들의 합의다. 우리의 공천 권한을 포함해서 모든 권한을 다 줄테니 우릴 좀 살려주세요. 그 정도는 해야 뭘 했다 싶은 거지. 자기들끼리 백날 싸워봤자 답이 안 나온다. 

박 교수: 가장 큰 문제는 당 중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차기 당권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떤 식으로 혁신을 하든 내가 당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꽉 차있으니까 서로 총질을 하는 것이다. 

유 작가: 이 당은 총선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야한다. 

박 교수: 자신의 권력 욕망에 의해서 추동되는 그 총질을 하는 그런 과정이 반복되는 이상 혁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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