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팀과 번영팀의 두 경기 치열, 감독과 코치도 교차 구성, 용어는 북한 룰은 국제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한(대한민국)과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스포츠로 다시 만났다. 수많은 구기종목 중 농구를 특별히 좋아한다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취향이 반영됐다. 

4일 오후 북한의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농구선수들이 6명씩 섞여 팀을 이뤘고 친선 경기를 치렀다. 전날(3일) 평양에 도착한 남한의 방북단 100명(정부대표·선수단·언론단)은 옥류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회에 참석했다. 남한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인 평양냉면을 대접받은 것이다.  

허재 감독(왼쪽)과 리덕철 감독이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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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평양 옥류관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 환영 만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남한 선수단이 부푼 마음을 안고 체육관에 들어서자 1만2000여명의 관중들은 친숙한 ‘반갑습니다’ 노래를 불렀다. 여성 혼합팀과 남성 혼합팀의 순서로 두 경기가 열렸는데 그야말로 남북 올스타 농구 대잔치였다. 관중은 열정적으로 응원하되 팀을 가리지 않았다. 공격이 잘 돼서 성공하면 환호했고 실패하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2쿼터부터는 북측 취주악단(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이 ‘고향의 봄,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소양강 처녀’ 등을 연주해 또 하나의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하얀색의 ‘평화팀’과 녹색의 ‘번영팀’은 거의 대등하게 겨뤘다. 여자 경기는 번영팀이 103 대 102로 이겼고, 남자 경기는 102 대 102로 비겼다. 

여자 번영팀이 파이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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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이 혼합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여자 경기 번영팀은 이문규 감독(남한)과 정성심 코치(북한), 평화팀은 장명진 감독(북한)과 하숙례 코치(남한)가 각각 교차로 지도부를 맡았다. 번영팀은 박혜진 선수(남한)와 로숙영 선수(북한)가 주축을 이뤘는데 박 선수는 2017·2018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MVP를 거머쥐었고 로 선수는 2017년 아시안컵 득점왕을 차지했었다. 평화팀은 네 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한 베테랑 임영희 선수(남한)와 리정옥 선수(북한)가 주요 전력이었고 특히 리 선수는 3점슛을 여덟 번이나 성공시키는 등 26득점을 기록했다. 8월 열리게 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이날 여자 경기는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는 의미도 있었다. 

평화팀 라플리프 선수와 김국성 선수(북한)가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화팀 라플리프 선수와 김국성 선수(북한)가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남자 경기 평화팀은 허재 감독(남한)과 안용빈 코치(북한), 번영팀은 리덕철 감독(북한)과 김상식 코치(남한)가 이끌었다. 무엇보다 남한 국적을 획득했지만 아직 외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 중인 라틀리프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전광판에 라틀리프 선수는 ‘라건아’라는 한국 이름으로 표시돼 눈길을 끌었다. 남자 경기는 모든 선수가 골고루 득점했고 그런만큼 원윤식 선수(북한)가 17득점으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라틀리프 선수도 15득점에 리바운드 8개를 따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최성호 선수(북한)가 버저비터(시간이 종료될 때 골을 넣는 것)를 성공시켜 질 뻔했던 번영팀을 극적으로 구해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남북의 농구 용어와 규칙은 이질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는 절충해서 규칙은 국제농구연맹(FIBA)을 따랐고 용어는 북한의 순 우리말을 사용했다.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남한)는 ‘판공잡기(리바운드)’와 ‘걷기 위반(트레블링)’이라는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농구장에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일정인 5일 남북이 대결하는 두 경기가 있을 예정인데 이 자리에 깜짝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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