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정책 정당의 첫 주, 최저임금은 정부 기금 안 쓸만큼, 원구성 협상을 두고 민주당과 이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에서 정책을 얘기하면 조금 재미가 없고 (기자들은) 여야가 싸우는 이슈와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일관성을 가지고 매주 목요일 14시 정책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책 스터디’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그렇게 정책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게 국민들에게 잘 비춰져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10%가 넘으면 꼭 밥을 한 번 더 사겠다고 공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첫 번째 정책 행보로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문제와 ‘노동’ 문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부하고 정책별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부하고 정책별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서 분파된 바른정당이 통합해 생겨난 바른미래당은 시작부터 정체성 고민이 있었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진보와 보수 프레임을 벗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정책 이슈별로 달리 대응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뤘고 이런 기조에서 김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먼저 김 원내대표는 “금융 소비자들이 자기 대출 금리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그 내역서를 그동안 받은 적이 없다. 사실 (은행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수용하는 형국이었다”며 현안 점검회의를 통해 당국(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출금리 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역표를 제공하도록 의무화 △제2금융권(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의 금리조작 피해가 5~10%로 추정되는 바 제1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전수조사 실시 이 2가지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이슈가 터지면) 정당에서 한 번만 점검회의 열고 끝나지만 저희가 이 문제는 매월 1회 이상 반드시 점검회의를 지속적으로 갖겠다”며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해서 (금리 조작이 발각돼도 은행 내규 위반이라 징계가 어려웠는데)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바른미래당은 김 원내대표의 공약대로 화요일(3일)과 목요일(5일) 아침 7시 의원들의 정책 스터디 모임을 처음으로 개최했고 그 결과 목요일 14시 기자들에게 정책 브리핑을 진행했다. 꾸준히 이슈와 정책별 바른미래당의 입장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김 원내대표의 포부다. 

새롭게 꾸려진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원내지도부. (사진=박효영 기자)
새롭게 꾸려진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원내지도부.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노동 이슈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1번 이슈로 된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대안 3가지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대안 3가지를 제시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완성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업종별 최저임금제 구분 적용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최저임금위원회를 권고위원회와 심의위원화로 이원화

△탄력적 근로시간제(특정 주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그 다음주에 일을 덜 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 1년으로 확대 △재량 근로시간제의 업종 제한을 완화 또는 폐지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김 원내대표는 “최저임금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지 않는가. 공급자가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와 기업이라고 하면 그 부분에 관해 정부가 추가로 재정지원하지 않을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폭이 이번에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고 이번의 정책 행보 역시 그런 방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높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조치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것에 집중했다. 노동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용자의 손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3일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았지만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정의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문제는 소위 경제 민주화 정책(건물주의 과한 임대료·높은 카드 수수료·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일감 몰아주기)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고 저임금 노동자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의 약자 갈등을 부추기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내에 채이배 의원의 경우 재벌 개혁 등 경제 민주화 정책에 매우 적극적이지만 바른미래당 전체적으로 이런 방향이 부각되지 않고 노동 정책의 부작용 보완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원구성 협상은 관례대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여러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후반기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관례’를 강조했다. 국회의장은 1당, 부의장은 2당과 3당이 맡고 18개의 상임위원장은 의석수대로 배분한다는 것인데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가 국회의장단 선거를 자유 투표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 역사상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어서 일방적인 요구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원구성 협상은 정당별 제로섬게임이라 최대한 관례와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김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원구성 협상은 정당별 제로섬게임이라 최대한 관례와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김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금요일 회동(6일)에서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회)은 자유한국당 쪽으로 운영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바로 논평을 내고 “사실무근”이라며 정권교체 이전 20대 국회(2016년 4월)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아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비효율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당의 오만한 태도가 원구성 협의를 어렵게 한다”며 “20대 국회 개원 당시 여당인 한국당은 국회의장을 양보하고 법사위를 맡았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독식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20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진선미·윤재옥·유의동·윤소하)이 만나서 원구성 논의를 마무리했는데 일단 ‘민주당 8개·한국당 7개·바른미래당 2개·평화와정의 1개’로 가닥이 잡혔지만 두 가지 최종 변수가 남아있다. 평화와정의가 상임위원장 2개를 요구하고 있어서 교문위 등 대형 상임위를 쪼개서 배려하는 것으로 얘기가 되고 있고, 법사위원장은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디 몫일지가 문제다. 

어쨌든 민주당은 여당이면서 원내 1당이기에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둘 다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로 원구성 협상 자체가 난국이 되면 부담이 커서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 분할과 관련해서 “장단점이 존재한다. 30명 이상의 의원들이 배석돼 있어서 지장이 있고 정부 업무를 제대로 감독 견제하는데 나눌 필요가 있다. 교문위, 국토위(국토교통위원회),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은 산하기관이 무척 많다. 이들 감독기관은 국회의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국회법 개정 등 시간을 가지고 제도 개선 차원에서 봐야지 원구성 협상 직전에 타결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개혁입법연대 틀은 반대 

과거 국민의당 때 마이크가 컸던 것과 달리 현재 평화와정의의 존재로 인해 바른미래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약해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김 원내대표는 “평화와정의가 항상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사안별로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그래서 마치 157석이 항상 연대를 해서 하나처럼 움직일 것이라는 전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그렇듯이 김 원내대표도 바른미래당을 범보수로 분류한 뒤 개혁입법 반대 세력으로 갈라치기하는 의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개혁입버연대론에 대해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주승용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김 원내대표는 틀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시 말해 “사안별로 민생에 도움되는 개혁입법에는 앞장서겠고 경우에 따라서 가장 앞장서서 한국당을 설득하겠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야3당 개헌연대(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야3당 드루킹 특검 연대(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4당의 한국당 6월 국회 소집 반대 등 이와 같이 다양한 연대체들 중 하나로 개혁입법연대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그 틀 안에 바른미래당이 들어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 이유로는 “민주당이 이것을 개혁입법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런 탈을 쓰고 자기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일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신들은 개혁입법연대에 동참했으니까 반드시 들어와라 이러면 나는 당연히 반대하겠다”라는 차원이다.

그밖의 

김 원내대표는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에 대해서 “곧 상임위 배분 문제를 가지고 그분들을 만나야 한다. 우리당 의원들이 나 대신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번주 안으로 전부 한 번씩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인은 바른미래당이 당적을 이용해 상임위 배분 문제로 압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서 김 원내대표는 난민법과 UN난민지위협약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문재인 정부가 난민 이슈에 대해 서둘러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문재인 정부가 착한 정치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며 “(꼭 필요하다면 여론의 비판을 받더라도) 용기있게 악역을 자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비판받지 않으려고 몸사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난민 문제가 딱 그 이슈라는 것이다. 

기무사 문제는 “국방위와 운영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를 개최하는 게 맞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문제와 관련해 개최 시기는 8월19일 그대로 하고 당대표 임기도 2년 그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기를 연기하자는 주장과 당대표 임기를 1년으로 단축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바른미래당은 이 문제를 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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