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530원에서 10.9% 인상, 소상공인의 반대, 경영계와 노동계 다 반대,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소상공인의 진짜 어려움 해소시켜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알바생이 사장보다 돈을 더 가져가는 세상 이거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원한다,”

계상혁 전국편의점주단체협의회 대표는 1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발언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매우 예민한 편의점주. (캡처사진=SBS)

시장에는 대기업·중견기업·프랜차이즈 본사·자영업자와 소상공인·정규직·비정규직·알바생 등이 행위 주체로 존재한다고 했을 때 사실 편의점주도 을에 속한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인건비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로열티(상표 사용비)와 건물주의 임대료다. 하지만 당장 투쟁해서 강자로부터 이익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어렵다. 너무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편의점 알바생의 최저임금 인상에 시비를 거는 행동이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편의점주의 매상을 올려주는 주요 고객은 편의점 알바생과 같은 중하위계층의 소비자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왜 강자에게 저항하지 않고 약자의 이익을 깍으려고 하냐는 식의 비판을 손쉽게 하기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4시반 19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2019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그 순간 사용자위원 9명(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은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가 최저임금위에서 관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끝내 회의에 불참했다. 사용자위원이 없는 상태에서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은 각각 8680원과 8350원 두 개 안을 표결에 부쳤고 6대 8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중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8년 7530원에서 10.9% 상승률을 기록한 규모인데 일단 두 자릿 수 상승률을 겨우 유지하긴 했으나 당초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공약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년 15.27%씩 올려야 한다. 아무래도 공익위원 9명의 의중이 최근 들어 제기되는 경제 부처의 속도조절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였고 재계와 소상공인이 합세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어서 정부 내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종합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최근 경제 여건이나 취약계층과 업종에 미치는 일부 영향과 사업주·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고려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검토해야 한다”며 “도소매·숙박·음식업 이런 일부 업종에 일부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과 젊은 층이나 55~64세 그런 분들에겐 영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청와대의 기조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정책의 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 장관과 홍 장관의 속도조절론이 청와대 경제라인(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과 교감을 통해 제기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인사차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다. 둘 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보조를 맞추고 방향 설정을 주도할 핵심 인물들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하튼 청와대는 2020년 1만원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1년간 효과를 살펴보고 속도조절을 해야 할 지 이대로 가도 될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 만큼 목표 변경의 여지는 있다. 재정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 직접 지원 방안을 따로 마련해 최저임금 1만원 도달 시점을 2021년 또는 2022년으로 미룰 수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반발하는 집단은 아무래도 24시간 365일 영업을 해야하는 편의점주다. 현재도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오르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계 대표는 ‘동맹 휴업’과 심야시간에 물건 값을 더 비싸게 받는 ‘할증’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예고했다. 더불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회)은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수당까지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통과를 맹비판했고 이를 명분으로 임금위에 불참했다. 김 장관을 비롯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도 강하게 반발했고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경제 수장이 공공연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엄격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수위를 조금 낮췄지만 비슷하게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의 인식 격차는 이렇게 너무 크다. 특히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우려스럽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전체 노동계를 대변해야 하는 양대 노총은 넓어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따라 올해보다 43% 오른 1만790원을 2019년 최저임금으로 주장한 바 있다. 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했으니 무려 3260원 차이가 난다. 

류장수 위원장이 근로자 측 위원인 정문주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류장수 위원장이 근로자 측 위원인 정문주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근로자위원은 만족스럽지 못 한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됐다는 입장문을 내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 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은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약자들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인데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3일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아보기 위한 헌정사 최초의 시도다. 7530원 월급 157만을 받게 된지 이제 겨우 반 년 지났다.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정책으로 책임져야 할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짓누르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핵심 공약을 수정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을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월급 157만원을 버는 알바생과 매월 순수익 200만원을 내는 편의점주 사이에 전쟁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왜 임금의 5배가 넘는 가맹비와 임대료 갑질은 놔두고 최저임금만 때려잡는 것인가. 정부가 이 싸움을 벌여 놓은 사이 웃게 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뻔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아무 부담도 질 필요가 없게 된 대기업과 가맹 본부”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1만원 약속을 예정대로 실시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특별대책을 당장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그래프. (자료=연합뉴스 제공)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14일 논평을 내고 “실질적으로 문 대통령의 공약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며 “최저임금은 힘없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지킬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자신을 범법자들로 내몬 것에 반발해 거리로 나서겠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이 개혁의 방향에 주목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원내 4개 야당들 중에 유일하게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의 진짜 고통을 해결할 정책적 대안에 집중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상생을 위해서 국가가 구사할 수 있는 정책 종류는 크게 직접적인 복지 확대와 시장에서의 공정성 확보 두 가지다. 최저임금 정책도 후자 쪽인데 이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여러 개혁 입법들이 많다. 

소위 ‘경제민주화’ 차원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 △높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이런 걸 규제하는 정책과 법률들이 많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보완하는 대책으로 일자리 안정기금과 일자리 축소에 따른 EITC(근로장려세제) 및 노인연금 등 전자에 집중돼 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폭증했고 이들이 풀뿌리 경제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용된 알바생은 저임금 노동자의 가장 최하위층인데 그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수밖에 없을 만큼 자영업자는 고통스럽다. 일반적인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책임지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으로부터 갑질을 당하기 일수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에 대한 문제 해결없이 최저임금만 올려버리면 모든 부담은 자신들이 떠맡게 되는 측면이 크다는 입장이고 그게 더 정확하다.

소상공인들은 프렌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법을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성종 부회장(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은 9일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의 지출 규모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 수수료, 임대료, 가맹점 필수물품 강요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해 지급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가맹점주들은 카드 수수료를 결정하는 협상 테이블에서 소상공인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미스터피자 MP그룹의 정우현 회장이 피자의 필수 재료인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할 때 자신의 동생 회사에서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처럼. 공산품이나 농산품을 필수물품으로 지정한 뒤 가맹점에 고가로 구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행태 즉 필수물품 강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종열 정책국장(전국가맹점주협의회)은 좀 더 본질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의 모순을 지적했다.

정 국장은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에 대해 “가맹본부의 수익이 2차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해야 하는데 1차 소비자인 가맹점주에게서 발생한다. 즉 유통 마진과 인테리어 공사 수입 등 출점 수익에 집중돼 있다. 이건 유통업과 인테리어 공사업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고 무형적 가치 제공에 대한 대가를 수익 모델로 하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브랜드로 인해 매출이 증대하고 여기에서 오는 수익에 대해서 본부와 가맹점의 로열티(상표 사용으로 인한 지불) 배분도 매우 불공정하다는 것이 정 국장의 진단이다. 예컨대 편의점의 경우 본부 35% 대 가맹점주 65%가 기본 수익배분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불공정거래 분쟁 건수가 증가하는데 이에 맞는 분쟁해결 시스템은 미비하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더불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는데 이날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재벌들의 시장독식이 개인에게 전염되며 경제윤리가 실종됐다. 무도한 임대료 체계를 바꾸는 일은 개인의 윤리로 바꿀수 없는 만큼 법제화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소상공인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해서 명성을 얻기까지는 개인의 자질이 가장 큰데 임대료를 올려서 사업을 접게 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물가 고시도 물가상승율에 따라 적용하는 만큼 임대료도 공시지가의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할 것이고 건물주 마음대로 임대료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고 밝혀 현장에서 박수를 받았다.

결국 경제민주화 정책이 핵심이다. 이를 추진해서 소상공인의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방지해줄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최저임금만 올라 뿔이 난 상태인 것이다. 이런 을들의 갈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마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송행수 상근부대변인도 14일 논평을 통해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힘겨루기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힘쓸 필요가 있다. 당장 영세사업자들에게 불충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개정안, 불공정한 프랜차이즈계약을 방지할 강화된 가맹점사업법 등 현재 계류된 영세사업자들을 위한 민생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