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다

                             서현진


모든 것은 흐른다
흐르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나도 흐른다
너도 흐른다
강물도 흐른다
풀도 돌도 벌레도
하늘의 별과 달도 흐른다
사막의 모래
땅 속의 화석
바다의 물풀과 고래도 흐른다
살아있는 것, 죽은 것 다 흐른다
흐르고 흘러서 다 무엇이 될까
흐르고 흘러서 어디서 또 만날까


 

서 현 진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창덕 여고 졸업
문학앤문학 출신작가 회장

 

 

 

 

 

 

 

 

 

당선소감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제는 썩어 없어진 줄 알았던 작고 여린 씨가 살아있었나 보다. 그 씨가 내 몸과 마음이 아픈 사이, 가는 뿌리들을 뻗더니 드디어 대지 위에 조그맣게 싹이 텄다. 그 싹 위로 물 조금, 햇빛과 정성을 듬뿍담아 잘 키우리라 다짐해 본다.

돌이켜보면 나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셨던 정재찬 선생님, 대학교시절 시인이셨던 신대철 교수님과 훌륭한 시인들의 작품들이 내 마음 속에 시의 씨를 뿌려주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는 또다른 면에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진배없으므로, 그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더욱 분발해야겠다.

3년 전, 나는 폐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로인해 무기력과 우울증까지 생겨 힘든 시간과 불면의 밤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견디려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집을 꺼내보며 다시금 시를 끄적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신은 공평한 듯하다. 우울이라는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서 시라는 가느다란 동아줄을 던져주신 것을 보면...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찾아, 희미한 꿈을 찾아 미치도록 열심히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큰 힘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게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나의 몸에 밴 게으름을 깨뜨리고 더 열심히 읽고 쓸 것임을 또 한 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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