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 골수 친노 중에 친노, 국가를 위해 민주당이 재집권 해야한다는 대의, 노무현의 바보정신과 김병준 비대위원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적어도 네 번 다섯 번 이렇게 계속 집권을 해야 정책이 뿌리가 내려져서 정착이 된다. 오랜만에 집권했는데 계속 집권을 해야되겠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22일 민주연구원의 팟캐스트 <민주공대>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단순히 한 번 집권해서 권력의 단맛을 보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고 이제는 지속적으로 정권을 창출해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대한민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정치 베테랑의 ‘책임 윤리’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있는 그대로 좋게 평가해주면 그렇다.

이 의원이 장고 끝에 20일 16시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당대표 예비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20일까지 출마를 고심한 이해찬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민주당 대표 예비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는데 이 의원은 그동안 끊임없이 ‘친노 좌장’으로서 당권 레이스의 핵이었지만 직접 언급은 아끼고 또 아꼈었다.

여론조사 1위와 2위를 달리던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과 박영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라 사실상 이 의원의 대세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형국이다.

이 의원의 출마의 변은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튼튼하게 뒷받침 하겠다”는 것과 “2020년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재집권의 기반을 닦겠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고민은 깊었다. 7선 의원에 국무총리까지 지냈는데 당대표로 나서는 것에 부담스러웠다. 

이 의원은 “그동안 많은 분들이 당대표 출마를 권유했다. 오래 생각하고 많이 고민했다. 당의 한 중진으로 당과 정부에 기여해도 되지 않을까 수없이 자문했다. 그 결과 내가 하고 싶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직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 해야할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나를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 바치려 한다”고 밝혔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이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이미 정치적 커리어로서 끝까지 차지했던 입장에서 사심이 아닌 ‘대의’를 부각한 것인데 이 의원은 “지난 100년간 쌓인 적폐와 불공정을 해소하고 밖으로는 적대와 분단을 넘어 새로운 평화와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가 떠안고 있고 여기에 민주당 재집권의 대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고 민주당을 위해서도 아니고 오직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말로 사사로운 권력욕 차원이 아님을 재차 부각했다.

꼭 나와 우리가 집권해야 정의로운 것일까. 자유한국당이 아니라도 정의당도 있고 민주평화당도 있고 바른미래당도 있다. 

이 의원은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은 오직 우리 민주당 뿐이다. 한국 정치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민주당원은 사적 이익과 권력 의지가 아니라 공적 의식과 책임 윤리를 더욱 강하게 가져야 하고 더 개혁적이어야 하고 더 진보적이어야 하며 더 유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뒷받침을 해야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지만 당장 국회 의석수 구성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의원은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지혜를 모두 총동원해야 한다. 강력한 리더십과 유연한 협상력 그리고 최고의 협치로 일 잘하는 여당이 돼야 하고 성과 있는 국회를 만들어내야만 한다”며 야당과의 효율적인 협치에 대해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출마선언문 속에서 사실상의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추려내보면 △개혁 입법과 예산 뒷받침 △한반도 평화 △자치와 분권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정강정책 △현대적인 시스템 정당 △유능한 인재 육성과 공천 시스템 개혁 △플랫폼 정당 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의원은 정치인 노무현, 인간 노무현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의원의 현재 정치적 입지는 말 그대로 친노의 좌장이다. 친 노무현인데. 인간 노무현의 정치적 가치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현재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 행보를 평가해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이 하락세지만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간 노무현이 인권 변호사가 되는 시작점부터 함께 했고 후일 참여정부의 비서실장까지 지냈을 정도의 ‘30년 지기’지만 이 의원 역시 못지 않다.

이 의원은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통일민주당의 노무현 의원과 함께 호되게 질의를 해서 스타 정치인이 됐을 만큼 노무현의 정치 데뷔 이후 첫 파트너였다. 이 의원은 김대중 정부 후반에 차기 대통령 후보로 노무현을 가장 먼저 밀었고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아꼈던 열린우리당 창당의 핵심 멤버였고 유례없는 실세 국무총리를 지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은 ‘바보 정신’으로 통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옳고 그름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당선이 보장된 편안 지역구를 버리고 연속해서 부산 지역에서 출마를 감행한 것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 전 대통령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권력 게임으로 봤을 때 자기 손해를 감수하고 결단을 내리는 행보는 집권 이후에도 지속됐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등 모두 진보진영에서 지독히도 비판을 받았지만 대외환경적 현실과 진영논리를 탈피해서 사고하려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일들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양극화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분명 실패했고 비극을 맞았지만 그의 정치적 유산은 남아있고 많은 시민들이 그 진정성에 공감해주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감대를 이뤄 여러 직책을 맡았던 김병준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참여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감대를 이뤄 여러 직책을 맡았던 김병준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무현 정신에 대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인물로서 정치적 반대편인 한국당에 가 있는 그에 대해 민주당 일부 인사가 강하게 비판했고 여기에 대해서 김 위원장이 반발한 것이다. 

한국당에 가서 노무현을 거론하지 말라는 질타에 김 위원장은 진영을 뛰어넘어 사고하려 했던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그런 게 아니라고 되받아쳤다. 특히 정치적 출세를 위해 노무현 정신을 이용한다는 비판에도 오직 망해가는 제1야당과 보수를 건강하게 개혁해야 대한민국 호가 제대로 갈 수 있다는 대의 차원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이 의원과 김 위원장 두 원로의 대의는 모두 평가 대상이고 그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한편, 이 의원을 포함 이종걸(5선)·김진표(4선)·송영길(4선)·최재성(4선)·이인영(3선)·박범계(재선)·김두관(초선) 총 8명의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이번 전당대회 룰에 따라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현재 유승희(3선)·남인순(재선)·박광온(재선)·박정(초선)·박주민(초선)·김해영(초선) 의원까지 6명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2기 국정을 뒷받침하고 끌어줄 민주당 지도부의 하마평이 완성됐다. 

오는 26일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을 치르고 8월25일 전당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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