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인스턴트커피 부동의 1위인 동서식품이 창업주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편법을 둬 눈총을 받고 있다. 또 동서식품의 실제적인 지배사인 동서의 경우 대주주를 포함해 9명의 특수관계인이 오너일가로서 막강한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값을 올려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은 동서식품은 비상장사이지만 대표상품인 커피믹스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2001년 이후 최근 10년간 영업이익률이 15%에 이를 정도로 흑자를 거듭하고 있다. 배당금도 엄청나다. 동서식품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지급한 배당금은 9,300억원 가량. 이 기간 거둬들인 영업이익 총 1조4,700여억원 중 60% 안팎을 배당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2,200여억원 중 1,100여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배당률은 63.95%.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동서식품이 가격인상에 대한 비난에도 오히려 오너 일가의 배당금 챙기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 동서 지배구조 변화… ‘커피 재벌’ 3세 등장? -

동서식품의 지분은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홀딩스가 각각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엄청난 금액이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크래프트푸드사로 빠져나간다. 동서는 커피믹스 포장재, 식품 수출입을 주로 하지만 실제적인 동서식품의 지주회사이다. 동서는 동서식품 외에도 동서유지(19%), 동서물산(62.5%), 성제개발(19.75%), 대성기계(48%), 동서실업유한공사(100%), 동서음료(17%), 미가방유한회사(0%) 등 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모든 계열사는 비상장 회사이다. 시가총액(30일 기준)은 1조817억원으로 코스닥에서 9위에 올라와 있다.

동서의 주식은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 김상헌 현 동서회장이 33.84%, 차남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13%를 갖고 있다. 이 외에 김상헌 회장의 아들과 김석수 회장의 아들과 딸들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68%가 넘는다. 김상헌 회장의 친인척들이 동서를 통해 동서식품의 이익을 챙기는 구조이다. 항간에는 매출 1조이 넘는 비상장 회사를 친인척 9명이 지배한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동서의 지분구조 중 눈에 띄는 것은 김상헌 회장의 장남 김종희씨의 지분율 증가다. 김씨는 최근 동서의 경영지원부문 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의욕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3세 경영승계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 4월 김상헌 회장이 증여해준 80만주(2.69%)를 포함해 지난 19일까지 총 680억원을 들여 2001년까지만 해도 1.22%였던 동서의 지분을 6.26%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김 상무는 작은아버지 김석수 회장에 이어 3번째 대주주로 올라섰다.

동서의 지분구조를 천천히 따져보면 김상헌 최대주주를 포함해 친인척관계인 특수관계인 9명의 주식수는 68.5%를 차지한다. 따라서 동서의 후계는 오너일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여기에는 최대주주인 김상헌 회장의 의지가 절대적이다. 한 가지 변수라면 동생인 김석수 회장과 그의 아들, 딸들의 지분. 하지만 김석수 회장이나 그의 아들인 동욱.현준씨(각각 0.99%, 0.92의 지분율을 갖고 있음), 딸인 은정.정민씨(각각 1.04%, 0.99%의 지분율을 갖고 있음)가 지분매입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봐 후계구도가 이미 끝났다는 설이 흘러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상무가 동서의 실질적인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30대 초반인 김 상무가 치열한 커피시장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입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 관계자는 “김 상무의 주식보유는 6.3%이하로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오너일가 편법 경영권 승계로 악용 의혹 -

동서그룹도 다른 대기업처럼 후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내자 오너일가의 비상장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계열사 성제개발과의 거래 부분이다. 성제개발은 동서가 19.75%를 갖고 있고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자녀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80.25%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는 김종희 상무(32.98%)이다.

관계사의 공사를 주로 맡아 하는 건축사인 성제개발은 지난해 매출 90% 이상이 동서그룹 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총매출액 중 관계사 매출비중이 50%를 넘지 않았으나 김 상무가 아버지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후인 지난해에는 90.8%로 껑충 뛰었다.

관계사와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2009년 62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24억원으로 2배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7억5,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도 12억5,0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성제개발은 이중 10억원을 오너일가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아직까지는 성제개발 배당금이 미미해 동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의 일감 독식, 이후 비상장사의 우회상장으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그룹 계열사를 동원한 오너일가 밀어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오너일가의 개인 땅을 동서가 시세보다 비싼 값으로 사들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성제개발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주유소 매출(2009년 50억)이 임대로 전환됨에 따라 관계사 매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용인시 땅도 법에서 정한 방법인 감정평가를 받아 적법하고 공정한 가격에 거래했다”고 덧붙였다.

동서식품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캡슐커피 시장뿐만 아니라 껌과 캔디 등 과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90년대에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유가공 사업과 외식사업에 뛰어들어다가 잇따라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향후 성공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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