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식물이 새싹을 띄우는 발아의 조건으로 화두(話頭)를 내본다. 어느 식물이 새싹을 피워낸다. 연 초록색 새싹을 띄워내고 있다. 식물의 씨앗은 봄여름 갈 겨울 없이 발아(發芽)의 조건만 맞으면 새싹을 띄워낼 수 있다.

제아무리 씨앗이 실하고 성성하다해도 발아의 조건(條件)에 부합치 않으면 그 씨앗은 죽어버리고 만다. 즉석사망선고다. 새싹을 튀 울 수 있는 발아의 조건과 논리(論理)가 자연생태계의 근본섭리이며 철칙인 것이다.

즉, 공기와 산소와 물과 볕과 온도와 토양의 조건 여건이 맞아야 된다. 게다가 발아의 조건에 맞는 적당한 거름기에 혹은 흙의 산도(ph)가 맞아야 만이 씨앗이 새싹을 띄워내는 것이다.

   인간의 살아가는 생태계 삶과 생활환경도 이와 같은 발아의 조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나 명품명작을 만들어 내는 것도 식물의 발아의 조건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토대가 부실하고 환경이 부적당하면 살아 정착 할 수가 없다. 실 예를 들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이조시대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도공(陶工)의 세계에서도 매일반이었다. 하나의 완전무결한 도자기를 생산해내는 게 식물로 치면 발아와 같다.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식물의 발아의 조건에 부합하는 물과 공기와 산소 온 습도 등등의 자연적, 천연적인 조건과 함께 협업기능과 가지고 있는 기옐 발휘해내야 제대로 된 명작이 탄생돼 나오는 것이다.
     
 명품 이조자기를 만든 조선시대 도공들의 협업과 기예공유가 돋보이는 이유다.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냄에는 확실한 이력이며 경험과 경력에서 나오는 힘을 모으는 것이다.

질 좋은 흙을 찾아내 도자기에 알맞게 흙을 반죽해내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그릇을 만들어내는 총책(總責)인 조기장(造器匠)의 지휘아래 그릇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마조장(磨造匠), 건조해내는 건조장(乾造匠), 적당한 온도의 불을 지피는 화장(火匠), 가마의 온도를 관리해내는 감화장(監火匠), 겉에 그림을 그려내는 화청장(畵靑匠)이 있음으로 불휴의 이조자기명품명작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런 시스템자체가 좋은 싹을 띄워내려는 발아이다.

  하물며 오늘을 보자. 각자가 잘났단다. 세대를 넘어 자자손손 이어나가며 기억하고 기려나갈 새싹을 띄워 키워낼 특출한 인물 인재가 없다. 인재 인물 가뭄 시대인 듯하다. 비전을 제시하며 좋은 새싹을 띄워 길러내려는 특출한지도자가 없다.

즉 발아를 제대로 해내는 리더가 없다. 헛기침해대며 목울대 세워 내지르는 소리소리만 요란하고 쓸 만한 인재를 키워내는 인물의 발아가 부진하기만 하다. 조건은 충분하지만 온도 습도, 물과 햇볕, 공기와 산도 역할을 해줄 인재 인물이 보이질 않는다.

마땅히 넛지(nudge)가 있어야하고 지도가 필요 불가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귀찮아서 일까? 나만 만족하면 된다는 자만심에서 일까? 남과 사회를 위해 봉사희생 하고자하는 진정한 참 인물이 보이질 않고 우리 사회 곳곳에 웅성웅성 소리만 높다.    

  지금이 100세 시대라 하고는 있지만 한 인간의 인생은 짧다. 가진 지식이나 지혜나 기술이나 솜씨 모든 걸 모두모두 이어내려주고 가야하는 게 인간의 인간된 삶이다. 내 삶을 다독이기에도 힘겨워서 일수도 있다.

의식이 끊기며 죽음에 이르는 순간 인간이 가졌던 모든 건 육체와 함께 주검이다. 아끼지 말자. 내가 가진 것 모두를 아낄 필요가 없다. 주며 남기고 가자. 그게 인간의 길이며 역할이며 해야만 할 과업인 것일 터이다.

자손들을 위해 후예들을 위해 무엇을 위해 살 것이며 무엇을 남기며 아름답게 떠나갈 것인가를 미리미리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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