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 환경부장관 제안했다는 청와대, 김동철 비대위원장 회의적, 진정한 협치의 조건 강조, 야3당 모두 회의적,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협치 설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청와대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중개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환경부장관 입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일 새벽 이같은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박 의원까지 모두 부인했다. 바른미래당은 반발했고 원하는 협치의 조건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는 비례대표지만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전혀 활동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무소속이다. 

박선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전혀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달리 민주평화당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선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전혀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비례대표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달리 민주평화당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박 의원에 대해 “여권 인사들과 두루 가깝고 여러 정당에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협치 내각을 위해 좋은 카드”라고 평가했고 더불어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과 대변인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환경부 차관을 맡았어서 “환경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춰 자질 시비에서도 자유롭다”고 밝혔다.

정작 박 의원은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11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협치의 손을 내민 것도 아니고 장난하듯 한 쪽에서는 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모른다면서 장난하듯이 국정을 운영하면 야당을 우롱하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간보기 정치는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에 대해서 저희는 정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통을 통해서 국정 운영하는 본연의 협치를 하고 싶은데 혹시 (청와대가) 장관 자리를 제안한다면 그건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대신할 비서실장 또는 정무수석이 예의를 갖춰 제안할 일이지 언론에 흘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진정한 협치’의 조건은 단순히 장관 한 자리 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책 이슈(개헌·선거제도·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 야당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 결과 야당의 목소리를 어느정도 수용하게 되면서 장관 자리를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 기자들의 질의 전화가 쏟아져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는 김동철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문제와 관련 기자들의 질의 전화가 쏟아져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는 김동철 비대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김 위원장은 “만악의 근원 제왕적 대통령제와 적대적 양당제를 청산하고 선거제도 개혁·규제 개혁·노동 개혁·방송법 개정·특별감찰관법 개정 등 그동안 진행된 과제들을 광범위하게 협의해서 국정을 풀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협치라고 규정하고 “장관 자리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혀 매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없는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은 모두 “야당 기만이자 사기극”이라는 취지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은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경제 철학에 대해 수정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협치 내각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3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외교안보 부분은 적극적으로 돕고 같이 리스크를 감당해가고 공동 비전을 가져가고 (협치를) 할 것이다. 만약 외교안보 부처에 어떤 입각 제의가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외교안보 이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의 정책과 저희 당의 정책이 굉장히 차이가 크다. 정책 차이가 근본적으로 있는 상황에서 협치는 불가능하다. 그 부분은 협치가 아니라 견제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반면 바른미래당 내 주승용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은 긍정적이다. 바른미래당이 협치를 주장해왔던 만큼 정부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자기모순이고 낮은 지지율을 넘어서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든 야당을 포괄하는 협치 구상에 대해 소신을 갖고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든 야당을 포괄하는 협치 구상에 대해 소신을 갖고 나서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위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까지 포용해서 야당에 장관직을 나누는 방식의 협치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도 지방선거 이후 비슷한 방향으로 연정(연립정부)을 강조해왔는데 문제는 정의당을 제외하고 현재 야3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한국당은 자신들을 배제한 협치 내각은 “야권분열 책동 공작”이라는 반응이고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7월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적폐세력과 연정하면 적폐청산은 어떻게 할 것이고 최근 경제정책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보수화가 결국 한국당과의 대연정으로 가는 전조가 아니었는지”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야당의 가교 역할을 통해 계속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협치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얼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재차 정책 이슈에 대한 소통과 수용을 강조했는데 청와대와 접점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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