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표 연일 선거제도 올인, 관련 토론회 개최, 의원수 증원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머뭇거리는 민주당, 선거제도는 먹고사는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고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당제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를 열고 원내 5당 인사 모두를 불러 모았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 원내 5당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경기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장에 들어온 사람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며 “선거제도 개혁연대 논의가 시작된지 근 10년만에 5당이 함께한 굉장히 역사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전날(12일) 정 대표는 여의도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 2월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을 냈다. 그러나 선관위 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지역구는 손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300명의 의원 정수 중 비례대표 47명 갖고는 안 되고 최소 100명은 돼야 하기 때문에) 정수를 353명으로 늘려도 국민이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국회 예산을 10년간 동결해서 국회의원 300명에게 주는 세비를 353명 분으로 나누고 줄이면 국민이 양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12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로 유력시되는 이해찬 의원이 지역구 의원의 정수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명분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머뭇거리는 모양새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민사회는 지역구 정수 축소로 인한 저항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현행 253명 지역구 의원수의 50%인 127명을 비례대표 수로 증원하기 위해 총원을 38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결단이 필수적

현재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원내 모든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만 현실적 속내를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 40%대 지지율로 90%의 의석을 점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지 못 하고 당위적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하지만 정치적 기득권이 걸려 있어 결단이 필요하다. 

예컨대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정당 득표율 50.92%를 기록하고도 전체 110석 중 102석 무려 92.7%의 의석을 가져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5.4%를 득표하고도 5.45%인 6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체 110석 중 고작 9%인 10석만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나머지는 1등만 당선되는 지역구 단순다수표제 즉 1등 외에 나머지 표는 전부 죽은 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결단이 중요하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 중인 송영길 의원은 7일 보도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와 관련) 국회가 일은 안 하고 자기들 밥그릇 문제만 계속 논의하면 국민이 국회를 외면하게 된다. 야당과 (선거제도) 논의를 하는 대신 병행적으로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식물 국회의 원인인 국회 선진화법 개정까지 같이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9일 오전과 오후 개헌 및 선거제도에 대해 입장을 밝힌 이해찬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이 의원은 9일 KBS <최강욱의 최강시사>에서 “우선 선거구제만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개헌하고 같이 해야지. 그래서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안(권력구조)에 동의하면 저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개헌 권력구조 안으로 원하는 4년 중임의 대통령제에 야당이 협조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의원과 이 의원 모두 민주당의 이익 양보가 불가피한 연동영 비례대표제에 대해 그냥 해줄 수 없고 다른 걸 조건으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얻은 표대로 의석수에 반영되는 것”이라면서도 “정당들이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또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하승수 공동대표(비례민주주의연대)는 이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오는 발언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연결해서 말하더라.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게 내가 여러 경로로 들은 민주당의 의사인데 선거제도와 개헌을 연결시키는 건 결국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개헌과 선거제도를 연계하는 것과 관련 9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은 불과 2년도 안 남았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도입할 수 있는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 비례대표 숫자가 많지 않아서 거기다가 좀 더하는 것은 큰 개혁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논의를 침착하게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의 이야기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반드시 좋은 선거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정 대표가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당론으로도 문제 없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례적으로 원내 5당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토론회에는 이례적으로 원내 5당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여건이 성숙됐고 용기있는 의지와 뜻을 모아 조금씩 양보해야 할 일이다. 당장 눈앞에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국민적 요구를 저버리는 과오를 이제는 정말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민주당이 마지막 열쇠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 대개혁의 최선두에 서겠다고 정권을 바꿨던 국민 요구를 가장 충실히 수행해야 할 집권여당에서 의지를 내서 올해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먹고사는 문제 

발제를 맡은 최태욱 교수(한림국제대학원/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정말 먹고사는 문제”라며 “4년마다 한 번씩 총선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1등뽑기 게임의 승자는 대부분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거대 정당의 후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역적 인기가 높거나 지역 조직이 튼튼한 사람은 대개 그런 정당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생각해보자. 경상도 지역에서 영남당 후보를 밀치고 1등할 수 있는 소상공인 대표 정당의 후보가 얼마나 있을까. 전라도 지역에서 호남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노동자 대표 정당의 후보는 또 얼마나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2014년 10월1일 오전 국회에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주관으로 열린 개헌 강연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4년 10월1일 오전 국회에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주관으로 열린 개헌 강연에서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과 같은 경제적 약자들은 강력한 사회집단을 형성하기도 힘들지만 설령 그렇게 할지라도 정치적 대표성까지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결국 약자들은 정치적으로도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약자는 숫자만 많을 뿐이지 힘은 없다. 그러니 정치적 대표성도 확보하지 못 한 그들에게 누가 최선을 다해 그들이 원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강화를 위한 법과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주겠는가”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현되면 “사표라는 것이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청년도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대표 정당에 투표하면 그만큼 국회 의석수가 늘어난다.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상공인 대표 정당, 비정규직 대표 정당, 청년 대표 정당 등이 들어서면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이 확 달라질 수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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