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사무총장 국회 특활비 폐지 제도개선안 발표, 애매한 ‘국익’ 개념, 특활비 완전 폐지는 국회 해산?,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 폐지 입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보도를 할 때 사실에 입각해서 보도를 좀 해달라. 국회라고 왜 특활비를 쓸 일이 하나도 없겠나. 그거 조금 쓴다고 미적대니 어쩌니 그런 엉터리 기사는 좀 쓰지말아 달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에 대한 방안을 발표했고 관련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유 총장은 질의응답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려다가 다시 돌아와서 꼭 할 말이 있다며 위와 같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 세금인 특활비에 대해서 시민들의 비판 여론과 이를 반영한 언론의 보도에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내비친 것이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16일 오후 국회 특활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인태 사무총장은 16일 오후 국회 특활비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총장이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이런 거다.

기존에 특활비는 크게 3개 상임위원회·교섭단체 원내대표·국회의장단으로 분류돼 지급됐었는데 앞에 두 개는 폐지하되 마지막 의장단에 할당된 금액은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에 쓰일 규모만 남기고 대폭 삭감된다. 

유 총장은 “특활비 본연의 목적에 합당한 필요 최소한의 경비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납하고 2019년도 예산 역시 이에 준해 대폭 감축 편성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교섭단체 및 상임위원회 운영지원비·국외활동 장도비(공적 임무수행에 따른 수고비)·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 특활비 본연의 목적 및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모든 집행을 즉각 중단한다”는 것이다.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이고 무슨 활동인지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흔히 의장단이 의원 외교 차원에서 대표로 해외를 나가거나, 해외 귀빈이 국회를 방문할 때 쓰이는 비용일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런 비용이라면 굳이 기밀 수집을 위한 특활비가 아니더라도 따로 업무추진비나 특정경비 청구를 할 수 있다.

박수현 비서실장은 국회 사무처의 특활비 방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을 수행하는 박수현 비서실장은 유 총장을 대신해서 기자들에게 답변했는데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해 도대체 의원들이 어떤 활동에 특활비를 쓴다는 것인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어떠어떠한 것이냐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달라고 하면 외교의 경우 상대국과의 관계도 있어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여기까지만 설명드릴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삭감하는 금액을 특정해서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특활비가 사용될 특수한 활동이 언제 어떻게 일정한 계획대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금액일텐데. 그래서 내가 답변드릴 수 있는 것은 알다시피 하반기 특활비 규모는 31억원이다. 이중 70~80% 이상을 대폭 삭감하고 반납할 것이다. 그러면 얼마 정도가 삭감되고 얼마가 잔류할지 유추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의장께서는 여러분이 추측하는 그 잔류 비용마저도 거의 집행하지 않는다는 기조로 최소화하라는 그런 말씀을 했다. 광복절 기념식이 끝나고 의장실에서 유 총장을 비롯 관계자들을 소집해서 도시락 회의를 했다. 여기서 문 의장은 100% 완전 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계속 요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총장은 국민과 국회의장의 뜻을 받들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봐도 꼭 필수불가결한 비용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 총장은 아마 그렇게까지 최소한의 필수불가결한 이것까지 폐지하라고 하면 그것은 국회를 해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하면서까지 (문 의장에게) 설명했다”며 국회 사무처의 이번 방안이 결정됐던 배경을 풀어냈다.   

이에 대해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벼랑 끝으로 몰린 후에야 결국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국회의 굼뜬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그렇게 큰 비판을 받았음에도 의장단의 특활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은 유감이다. 특활비 폐지를 여기까지 이끌어 낸 것은 온전히 국민들 덕분이다.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을 1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라는 말을 국회에 전달한 것이다. 지금 국민의 요구는 국민 세금 1원이라도 언감생심 탐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과연 오늘 국회의 결정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오늘 국회의 결정은 최후의 최후까지 특권의 흔적이라도 남기겠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모르는 세금의 용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의장단의 특활비는 남기겠다는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예산 편성의 칼을 쥐고 있고 그런만큼 불투명한 특활비 폐지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들이 국회의 그런 결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는 예산 편성의 칼을 쥐고 있고 그런만큼 불투명한 특활비 폐지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들이 국회의 그런 결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국회 사무처는 9일 20대 국회가 사용한 특활비(2016년 6월~12월)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참여연대의 소송에 항소했는데 이와 관련 유 총장은 “2018년 말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기존 법원의 판결의 취지에 따라 특활비의 집행에 관련한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유 총장은 “공개청구 내용이 이번 내용과는 다르다. 그걸 어디부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그 범위와 방식에 대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거기에 맞춰서 공개하겠다는 것”이라며 항소를 취하하지 않는 것이냐는 추가 물음에 “예를 들어서 특활비 뿐만이 아니라 이번에 정보공개 청구 내용에 들어간 다른 비용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관련 소송에서 공개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도 소송에서 국회가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 시간끌기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자들은 줄기차게 현재 항소 중인 청구 내용에서 특활비 항목만 선 공개할 수 없느냐고 물었고 유 총장은 “20대 국회에 대해서 항소한 것은 특활비 뿐만이 아니다. 내용이 다르다. 그니까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올 연말까지 공개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제식구 감싸기 차원의 시간끌기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유 총장은 기자들의 정보공개 소송 관련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 총장은 기자들의 정보공개 소송 관련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와 관련 오유진 참여연대 간사(의정감시센터)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단 우리는 특활비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국회가 예전보다 나은 입장을 낸 것은 환영할만한데 특활비 완전 폐지라고 표현하고 이면을 살펴보면 뭐가 계속 남아있는 깨끗하거나 개운하지 않은 상황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과거와 달리 스스로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일단 환영한다. 하지만 삭감한 만큼 다른 업무추진비를 증액하거나 또 지금까지 국회가 그렇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던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과연 이번 방안을 지킬 수 있는 것인가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회가 오히려 화를 더 키우고 있는 것 같다. 편성된 절대 액수는 작지만 국회가 특활비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완전히 폐지해야만이 다른 공적 영역에 잘못 쓰이는 부분에 대한 견제와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그 첫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에서 국회 특활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 특활비 완전 폐지는 바른미래당의 당론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 (유 총장이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한 것과 관련) 국회가 잘못했고 맞을만 했으니 맞는 것”이라며 정의당과 함께 특활비 완전 폐지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이용주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화당은 국회 특활비 완전 폐지 입장인가에 대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거대 양당의 특활비 담합이나 방어적인 태도는) 문제가 많다. 또 특활비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폐지해가는 흐름도 맞다. 하지만 작든 많든 간에 모든 부분에 특활비는 다 있다. 그걸 다 없애자고 하면 좀 그렇고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어느정도 필요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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