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사금고화라는 대원칙, 대형은행에 잠식당해, 금융소비자연맹 VS 추혜선 정의당 의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현장 시연회에서 한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 인사가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청와대)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 완화를 허용하자는 특례법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됐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환영한다는 입장이고,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천정배 의원 등 일부는 반대하고 장병완 원내대표 등 일부는 찬성하고 있어 입장을 조율 중이다.

갈수록 고용이 악화되고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를 불러오는 요인이 됐다. 문 대통령 스스로 소득주도성장 보다는 혁신 성장에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산업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핀테크(금융과 IT 기술의 융합)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의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현행 은행법 16조2에 따르면 산업 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금융회사) 지분을 10% 이내에 취득할 수 있고 의결권은 4%(지방은행은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11월4일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의 경우 승인절차만 통과되면 산업 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행사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조 회장은 금소연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애 대해 적극 지지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융 소비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 단체들은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다 찬성하고 있다”며 “과거 산업 자본주의 시대에서 만들어진 은산분리의 원칙이다. 이제는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제3, 제4의 새로운 은행이 생겨야하는데 현행 은산분리 제도로 모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소연이 특례법에 찬성하는 이유는 크게 △금융 소비자의 편의 △기존 금융업계의 투자와 경쟁 촉진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대형 은행에 잠식 당할 위험 방지 △한국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 △대주주 산업 자본의 책임경영 도모 등이 있다. 

하지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추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거의 유일한 은산분리 반대론자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추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시민단체가 동의한 것은 금융혁신을 위한 매기이지 규제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이 아니”라고 밝혔다.

추 의원이 특례법을 비판하는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자금조달 문제는 케이뱅크의 증자 실패에서 기인 △KT가 자금조달 계획을 거짓으로 제출한 만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이 없음 △특례법은 이미 특혜로 인가받은 문제 많은 은행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동 상정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는 2가지 경로(대주주에 대한 대출 금지·대주주의 지분과 증권 취득 제한) 외에도 다르게 사유화 △대주주 지분 참여자의 자격에 대한 말 바꾸기 등이 있다.

추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면허를 반납하고 새롭게 인가 신청을 받고 정당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조 회장은 “인가 과정에서 해당 잘못만 따지면 되는 것이지. 해당 업체 전체를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여러 단체와 대학 교수가 참여한 기자회견실. (사진=박효영 기자)

은산분리를 완화하고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처럼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2가지 대주주에 대한 대출 금지·대주주의 지분과 증권 취득 제한 등 안전장치가 거론되는데 추 의원은 “1993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삼성그룹의 대주주 의중에 따라 삼성생명이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집한 사례가 있다”며 반례를 들었다.

금융회사 삼성생명은 대주주인 삼성그룹 이익의 관점으로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그때 삼성그룹에 대한 대출이 있었거나 추가 지분을 취득한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그런 부분을 반영하면 된다. 아무리 그물을 쳐놓더라도 법이라는 게 구멍이 나기 마련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면 안 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정부여당이 특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말을 바꾸고 있다”며 처음에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은 지분 참여에서 제외시킨다”고 했는데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은 예외”라고 물러섰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넬을 활용해서 설명한 추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판넬을 활용해서 설명한 추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추 의원은 이에 대해 카카오의 자산이 8조5000억원 규모인데 카카오뱅크를 계열사로 편입하면 지분이 10조원이 넘어 ‘대주주 요건’에서 탈락하니까 그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SDS, SK 텔레콤 등 대기업 계열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문제가 불거지자 대기업집단 중 ICT 자산 규모가 50%를 넘는 경우 진출을 허용한다고 한 것도 결국 꼼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표준산업분류’와 ‘특수분류’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ICT 기업에 신문사와 방송사도 들어가고 삼성전자도 포함된다며 “TV조선은행과 삼성은행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가정했다.

금융 개혁의 여러 문제에서 같은 입장에 섰던 금소연과 참여연대·경실련은 은산분리 완화만큼은 상반된다. 조 회장은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려는 차원에서 그들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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