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세인 민주당 선거제도 피해자 될 수 있어, 정치적 이익을 떠나 제도 개선해야, 이해찬 당대표 후보의 견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독주했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인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 외에 텃밭인 경남·부산·울산 광역단체장을 내줬고 풀뿌리 조직인 지방의회도 민주당이 장악한 경우가 많았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에 뜻을 내비쳤어도 민주당의 소극성이 부각되는 그 속내의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 악화 등 여러 이유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1등만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가 꼭 민주당에 정치적 이익이 아닐 수도 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윤소하 신임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새 민주당 대표가 누가 되든지 간에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민주당이라고 해도 앞으로 지금처럼 지지율 떨어지고 하면 정의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겠지만 거기도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인지를 본인들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은 지금이 가장 적기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100% 민심 그대로 반영된 선거제도를 원하고 있는데 당장 눈앞에 유불리만 따져서는 자기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경우가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병완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시민 작가도 6월2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압승의 선거 결과에 대해) 무섭다고 그랬다. 문 대통령도 이 선거 결과가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결과라고 그랬다”며 운을 뗀 뒤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이 이 선거제도를 자기들이 앞장 서서 고치겠다고 얘기를 해야 된다. 민주당도 지금 호시절이라고 해서 4년만 내다보고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지금과 같은 단순다수대표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보면 좋은 정치는 어떤 정치냐 하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요구나 소망이 실제 현실에 있는 만큼의 비율로 의회에 반영되는 정치가 좋은 정치다. 이 제도(단순다수대표제)로는 지방 정치고 중앙 정치고 간에 좋은 정치가 이뤄지기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정당들이 좀만 선거에서 뒤지면 몰살 당하니까 죽기 살기로 싸우고 집권 여당이 성공하고 대통령이 성공하면 야당이 죽으니까 어쨌든 발목을 잡고 공격을 해서 죽일려고 그러는 것이다. 서로 간에”라며 “지난 30년간 87년 체제로 해본 결과 여야 정쟁이 너무 심하고 각 정당 안에도 살아남기 위해 큰 정당으로 뭉쳐야 되니까 이질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엉망”이라고 진단했다.

유시민 작가는 민주당에게 근시안적인 관점을 탈피해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jtbc)

결국 “이렇게 하지 말고 각자 자기 색깔대로 정책을 내고 후보를 내고 경쟁한 다음에 국민의 지지를 받는 만큼 의석을 가지고 국회에 모여서 다수연합을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것을 지금 민주당이 하기가 너무 좋은 시기다. 나는 민주당이 이걸 했으면 좋겠다”며 거듭 주문했다.

같이 출연한 박형준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히려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제도를 바꾸는데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거꾸로 자기 이익만 생각하면 그렇다. 만약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안 하겠다고 그러면 또 양당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6월14일 방송된 <썰전>에서도 “지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고 해서 요 결과가 다음 총선까지 그대로 간다는 법은 없다. 이걸 봐야 한다. 단순다수대표제다. 이를테면 한 사람만 이기는 선거이기 때문에 10%를 이기든 20%를 이기든 2%를 이기든 다 모아놓으면 하나로 이긴 것 같지만 사실은 다음 선거를 분석하기 위해 지지 퍼센트도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즉 “아직도 전체 선거에서 대부분 지긴 했지만 30%~40%의 보수표는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을 한 선거다. 그 격차가 지금은 모두 이쪽이 당선됐으니까 큰 것 같지만 사실 10% 내에서 왔다갔다 하면 비등해지는 거다. 이거는 그 안에 일어나는 여러 정치·사회·경제적 계기들이 이런 걸(지지율 변동)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게 고정적이고 계속 그렇게 갈 거다고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교수는 거대 양당에 대한 지지율이 얼마든지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단순다수대표제가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음을 논증했다. (캡처사진=jtbc)

민주당이 대의를 보는 통큰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는 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 선거제도로는 자신들에게도 불이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은 야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개헌의 권력구조(4년 중임 대통령제)를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19일 국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개헌과 선거제도를) 분리할 수도 있고 연계할 수도 있고 그렇다. 선거구제 개편은 헌법 사항은 아니다. 권력구조와 연계되기 때문에 같이 논의하는 것이지 법률 사항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다룰 수는 있다. 다만 권력구조와 연계되기 때문에 완전 분리는 안 된다는 그런 말”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고한 적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원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총선 비례대표제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도권 권역에 100명의 의원이 할당됐다고 가정하면. A정당이 40%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지역구 당선자가 14명이라면 나머지 26석을 비례대표로 확보할 수 있다. 

총원을 그대로 두고 비율을 조정하면(현행 300명 중 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200명·100명으로 조정)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행 253명 지역구 의원수의 50%인 127명으로 비례대표 수를 증원하기 위해 총원을 38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실제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을 감안해 정수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이해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정수 증원을 이유로 어려울 수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럼에도 이 의원은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필요한 비례대표 정수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게 충분히 소수자의 권리를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300명이라는 제한된 숫자 안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를 늘릴수록 지역구 정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각 당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 합의를 통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당 지지율 만큼 의석에 반영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럴려면 지역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즉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을 피해갈 수 있는 정수 증원의 해법이 있음에도 이 의원은 지역구 감축을 명분으로 현실적 어려움을 부각하고 있다. 아무리 국민의 국회 불신이 극심하더라도 정수 증원을 통해 국회의 구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있게 제시된다면 꼭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의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를 지체시키는 요소로 증원 문제를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향후 야당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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