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중앙뉴스=박종민] 시골 국도변에 위치한 로또복권판매점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웅성웅성 왁자지껄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고 찾아드는지 줄지어 밀려드는 차량에다 오고가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차량안내아르바이트요원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잠시도 멈추지 못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있다.

몸을 가누지 못해 녹초지경이다. 옆에 있는 주유소권역까지 침범하여 드나드는 차량행렬들로 인해 주차장이 되고 정차정류장이 돼버리고 있다. 참말로 가관이다. 자칫 잘못 들어서서 얼쩡거리다가 주유소주인에게 물어보니 붐비는 시간대가 따로 없다한다.

아침 일찍 문을 열면 온종일, 진종일 차량들로 붐비는 성업상황(盛業商況)이 계속 이어진단다. 그럴 법도 한 게 복권판매점간판에 커다란 굵고 붉은 글자로 1등 당첨 23회, 2등 당첨32회라고 대문짝만큼 붙여 놨다. 

실제로 그런 높은 당첨 율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걸 보고 찾아오는 듯하다. 사행 심(射倖心)을 끌어 올리고 요행 심(僥倖心)을 자극하는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워낙 경제지표가 어둡고 불황과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요행 심, 사행심이란 무엇일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몰려가고 게다가 커다랗게 홍보 광고 글씨와 간판을 내 걸고 있으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복권에 당첨 될 수 있다는 기대와 꿈, 희망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814만 분의1이 로또복권1등에 당첨될 확률이라 한다. 사람이 번개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 4백 몇 십만 분의 1이라는 데,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배 이상이 당첨될 확률이 낮은 것이다.

참으로 허망하고 허무하다. 슬프고 아프다. 살아가는 현실이 고단하고 시리다. 복권을 사든 사람들 모두 밝고 환하게 웃고는 있지만 곤궁한 인간상이다.

그 누가 시켰겠나, 저 행보와 몸짓과 발길들을. 그러나 복권을 사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미리 행복이 가득하다. 좋아서 하고 자진해서 하는 행동거지다. 가만히 지켜보니 누가 시킨다고 나설 사람들이 아니다.

얼굴 표정 대화 입놀림 몸놀림이 즐거워하고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보람 있어 보이며 희희낙락하고 재잘거리면서 수없이 오간다. 거개가 젊은이들이다. 세상은 요지경이라 했던가? 여기가 바로 요지경의 마당인 듯싶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려면 우선 좋은 꿈을 꿔야한단다. 깨끗한 몸과 정갈한 마음으로 잠을 곱게 자야하고 고운 꿈을 꿔야 한단다. 용꿈이든 돼지꿈이든 조상님들의 꿈이든 받아드리고 꿈을 해몽하고 해석하는 사람의 영감에 믿음과 행복함이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조용히 가만히 회상하고 상상하며 발설(發說)하지 말아야 한단다. 아무리 좋은 꿈을 꿨어도 그 꿈의 유효기간이 있다한단다. 그러니 길몽, 즉 좋은 꿈, 길한 꿈을 꿨다면 즉시 복권방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허욕에 집착치 말라. 하늘 높이 뜬 구름 잡는 것보다 더욱 허망하고 허무하며 허접한 짓이리다. 복권에 당첨돼 횡재를 얻으려면 먼저 마음을 비우고 내공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조상대대로 3대 이상에 걸쳐 착하고 좋은 일 올바른 일을 해낸 내공이 있어야 한단다. 선행은 기본이고 몸도 마음도 불순한 행동을 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단다.

그렇게 해서 로또복권1등에 당첨이 돼 면 더 많은 선행을 해야 한단다. 과욕과 허욕으로 가득한 곤궁하기만 인간상으론 신(神)의 가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지전능한 신(神)은 인간세상을 꿰뚫어 볼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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