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던 때와 비교분석, 트럼프 대통령의 레버리지는 뭘까, 4차 방북 이후 만족할만한 성과에 대한 압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 시간으로 25일 새벽 4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급 취소했다.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에 이 소식을 타전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월23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2차 북중 정상회담이 있었을 때 김 위원장의 태도가 변화한 점이다.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방중하고 난 뒤 태도 변화가 있었고 시 주석은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라며 북중 공조로 미국과의 협상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견제한 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급 취소 통보를 통해 뭘 더 얻으려고 의도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백악관)

5월7일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태도가 변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실제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가 완료된 직후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공식화 한 뒤 하루 만에 취소를 선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because I feel we are not making sufficient progress with respect to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이라고 밝혔고 구체적으로 “대중 무역과 관련한 미국의 훨씬 더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중국이 이전처럼 비핵화 절차를 돕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our much tougher Trading stance with China, I do not believe they are helping with the process of denuclearization)”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4차 방북을 취소하면서 비핵화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밝혔다. (캡처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미중 무역관계로 인해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캡처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미중 무역관계가 풀리면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더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캡처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편지 말미에 “만약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을 위해 마음이 바뀐다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여지를 남겼는데 이번에도 “김 위원장에게 가장 따듯한 안부와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를 곧 만나게 되기를 고대한다(I would like to send my warmest regards and respect to Chairman Kim. I look forward to seeing him soon)”고 표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은 머지 않은 미래에 방북하기를 고대한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해결되고 난 후일 가능성이 높다(most likely after our Trading relationship with China is resolved)”며 노골적으로 시 주석의 조치를 요구했다.

미중 무역관계 그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갈등으로 시 주석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시간표와 리스트를 마련하도록 제대로 압박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표시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북미 협상을 전담하고 있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사진=백악관)

과거 패턴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속내를 가정해볼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전에 한 번 더 레버리지(지렛대)를 시도해서 원하는 것을 극대화해 얻으려고 하는 기질이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및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자꾸 군불을 지폈었고 그것은 고로 물밑 협상에서 타협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핵화 시간표와 신고 리스트가 제시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미국과, 종전 선언과 부분적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북한 간의 입장 조율이 있지 않고서는 고위급의 만남이 이뤄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폼페이오 장관이 7월6일 3차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 했고 별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가져오지 못 할 경우 미국 내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즉 좀 더 확실한 성과를 보장받기 위해 한 번 더 담금질을 하고 밀당(밀고당기기)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 

만약 다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되면 최소한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는 받아올 가능성이 있다.

(사진=백악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점쳐졌었는데 갑자기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전직 외교 관리들은 후자에 힘을 싣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전 특보(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는 25일 보도된 VOA(미국의소리) 기사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방북했음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수치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he felt it would be too politically embarrassing for Pompeo to leave Pyongyang empty handed again)”고 밝혔다.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도 “폼페이오 장관이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 한 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They don’t want to go on another trip and have Pompeo come back without any progress)”이라며 “지난 방북에서 제안했던 것이 거절당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안을 들고 갔어야 했고 이런 제안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푹스 전 부차관보(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듯이) 지금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정부 내 일각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을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볼 때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그런 상황을 우려했을 가능성 △과거 정상회담을 취소한 뒤 다시 만나기로 했던 전술을 다시 사용했을 가능성 두 가지를 상정했다.

특히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중 무역 갈등이 빠른 시일 내에 끝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Most people don’t think that the trade dispute between the US and China are likely to end resolve anytime soon)”며 “협상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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