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관련 뼈있는 소리, 문희상 의장 “어차피 비준 논의 불가피”, 김성태 원내대표 “협치하자면서 비준 강행은 안 돼”, 여당과 야당의 역할, 인식 차이는 무엇인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제1야당 원내대표 간의 협치에 대한 관점이 다를 수 있다. 특히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자유한국당과 적어도 그것만은 초당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국회의장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협치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문희상 의장은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희상 의장은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평소 존경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국회의 역할을 첫 일성으로 강조한 것은 대단히 환영한다. 그런데 주말에 뉴스를 보니 문 의장께서 남북 정상회담 비준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그런 주장을 했다. 사실이라면 말로는 협치를 이야기 하고 한편으로는 다시 국회를 정쟁의 싸움으로 이끌고 가려는 그런 오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화살을 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한국당의 자승자박을 생각하지 않고 또한 사실 여부와 달리 당대표 재임 시절 지속적으로 언론을 비롯 모든 것이 장악됐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 역시 “삼권이 분립돼 있는 국회가 곁가지로 (판문점 선언 비준의 흐름에 따라)가는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은 없어야 한다. 그 중심이 바로 문 의장의 확고한 국회 운영에 대한 3권 분립의 의지다. 국가 권력과 지방자치권력, 언론, 사법과 검찰 모두 대통령 정치에 함몰되고 있는데 국회마저도 대통령 정치에 손발이나 맞추는 또 변죽만 올리는 그런 나약한 모습을 가져간다면 대한민국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협치론에 대해 걱정이 된다며 불신감을 살짝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협치론에 대해 걱정이 된다며 불신감을 살짝 드러냈다. (사진=박효영 기자)

남북미 정상 차원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보조를 맞춰야 할 국회의 시대적 역할이 요구되더라도. 국내 모든 분야의 권력이 이미 문재인 정부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국회에서는 강력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도 그런 관점에서 따지고 따져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문 의장은 공자의 정명론(각각의 위치에 맞는 적합한 역할 강조)으로 맞섰다.

문 의장은 “나는 청정여여야야언론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야당 대표 때 했다. 여당은 여당다워야 한다. 여당도 3권 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여당이 청와대 말이나 그대로 따르고 거수기나 하고 시녀가 되면 그것은 여당도 망하고 청와대도 망한다는 그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도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은 견제가 첫째다. 그러나 발목잡기나 하고 딴죽걸기나 하고 반대를 위반 반대만 하면 그게 야당이냐. 안보, 민생, 경제 모든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바가 있을 때 그걸 같이 힘을 합쳐서 극복을 해야된다. 야당도 정국 운영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이다. 바로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정부여당 견제를 우선적으로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보편적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비준 문제는 딱 그런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문 의장은 전날(26일)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찬반 토론 끝에 가결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만 남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동시에 국회의장실은 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국민 대다수의 비준 동의에 대한 지지 여론을 환기했다.

문 의장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만큼은 어차피 직면할 수밖에 없고 여야가 이왕 하는 김에 초당적으로 3차 남북 정상회담 전에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만큼은 어차피 직면할 수밖에 없고 여야가 이왕 하는 김에 초당적으로 3차 남북 정상회담 전에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은 “어차피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라 국회 비준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 여야가 이 중요한 민족사 앞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고 토론하고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며 “비준 문제를 딱 부러지게 어느 날까지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가능하면 남북 정상회담 전에 해준다면 대통령이 가서 얼마나 당당하게 힘있게 모든 국민적 합의의 배경으로 임하지 않겠나”라고 금상첨화의 취지를 풀어냈다. 

더불어 문 의장은 야당의 협조 사례로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북 규탄을 포함 6개항에 합의했던 것을 언급했다.

문 의장은 과거 야당 당대표 시절 안보와 민생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KBS 9시 뉴스)
문 의장은 과거 야당 당대표 시절 안보와 민생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캡처사진=KBS 9시 뉴스)

2013년 2월7일 박 전 대통령·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문희상 전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 실험 중단을 포함 6개항 합의를 이뤄낸 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여야 긴급 민생 협의체를 운영하고 관련해서 공통 공약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내용도 있다. 특히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북한의 핵 실험 국면과 관련 초당적으로 대북 규탄에 동참했던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문 의장은 “북한에 가게 되면 당대표들이 한꺼번에 같이 가려고 한다. 중국도 일본도 같이 가려고 한다. 좋은 협치의 사례를 여러분이 만들지 않았나. 미국 조야에 같이 가서 얼마나 힘이 되지 않았나. 그 이후에 얼마나 진전이 빨랐나. 그런 걸 하자는 얘기지 일방적으로 국회의장이 편파적으로 여당과 청와대의 보조를 맞췄다고 하는데. 내가 의장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다”며 지난 7월18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미국 방문을 부각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간곡한 주문에도 비준은 적어도 비핵화 초기 조치가 가시화 될 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 원내대표는 문 의장의 간곡한 주문에도 비준은 적어도 비핵화 초기 조치가 가시화 될 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문 의장의 해명 아닌 해명을 듣고 있던 김 원내대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니까 지금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나서서 실질적인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만 국제사회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은 맞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와 미국이 어떻게든 북한을 제재 압박과 설득을 통해서라도 비핵화 문제가 큰 가닥을 잡으면 거기에 국회가 역할을 하고 남북관계에 대해 앞장설 수 있다”며 비준의 조건으로 비핵화 초기 단계의 진입을 내걸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 시간표와 리스트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완료돼야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에 이를 수 있다는 입장인데. 한국당도 그 정도는 나와야 국회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운전수론으로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과 관련 문 의장과 민주당은 국회 비준을 통해 대북미 호소력을 복돋아주자는 입장이라 어떻게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남북관계에서 야당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다른 사안은 양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남북관계에서 야당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다른 사안은 양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12일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 남북관계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화두(청년 실업·저출산 고령화·양극화·저성장)에 대해서 초당적 협력 구조만 구축된다면 야당에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별도로 언급한 남북관계에서 야당의 협력이 전제된다면 다른 사안에서 한국당이 요구할 때 협상력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인데 판문점 선언의 비준은 그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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