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농단이 심각하고 영장 기각과 수사 비협조, 법률신문 기사 대필, 평판사의 법원행정처 폐지 입장, 특별재판부와 국정조사에 호응하는 바른미래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저지른 사법농단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6인(박주민·표창원·조응천·송기헌·백혜련·김종민)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이날 내놓은 민주당의 조치는 △국조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3가지다. 

국정조사를 통해 법관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까지 추진하겠다는 민주당 법사위원들. 왼쪽부터 박주민, 표창원, 조응천, 송기헌, 백혜련, 김종민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8인은 “사법부의 권력남용 및 재판거래 실체가 연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마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됐고 민주당은 그동안 사법부의 온전한 독립과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의 결자해지를 기다렸다”며 “(관계자의) 증거인멸 시도를 접하고 더 이상 사법농단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90%에 달하고 있다. 영장이 기각된 직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대법원에서 반출한 비밀문건을 파쇄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국회 차원에서 사법농단의 실체를 파악하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국조를 통해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해당 법관에 대한 탄핵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사법부는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기소 이후 재판에서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했다.

유해봉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9월 초 3번이나 기각됐고 유 전 연구관은 6일 증거자료를 파기했다. (캡처사진=jtbc)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블랙리스트·민간인 사찰·재판거래 의혹·국회의원 성향별 분류·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비자금 조성’ 등 갈수록 가관인 사법농단의 실체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일 뉴시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양 전 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대필했고 특정 언론사에 제공해 그것이 그대로 출고되도록 했다. 해당 언론사는 법률신문이고 홍세미 전 기자의 기명으로 보도됐다. 

현재 사법농단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행정처가 2016년 3월22일 작성한 <법률신문 기사 초안>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지시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의 관리 하에 행정처 심의관들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사 <박한철 헌재소장,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 ‘술렁’>은 행정처의 초안이 작성되고 사흘 뒤인 3월25일 보도됐다. 

행정처가 초안을 만들고 홍 전 기자가 작성하지 않고 출고된 해당 기사. (캡처사진=법률신문)

기사의 한 대목에는 “양 대법원장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달리 박 전 헌재소장은 헌재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대법원을 무차별 공격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사석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인데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너무 경솔해 보인다. 만약 재판 소원을 허용하면 헌재는 마비될 것”이라며 모 부장판사가 박 전 헌재소장을 비난한 발언이 실렸는데 이는 행정처가 꾸며낸 허위로 밝혀졌다. 

박 전 헌재소장은 3월18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명 지명권에 대해) 솔직히 자존심 상한다.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 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은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라고 발언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의 행정처는 이를 불편하게 여겨 직접 허위 기사를 작성해 법률신문에 넘겼던 것이다. 

당시 행정처와 법률신문의 이러한 협조 관계가 구독료 급증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처는 2016년 상반기 법률신문의 구독료로 7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때 상반기 전체 법원의 1년 신문 구독료가 2600만원 수준이었으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지만 허경호·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는 연이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현재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행정처장·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은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사법농단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의 분위기는 법원이 나서서 범죄를 은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이 한 가득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비리를 저지른 검사가 있으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또는 입법을 통한 ‘특별검사’를 통해 독립적인 수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법부는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 발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부 비위 사실에 대해서 공정하게 사법적 절차를 밟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7월30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토론을 맡은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의 피의자는 법원인데 피의자가 자료제출 범위에 대해서 결정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많은 국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자동적으로 발부해놓고서는 (자기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재차 연거푸 영장을 기각한 사실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초임 판사들은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 법관들은 무척 방어적이다. 영장전담판사는 후자가 맡고 있기 때문에 사법농단에 대한 영장은 계속 기각되고 있는 것이다. 

오지원 변호사는 공청회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나 “현재 법원 행정절차상 관할 구역 내의 영장 발부 업무는 미리 지정된 판사에게 맡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그걸 임의로 바꿀 수 없다. 법원 내부의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특별 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고참 판사가 자꾸 영장을 기각하고 있고 법원 내부적으로 김 대법원장이 임의적으로 다른 판사에게 영장 발부 업무를 맡길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더딜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 여론을 모아 사법농단 특별법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특별 재판부가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주민 의원은 이미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고 표창원 의원은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9월10일 열린 법관대표회의에서 108명의 판사들은 ‘행정처 폐지’라는 입장을 의결하기도 했다. 

백혜련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행정처의 개혁방안과 관련해서 당장 당론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송기헌 의원은 “국조를 통해서 국민들이 여론으로 합의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직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 여러 정황이 더 나와서 도저히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면 (논의)해야할 당위성이 있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은 “법사위 회의 때마다 저희가 안철상 행정처장을 대상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간곡한 요청과 호소와 질문을 계속 했다. 만약 그게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그때는 국회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임계점이라고 한다. 더 이상 사법부의 독립을 그대로 존중해줄 수 없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국회가 움직이는 것이고 처음부터 국회가 움직였다면 아마 입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회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특별법에 합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유한국당은 자기 집권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라 동의해줄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김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고 국조 추진에도 동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9월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가) 제식구를 감싸기 위해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이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방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결단하라. 더 이상의 제식구 감싸기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외부 수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적폐를 도려내야 한다. 법원이 지속적으로 사법농단 수사를 방해한다면 국회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입법에 대해 긴급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11일 기자와 만나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국조 제안에 “(당내에서) 좀 더 얘기를 해보겠다. 나는 일단 국조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고 특별재판부를 적극 고려해서 해야된다는 생각”이라며 “하여간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 (한국당이 북한산 석탄 반입 국조 제안 가능성과 함께 양당이) 같이 하자고 하겠구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사위에서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고 있는 오신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논의해보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국조 추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논의를 해보겠다. 사안이 알다시피 심각하니까. 사법부의 권위가 떨어지고 사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뭔지 밝혀야 되는 것이 과제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국조 추진)고 본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냈는데 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국조와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동전선을 형성해 한국당을 압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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