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지사 1심 판결에 당 공식 논평 발표 안 해, 미투에 엄정하게 대응, 객관적으로 목소리를 덜 내는 현실 부정하기 어려워, 정의당의 민주당을 향한 주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8월14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를 두고 논평을 발표했다.

폭행과 협박이 없는 상황에서 성범죄가 인정되기 어려한 한국 사법의 현실이 있지만 재판부가 너무 안 전 지사 측의 이야기만 들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골자였다. 무엇보다 끝내 논평을 발표하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여성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8월14일 원내 4당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침묵했고 정춘숙·금태섭 의원 등 개별적인 목소리만 나왔다. (캡처사진=기자의 구글 이메일함)

올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 운동의 문이 열렸을 때 민주당은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안 전 지사·정봉주 전 의원·민병두 의원 등이 고발 대상으로 지목되자 조용해졌다. 

민주당은 3월7일 ‘전국윤리심판원·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어 권력형 성폭행에 대한 대응 방향을 발표했고 주 내용은 ‘피해자 보호주의 원칙’에 따라 △2차 피해 방지 매뉴얼 마련 △피해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보호 △역고소에 대한 피해자 법률상담 지원 △허위사실 유포하는 2차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이지만 실제 2차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연혜원 한국여성학회 대외협력위원회 간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분명 젠더 이슈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없다. 민주당을 떠나 정치권 전체가 다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에 비해) 제대로 대응했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8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재판과 관계없이 그런 불륜 행위 자체가 공직으로서는 안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제명 처분을 바로 한 것이다. 젠더와는 관계가 없다. 관계가 없다기 보다는 그 차원이 아니고 공직 사회라고 하는 일반 사인이 아니고 더구나 우리 당 출신의 지사인데다 대선 후보까지 했던 분이 그런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이른바 미투 현상 이런 것에 대해서 당은 아주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나도 공직을 한 30년 했는데 공직을 하려면 수족관 속에서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 어항 속에서 투명하게 산다고 생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직을 수행하기 어렵다.” 

젠더 문제를 떠나서 그리고 법적으로 안 전 지사의 성범죄 혐의가 인정됐든 안 됐든 불륜 행위 자체에 대한 엄중한 잣대를 강조한 것인데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백 브리핑을 통해 “젠더 문제를 떠나서 훨씬 더 강력한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홍 대변인은 “안 전 지사는 이미 출당 조치를 했기 때문에 저희 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사실상. 현재 우리 당이 안 전 지사 문제 때문에 그것(미투 이슈)과 관련해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 가지 가정폭력,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관련해서 잘 아는 것처럼 민주당 의원들께서 관련 입법을 많이 제출해왔고 그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고 그러한 입법 활동은 당 내에서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서포트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안 전 지사의 도덕성 자체를 문제 삼았고 무엇보다 미투 의제에 엄중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범죄를 폭넓게 인정하는 ‘비동의 간음죄’ 입법 논의가 거세졌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실제 법률이 발의됐다. 미투에 대해서 만큼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예외를 두는 법률 개정안이나 이밖에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여러 법률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비동의 간음죄가 미투 법안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가 3월5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됐고 이후 발의된 비동의 간음죄 법률은 합계 8건이다. 중복을 포함해서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횟수는 총 96번이다. 이중 강창일·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서명에 동참한 민주당 의원들의 횟수는 총 34번으로 35%다. 국회 전체 의석이 299석이고 민주당은 129석으로 43%를 차지하기 때문에 적극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인숙 정의당 여성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니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각종 발의를 하고 있는 움직임은 있지만 (안 전 지사 1심 판결에 대한) 제대로 된 논평을 내지 않았고 일정하게 이전 관계에 있었던 경우(정 전 의원과 민 의원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들이 있었다고 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기 국회가 시작됐는데 관련 미투 입법이 130여개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빠른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것 즉 입법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젠더의 문제가 아니다 맞다 차원을 넘어서 안 전 지사의 항변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직자 수준으로 용납할 수 없다. 최저치를 따지더라도. 그런 표현인데 그 표현이 조금 다소 부정확하게 전달된 것 같아서 그 취지를 (홍 대변인이) 전달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사회 현상에 대해 입장을 가지고 의견을 내는데 다만 다른 당은 흡사 젠더적 진정성을 가지고 개혁의 실천 의지가 있는 것처럼 우리 당과 대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당내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젠더적 가치에 대해 정책적 논의든 현안에서든 가장 적극적인 관점을 견지해왔던 게 우리 당이다. 또 그 입장에서는 한 번도 후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당 대변인의 논평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굉장히 사소한 이슈로 본질을 의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켜본다고 (논평의 내용을 구성) 할 수도 없고 나도 그때 급하게 판결문을 보면서 대변인이 아니었지만. 그냥 우선 하기 좋은 비난으로 비판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확인하지 못 한 내용들이 있다. 그리고 담당 변호사가 나와 가깝고 책도 같이 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확인하고 싶은 내용들이 좀 있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젠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민주당이)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고 특히 안 전 지사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의 다층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당내에서도 젠더 문제에서 다른 인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도 개혁에 더 집중해서 고민하는 분들도 많다. 판사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고 판결이 먼저 (젠더 흐름을) 선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행법의 한계를 그전부터 그렇게 얘기해왔는데 이때까지 고쳐지지 않는 그 부분에 집중하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향후 민주당이 비동의 간음죄 등 미투 법률을 처리할 때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향후 민주당이 비동의 간음죄 등 미투 법률을 처리할 때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비동의 간음죄 도입 요구와 관련 “안 전 지사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나부터 여가위(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폭행협박 부분을 너무 협의로 보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비동의 간음이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비동의 강간이 너무 소홀하게 다뤄진다는 점에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무수히 문제제기를 했고 법사위(해당 상임위에서 통과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안에 대한 2차 심사권을 실질적으로 보유)를 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봐도 서지현 검사 때와 안 전 지사 때 민주당의 적극성 차이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그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차원은 아닐 것이다. 내 개인의 입장을 말해보면 분명 팔이 안으로 굽어서 코멘트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 (안 전 지사와) 관련이 있어서 이 사람에 대해 얘기할 수 없어! 이런 차원도 아닐 것”이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 대변인은 “사실 여전히 정치권 자체가 여성에 대해서는 예민하고 민감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모으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어느 당 할 것 없이. 민주당이 다른 당보다 조금 더 나을지 몰라도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말할 수 있는 갈무리의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건은 참 우리 당으로서는 쉽지 않은 건 분명한데 그게 안 전 지사에 대한 호감 그건 절대로 아니다. (2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나부터가 어떤 스탠스로 어떻게 해야 말의 진정성이 있을지 그 시기도 고민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대변인은 본인부터가 안 전 지사 건에 대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판단했지만 민주당이 절대 안 전 지사 개인에 대한 호불호 차원으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덜 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지사가 민주당 당원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직 도지사에 대통령 후보였다. 충남을 책임졌던 공직자로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따끔하게 비판을 해야한다. 안 전 지사는 정의당과 아무 관련이 없다. 모든 정당들은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에 논평을 했다. 소속 정당의 당원이든 아니든 논평을 해야한다고 본다. 당연히 논평을 해야하는데 하지 않고 미투 관련 이런 것에 대해서 미온적인 것은 여전히 좀 도둑이 제발 저리는 모습인 것 같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 제1 집권여당이라고 한다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더 레디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민주당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비동의 간음죄를 비롯 안 전 지사 건이나 등등을 보면 너무 소극적이고 미온적이다. 계속 그렇게 나오면 안 전 지사가 당적은 민주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식구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서 검사 미투 때와 적극성의 측면에서 달라진 민주당과 한국당의 태도에 대해 “내가 잘못하면 감추려고 하고 남이 잘못하면 티끌 하나라도 들추려고 하는 것이 정치권이긴 한데 정치가 좀 더 나아지는 모습이 있다면 자기 눈에 있는 들보도 보고 반성하고 그래야 한다. 자기 잘못은 덮으려고 하고 계속 남의 잘못의 티끌만 들쳐내려고 하니까 그런 식으로 불필요한 정쟁도 많아지고 과도한 비판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미투 정국이 한창일 때 정의당 내부의 알려지지 않은 미투 사건을 먼저 고백하고 사과한 적이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정 대변인은 “(민주당이) 덩치가 크다 보니까 움직임이 둔한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지금 미투 흐름은 촛불 이후 잠재됐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당의 규모 여부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많지 않은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정 대변인은 “각 당이 정당이기 때문에 당리당략을 쓰는 것 자체를 완전 부정할 수 없다. 전략적 이익이나 이런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나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도 (보수야당이) 전략적 이익을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나 여성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이거야말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한반도 평화와 여성 인권에 너와 내가 어디 있고 각 당의 차이가 어디 있나”라고 강조했다.

흔히 민주당은 대북 정책에서 보수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말하곤 하는데 반대로 정의당은 민주당에 여성 이슈에서 불편한 상황을 뛰어넘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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